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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9년 08월호 Vol.355

국악 관현악에 접근하는 다양한 경로

SPECIAL ㅣ 국립국악관현악단 시즌 프리뷰

 

이번 시즌 국립국악관현악단은 국악 관현악에 접근할 수 있는 다양한 경로를 마련한다.

결이 다른 네 개 관현악시리즈와 대중적이고 참신한 기획공연으로 더욱 폭넓은 층위의 관객에게 다가갈 계획이다.

 

2012-2013 국립극장 레퍼토리시즌 시작 이후 줄곧 무게 있는 레퍼토리를 쌓기 위해 노력해온 국립국악관현악단. 이번 2019-2020 시즌 국립국악관현악단이 준비한 공연을 살펴보면 다시 ‘청중’으로 돌아와 판을 흔든다는 느낌이다. 국악 관현악이 아직은 어려운 관객이라면, 이번 시즌 국립국악관현악단이 준비하고 있는 공연을 따라 아주 대중적인 시점에서부터 출발할 수 있다.

이번 시즌에서 가장 먼저 눈에 띄는 공연은 관현악시리즈I ‘3분 관현악’이다. 주로 10분에서 20분 내외의 곡을 선호하는 국악 관현악에서 3분 관현악이라는 용어는 꽤 생소하다. 하지만 3분 내외 관현악은 오래전부터 서양음악에서 ‘조곡Suite’이라는 형식으로 연주돼왔다. 서양음악에서 조곡은 오페라를 시작하기 전 청중을 집중시키기 위한 곡이었다. 몇몇 조곡은 악장을 여러 개로 확대해 오늘날 우리가 아는 유명한 교향곡들로 발전하기도 했다. 이번 ‘3분 관현악’은 음악의 전개를 변환하고자 하는 장치로 ‘시간’을 사용한다. 짧지만 강렬한 음악으로 긴 호흡의 국악 관현악곡이 어려웠던 청중에게 한결 쉽게 다가가겠다는 의지다. 젊은 작곡가 10인(김영상·김창환·김현섭·양승환·이고운·장민석·장석진·정수연·최덕렬·최지운)이 참여해 프렐류드-협주곡-관현악곡-에필로그라는 2차 서사까지 만드는 등 새로운 실험 형식을 보여줄 예정이다. (2019년 10월 24~25일, 달오름극장)
해마다 거장을 조명하며 관객에게 국악 관현악 명곡을 소개해온 국립국악관현악단의 대표 기획 시리즈 ‘마스터피스’와 ‘베스트 컬렉션’. 이번 시즌에는 관현악시리즈II ‘격格, 한국의 멋’으로 그 역할을 대신한다. 국악 관현악 명곡을 한자리에서 만날 수 있는 공연으로, 국립국악관현악단원들과 국악 전문가로 구성된 자문위원들이 엄선한 곡으로 꾸려진다. 전통 선율이 가진 멋과 동시대 표현 방식의 상호성을 명확하게 체감할 수 있는 무대다. (2019년 11월 26일, 롯데콘서트홀)

합창과 관현악은 서양음악에서 오래된 협연 양식이다. 이에 비해 국악 관현악과 합창의 만남은 보편적이지 않았다. 하지만 2010년 올린 국악칸타타 ‘어부사시사’에서 국립국악관현악단은 합창과 국악 관현악의 만남을 적극적으로 모색했는데, 이번 관현악시리즈III ‘합창과 국립국악관현악단’(가제)으로 다시 한번 합창과의 만남에 도전한다. 40분가량의 합창과 국악 관현악곡을 작곡가 이영조에게 위촉했다. 이영조는 한국 가곡 창작을 이끌던 작곡가 이흥렬의 아들이자, 전통적인 음악 색채에 관심을 기울여온 작곡가다. 강익?정철 등 조선 시대 문인들의 대표적 고시조를 주제로 한 ‘시조 칸타타’로 한국적인 합창의 전범을 제시한다. 이뿐 아니라 한국의 전통적인 성악곡도 이 자리에서 함께 만날 수 있다. (2020년 3월 26일, 롯데콘서트홀)

이번 시즌의 피날레는 관현악시리즈IV ‘2020 겨레의 노래뎐’이다. ‘겨레의 노래뎐’은 2000년 국립극장 개관 50주년을 기념해 기획한 공연으로, 이후 2009년까지 북한의 노래나 연주곡을 국악 관현악으로 재조명해 알려왔다. 이 공연에서 다룬 ‘분단’이라는 주제는 이후에도 다른 이름의 공연에서도 종종 살펴볼 수 있을 만큼 우리 음악에서 빼놓을 수 없는 언어가 됐다. 이번에는 6.25전쟁 발발과 국립극장 개관 70주년을 맞아 ‘전쟁과 평화’를 주제로 다채로운 협연곡과 관현악곡을 선보인다. 이념과 신념을 뛰어넘은 한반도 겨레의 음악을 통해 전쟁의 상처를 치유하고 평화를 노래할 수 있기를 바란다. (2020년 6월 17일, 롯데콘서트홀)

국립국악관현악단은 폭넓은 관객층 개발을 위한 창작 작업에 앞장서왔다. 기획공연 ‘윈터 콘서트’ ‘엔통이의 동요나라’ 등만 봐도 알 수 있다. ‘윈터 콘서트’는 크리스마스 시즌 음악회다. 가족·연인과 함께 즐길 수 있는 소박하고 따뜻한 음악을 만날 수 있다. 음악은 지난해에 이어 올해도 작곡가 이지수가 맡았다. 올해는 어떤 특별 게스트와 크리스마스 레퍼토리를 선보일지 기대를 더한다. (2019년 12월 19~20일, 하늘극장)

해마다 여러 연주 단체가 신년 음악회를 꾸미는 만큼, ‘올해는 어떤 공연으로 한 해를 시작할까’ 하는 행복한 고민 속에 다양한 프로그램을 비교해보는 것도 신년 음악회를 즐기는 방법이 된다. 국립국악관현악단 역시 명연주자들의 협연을 비롯한 풍성한 레퍼토리로 신년의 의미를 담은 ‘신년 음악회’를 준비하고 있다. (2020년 1월 16일, 롯데콘서트홀)

미래의 관객에게 특별한 관심을 쏟는 건 국립국악관현악단의 중요하고도 긴 작업이었다. 어린이 음악회 ‘엔통이의 동요나라’를 주목해보자. 국립극장 소셜 미디어 캐릭터 엔통이를 주인공으로 한 이 공연은 귀에 익은 동요와 다양한 창작곡을 통해 아이들에게 우리 음악을 어렵지 않게 경험하도록 이끈다. (2020년 4월 22일~5월 9일, 하늘극장)

2009년 시작돼 지금까지 꾸준히 사랑받아온 국악 브런치 콘서트 ‘정오의 음악회’도 이어진다. 매달 한낮, 쉽고 편안한 설명을 곁들여 관객이 국악 관현악에 입문할 수 있도록 돕는 상설공연이다. 이번 시즌 ‘정오의 음악회’는 국립국악관현악단의 예술감독 김성진이 직접 해설을 맡아 누구나 국악 관현악에 친숙하게 다가갈 수 있도록 도울 예정이다. (2019년 9·10·11월, 2020년 3·4·5·7월, 하늘극장)

2019-2020 시즌에는 국악 관현악에 접근할 수 있는 다양한 경로가 돋보인다. 작곡가나 지휘자를 조명하던 지난 시즌들을 지나 관객에게 조금 더 가까이 다가가고자 하는 국립국악관현악단의 다양한 노력에 걸맞은 성과가 나오길 기대한다.

 

정우정 음악평론가. 한국음악·한국춤·현대 예술과 관련한 글을 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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