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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9년 08월호 Vol.355

이채로움에서 발견한 탄탄함

SPECIAL ㅣ NT Live·마당놀이

 

관중의 마음을 단숨에 사로잡는 배우의 열연과 독보적인 작품성으로

연일 화제를 모으고 있는 공연들이 또 한 번 국립극장에 오른다.

 

깊이 있는 고민과 웃음, NT Live

지난 2014년, 2013-2014 국립극장 레퍼토리시즌을 통해 처음 국내에 소개된 NT Live. 영국 국립극장의 연극 실황을 영화처럼 상영하는 이 프로그램이 국립극장 레퍼토리시즌의 인기 시리즈로 빠르게 자리 잡은 비결은 다름 아닌 탄탄한 상영 라인업에 있다. 인형극의 예술성을 보여준 퍼펫 연극 대표 히트작 ‘워 호스’나 로런스 올리비에 어워즈와 토니 어워즈 양쪽에서 트로피를 거머쥔 이보 반 호프 연출의 ‘다리에서 바라본 풍경’, 세계적 인기를 누리는 영화배우 베네딕트 컴버배치가 출연해 관심을 모은 ‘햄릿’ 등 해외 화제작을 꾸준히 소개해 공연 애호가라면 챙겨 봐야 할 프로그램으로 자리매김한 것이다. 따라서 새 시즌에는 과연 어떤 작품이 스크린에 걸릴지 관심이 모이는 것은 당연지사.

올가을부터 차례로 공개될 네 편의 신작 가운데, 스타트를 끊는 것은 셰익스피어의 ‘리어왕’이다. 늙은 왕 리어를 주인공으로 인간의 어리석음과 욕망이 초래하는 비극을 그린 ‘리어왕’은 전 세계에서 끊임없이 무대에 오르지만, 이번 프로덕션이 특별한 이유는 여든을 넘긴 나이에도 건재함을 과시 중인 이언 매켈런의 열연 때문이다. 이언 매켈런은 영국의 국민 배우답게 로열 셰익스피어 컴퍼니가 제작한 ‘로미오와 줄리엣’(1976) ‘오델로’(1989) 등 다양한 셰익스피어 작품뿐 아니라, 1974년부터 2017년에 이르기까지 여러 버전의 ‘리어왕’에 출연한 바 있다. 특히 이번에 상영될 2017년 초연작 ‘리어왕’은 283석 규모의 소극장 버전으로 생생한 긴장감을 느낄 수 있다. (2019년 9월 19~22일·28일, 달오름극장)

두 번째 상영작 ‘디 오디언스’ 역시 절대 권력의 상징인 군주의 이야기와 영국 대표 명배우의 만남으로 화제를 모은 작품이다. 1952년, 25세에 여왕의 자리에 올라 현재까지 왕좌를 지키고 있는 엘리자베스 2세가 주인공으로, 영국 역사상 최장수 통치자인 엘리자베스 2세와 60년을 거쳐간 12명 총리들과의 비공개 접견을 다룬다. 2013년 웨스트엔드 초연 당시, 엘리자베스 2세의 이야기를 그린 영화 ‘더 퀸’(2006)으로 아카데미 여우주연상을 받은 헬렌 미렌이 같은 역할로 무대에 올라 명불허전 연기를 선보이며 호평을 받았다. 영화 ‘보헤미안 랩소디’의 대본을 쓴 피터 모건이 극작을 맡았으며, 뮤지컬 ‘빌리 엘리어트’로 국내 관객에게 친숙한 영화감독 겸 연출가 스티븐 달드리의 연출작이라는 점에서 기대감을 높인다. (2019년 9월 26~29일, 달오름극장)

2020년 새해의 첫 상영작 ‘한 남자와 두 주인’은 앞선 두 작품과 달리 유쾌한 코미디다. 2011년 영국 국립극장에서 초연된 이 작품은 18세기 이탈리아 희극 작가 카를로 골도니가 쓴 가면 희극 스타일의 작품을 1963년 영국 남부의 해안 도시 브라이튼으로 배경을 바꿔 현대적으로 재해석한 것이 특징이다. 재즈 밴드에서 쫓겨난 주인공 프란시스 헨쉘이 갱스터 로스코와 상류층 얼간이 스탠리에게 동시에 고용되면서 벌어지는 일을 그린다. 로스코와 스탠리가 이 같은 사실을 알아차리지 못하도록 애쓰는 헨쉘의 고군분투기가 웃음의 포인트다. 2003년부터 2015년까지 영국 국립극장에서 예술감독을 맡았던 니컬러스 하이트너의 연출작으로, 영화배우 겸 코미디언 제임스 코든이 주인공 헨쉘로 열연했다. (2020년 2월 6~9일, 달오름극장)

가장 마지막으로 공개되는 신작 ‘리먼 트릴로지’는 2018년에 영국 국립극장에서 초연된 작품이다. 2008년 전 세계를 강타한 금융위기를 배경으로, 150여 년의 역사를 가진 미국 금융 회사 리먼 브라더스가 약 6천 억 달러의 부채를 감당하지 못하고 파산에 이르는 이야기를 장장 4시간에 걸쳐 그려낸다. 지난 2014년 국립극장 NT Live에서 상영된 ‘리어왕’으로 국내 관객과 만난 바 있는 샘 멘데스가 연출을 맡았으며, 사이먼 러셀 빌·애덤 고들리·벤 마일스, 단 세 명의 배우가 무대를 책임진다. 영국 초연 이듬해 열린 로런스 올리비에 어워즈에서 남우주연상과 연출상을 수상한 바 있다. (2020년 2월 8·12·15·16일, 달오름극장)

2019-2020 시즌 NT Live를 마무리하는 작품은 2018년 상영 당시 전 회차 매진을 기록했던 ‘한밤중에 개에게 일어난 의문의 사건’이다. 마크 해던의 동명 소설을 무대로 옮긴 이 작품은 자신만의 세계에 갇혀 있던 15세 자폐아 소년 크리스토퍼가 세상 밖으로 나오는 성장담을 그린다. 공연예술의 중심지인 뉴욕과 런던에서 실력을 인정받고 있는 마리안느 엘리엇이 선보이는 심플한 무대와 뛰어난 영상 기술의 연극적 결합이 볼거리다. 2012년 영국 국립극장에서 초연됐으며, 2013년 로런스 올리비에 어워즈 일곱 부문 수상, 2015 토니 어워즈 다섯 부문 수상이라는 화려한 수상 기록을 세웠다. (2020년 2월 13~15일·18~19일, 달오름극장)

 

 현재성을 띠는 흥겨운 전통 무대, 마당놀이

2014년에 출발해 국립극장의 연말연시 간판 공연으로 자리 잡은 마당놀이 시리즈. 올 연말 흥겨운 한판 놀이로 전 세대 화합의 장을 마련할 작품은 2018년 연말을 달군 ‘춘풍이 온다’이다. 2016년 ‘놀보가 온다’ 이후 2년 만의 신작이자 마당놀이 시리즈의 네 번째 레퍼토리 ‘춘풍이 온다’는 조선 말기의 시대 변화상을 반영한 작자 미상의 세태소설 ‘이춘풍전’을 현대적으로 옮긴 작품이다. 가장의 역할에 관심이라곤 눈곱만큼도 없는 난봉꾼 이춘풍이 기생놀음에 빠져 가산을 탕진하자, 그의 슬기로운 아내 오목이가 꾀를 내어 춘풍을 구하고 가정을 되살리는 과정을 익살스럽게 그린다. 올해 공연 역시 작년과 마찬가지로 한층 가족적인 분위기를 자아낸 달오름극장에서 공연되며, 국립극장 마당놀이의 새로운 부흥기를 이끌고 있는 손진책 연출가·김성녀 연희감독·박범훈 작곡가·국수호 안무가 등이 그대로 참여한다. 남녀노소 이해하기 쉬운 우리 고전으로 현실 세태를 통쾌하게 풍자하는 유쾌한 마당놀이는 올해도 다양한 세대와 계층의 관객을 극장으로 끌어들일 것이다. (2019년 12월 12일~2020년 1월 26일, 달오름극장)

 

배경희 월간지 ‘더뮤지컬’ 편집장. 좋은 작품을 좋은 배우가 좋은 공연으로 완성해줄 때, 객석에서 생생히 살아 있음을 느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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