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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9년 08월호 Vol.355

세계 공연예술계의 흐름을 엿보다

SPECIAL ㅣ 해외초청작

 

 

 

 

2020년 6월, 4년 만에 두 편의 해외초청작이 소개된다.

세계 공연예술계가 주목하는 젊은 예술가들의 패기를 확인하는 시간이 될 것이다.

 

2019-2020 국립극장 레퍼토리시즌의 해외초청작 연출가와 안무가를 ‘젊은 예술가’라고 소개했을 때, ‘젊다’는 기준을 단순히 나이에 두는 것이 맞을까 하는 고민을 잠시 했다. 그러나 두 연출가와 안무가의 나이는 아직 30대이고, 지금이 가장 활발한 활동을 보여주는 시기임은 확실해 보인다. 아마도 앞으로 이들이 계속 작품을 쏟아낸다면, 훗날 이번 시즌에서 선보일 작품이 이들의 작품 중에서 어떤 위치를 차지하게 될지 시간이 흐른 뒤 평가해보는 것도 공연 애호가로서 소소한 즐거움이 되지 않을까.

2019-2020 시즌에는 연극과 무용 각각 한 작품씩 두 편의 해외초청작이 준비돼 있다. 프랑스 연출가 쥘리앵 고슬랭의 ‘플레이어스, 마오 II, 이름들’과 베이징을 기반으로 활동하는 안무가 타오 예가 이끄는 타오 댄스 시어터의 ‘4 & 9’로, 2016년 에마뉘엘 드마르시 모타의 ‘코뿔소’ 이후 4년 만에 선보이는 해외초청작이다. 1987년생의 쥘리앵 고슬랭과 1985년생의 타오 예는 현재 30대의 나이지만, 이미 20대부터 유럽 공연예술계에서 자신만의 스타일로 작품을 쌓아왔다. 최근 여러 해외 페스티벌과 극장 시즌 프로그램에서 이들의 이름을 심심치 않게 볼 수 있다는 것이 그 방증이다. 그 어떤 무대보다 특별한 경험을 선사할 두 작품에 대한 평은 2020년 6월 직접 본 뒤 판단해야겠지만, 「미르」의 지면을 빌려 간단히 작품을 소개한다.

극장이라는 제한된 공간에서 공연을 보며 보낼 수 있는 시간은 과연 얼마나 될까? 이 작품을 소개하기 전에 관객에게 먼저 묻고 싶다. 쥘리앵 고슬랭의 ‘플레이어스, 마오 II, 이름들’은 쉬는 시간 없이 세 작품을 연속으로 9시간 10분간 공연하는 대작이다. 제작자들도 ‘마라톤’이라고 명명하는 이 공연은 돈 드릴로의 동명 소설 3편을 무대화했다. 각 작품은 3시간의 러닝타임에도 중간 쉬는 시간이 없으며 심지어 작품과 작품 사이에도 정해진 휴식 시간이 없다. 관객은 공연장을 자유롭게 출입하면서 각자 휴식을 취하고 공연을 관람해야 한다. 오후 한 시 공연을 보러 집에서 나선 관객들은 밤 열 시가 넘어서야 극장을 탈출할 수 있다.

연출가 쥘리앵 고슬랭은 2009년 릴 국립연극학교EPSAD를 졸업하고 졸업생들과 함께 시 부 푸비에 레쉐 몽 쾨흐Si vous pouviez lecher mon coeur라는 단체를 만들어 작품을 발표하기 시작한다. 2013년 미셸 우엘베크의 동명의 소설을 원작으로 한 ‘소립자’를 아비뇽 페스티벌 무대에 올리며 깜짝 등장했다. 이어 2016년 로베르토 볼라뇨의 ‘2666’, 2018년 ‘플레이어스, 마오 II, 이름들’을 아비뇽 페스티벌에서 연이어 발표하며 화제를 모았다. 그는 문학과 폭력, 역사 혹은 보이지 않는 움직임으로 인해 피해자가 발생하는 사회현상에 주목하고 있다. 그렇기 때문에 미셸 우엘베크?로베르토 볼라뇨에 이어 현대 미국을 대표하는 작가 돈 드릴로를 선택한 것은 당연한 결과처럼 보인다.

최근 우리나라에도 알려지기 시작한 돈 드릴로와 그의 소설은 어떤 면에서는 난해하기도 하지만, 소재나 주제, 서사 기법이나 플롯이 매우 독특하다. 그의 소설 ‘플레이어스’(1977) ‘이름들’(1982) ‘마오 II’(1991)는 각각 출판 시기가 다른데, 1970년대부터 1990년대까지 30년에 걸친 현대사회의 변화 즉, 두려움·의심·지루함·사랑의 불가능성과 같은 설명할 수 없는 현상을 다룬다. 특히 테러라는 주제로 종종 귀결 되는데 1977년 작인 ‘플레이어스’는 젊은 커플이 세계무역센터 테러 사건에 가담하는 내용을 담고 있어 마치 2001년 9.11테러를 예언한 것만 같은 인상을 준다. ‘플레이어스’에서는 뉴욕의 젊은 커플의 지루함이 테러리스트의 폭력성으로 전환되고, ‘이름들’에서는 아테네에서 길을 잃은 비즈니스맨의 외로움이 알파벳에 대한 거대한 의문으로 치환된다. ‘마오 II’에서는 중동 지역의 테러리즘과 은둔하는 작가의 삶을 교차시킨다. 쥘리앵 고슬랭은 각각의 방식으로 테러리즘의 역사를 묘사한 세 가지 텍스트에 초점을 맞춘다. 그는 서로 다른 텍스트 간의 연결을 과도하게 강조하고 있지 않다. 오히려 허구를 조각냄으로써 어디에나 사건이 일어나는 것이 가능하게 만들었다. 극장이라는 공간 안에서도 쉬는 시간 없이 진행되는 공연을 통해서 극장 안에 있든 혹은 극장 밖에 있든 내가 목격을 하든 그러지 않든 어떤 사건이 어디에선가 일어나고 있다는 사실을 느끼게 해준다. (2020년 6월 5~6일, 달오름극장)

두 번째는 중국 현대무용의 최전선을 확인할 수 있는 타오 댄스 시어터의 ‘4 & 9’이다. 미니멀한 움직임과 독창적인 언어로 주목받는 안무가 타오 예는 2008년 타오 댄스 시어터를 창단했다. 이후 2부터 9까지 숫자를 제목으로 한 시리즈를 발표하며, 매 작품 화제를 낳았다. 각 숫자 제목만큼의 무용수를 기용한 것이 특징이며, 현대적이면서도 중국 특유의 느낌을 담아낸다.

타오 댄스 시어터의 숫자 시리즈는 보통 두 개의 숫자를 조합해 공연을 구성하는데, 이번 공연은 초기작 중 가장 주목받은 ‘4’와 가장 많은 무용수가 등장하며 숫자 시리즈의 최신작인 ‘9’를 선보인다. 2012년 부산국제무용제 폐막작으로도 초청된 ‘4’는 듀엣 두 팀, 네 명의 솔로, 혹은 콰르텟으로도 보이는 무용수 네 명이 강력한 자석에 이끌리듯 일정한 리듬과 정교한 움직임으로 무대를 채우는 작품이다. 반면, 2017년 베이징에서 초연된 ‘9’는 일정한 움직임의 규칙이 돋보인 전작들과는 사뭇 다른 분위기를 자아낸다. 중국 문화에서 ‘9’라는 숫자가 끊임없는 고난과 극복을 의미하듯, 아홉 무용수의 움직임은 혼돈 속에서도 숨어 있는 질서와 조화를 드러낸다. 이번 공연에서는 전혀 다른 분위기의 두 작품 ‘4’와 ‘9’를 비교 관람하는 재미가 있을 것이다. 한 자릿수 중에서 가장 큰 수인 9까지 숫자 시리즈가 완성된 시점에서 9가 최종이 될지 앞으로 새로운 창조의 시작점이 될지 중요한 전환점임을 시사한다. 타오 댄스 시어터가 ‘9’를 통해 우리에게 던지는 예술적 단서와 영감을 이번 한국 초연으로 확인해보자.

(2020년 6월 12~14일, 달오름극장)

 

조화연 국립극장 공연기획팀 PD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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