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킵네비게이션

주메뉴 바로가기 본문 바로가기 빠른예매 바로가기 사이트 지도 바로가기
월간미르 상세

2019년 08월호 Vol.355

내일을 위한 발돋움

SPECIAL ㅣ 국립무용단 시즌 프리뷰

 

 

 

일곱 번의 시즌을 거치며 가파른 변화와 함께 완성도 높은 작품을 차곡차곡 쌓아 정비해온 국립무용단.

이제 재충전과 도전의 중간 지점에서 미래를 비추는 거울을 닦는 시간을 갖는다.

 

공연 애호가들은 흔히 국립극장의 역사가 2012-2013 국립극장 레퍼토리시즌 이전과 이후로 나뉜다고들 한다. 국립극장의 역사를 10년도 채 안 된 레퍼토리시즌제의 도입으로 구분하는 것은 과한 감이 있지만 그만큼 달라졌다는 칭찬이다.

특히 국립극장의 3개 전속단체 가운데 국립무용단은 레퍼토리시즌 이후 괄목상대할 성장을 이뤘다. 오랜 침체에서 벗어나 동시대적 감각으로 재탄생시킨 한국 창작 춤을 잇따라 히트시키며 공연계에서 핫한 예술단체가 된 것이다. 안성수·김설진 등 국내 현대무용 안무가는 물론 조세 몽탈보?테로 사리넨 등 해외 안무가, 패션디자이너 정구호 등과 손잡고 현대 관객과 소통에 나선 덕분이다. ‘단’ ‘묵향’ ‘회오리’ ‘시간의 나이’ ‘향연’ ‘더 룸’ 등 화제작도 쏟아져 나왔다.

국립무용단은 외부 아티스트와의 협업을 앞세워 관객의 관심을 끄는 동시에 장르의 외연을 넓히는 데 성공했다. 특히 ‘향연’과 ‘묵향’은 초연 이래 공연할 때마다 매진 돌풍을 일으켰으며 해외 공연예술 축제에서도 호평을 받았다. 두 작품에서 연출을 맡은 정구호는 춤사위의 원형을 지키면서도 현대적 감각으로 새롭게 구성하는 한편 디자이너로서 무대

·의상의 아름다움을 극대화해 무용계에 신드롬을 낳기도 했다. 하지만 레퍼토리시즌제 도입 이후 국립무용단이 앞만 보고 빠르게 달려온 탓일까. 2018-2019 시즌의 마지막 작품이자 정구호의 신작으로 기대를 모은 ‘색동’이 공연을 3주 앞두고 ‘묵향’으로 무대를 대체해 관객에게 실망을 줬다. 국립무용단이 그동안 힘겹게 쌓아온 관객과의 신뢰에 금이 가게 됐다는 점에서 안타깝다. 새 시즌, 국립무용단은 지난 일곱 번의 시즌 동안 다져온 탄탄한 레퍼토리를 중심으로 숨 고르기와 재도약을 위한 시간을 가질 예정이다.

오는 9월부터 내년 6월까지 진행되는 2019-2020 시즌 국립무용단의 라인업은 네 개의 레퍼토리와 한 개의 신작으로 이뤄져 있다. 2020년은 국립극장이 70주년을 맞는 해로, 국립무용단은 새로운 도약을 앞두고 레퍼토리 중심으로 프로그래밍했다.

2018-2019 시즌 명절 기획으로 처음 선보여 호평받은 ‘추석·만월’과 ‘설·바람’이 이번 시즌에도 무대에 오른다. 동래학춤, 진도강강술래 등 기존의 ‘코리아 환타지’나 ‘정오의 춤’에서 꾸준히 공연된 전통춤과 함께 ‘춘향전’ 중 사랑가를 가지고 만든 창작 춤 등을 해마다 번갈아가며 선보일 예정이다. 특히 춤과 어우러지는 판소리·가야금 독주·사물놀이가 빚어내는 생생한 라이브 연주가 일품이다. 명절 연휴에 우리 춤의 매력을 느낄 수 있는 좋은 기회다. ‘추석?만월’의 연출은 영화 ‘서편제’로 잘 알려진 배우 겸 연출가 김명곤 전 문화부장관이 맡았다. 국립극장장을 지낸 바 있는 그는 하늘극장 원형 무대의 특성을 살려 무용수와 관객이 함께 호흡하는 공연을 선보일 계획이다. (2019년 9월 13~15일, 2020년 1월 24~26일, 하늘극장)

핀란드 안무가 테로 사리넨 안무의 ‘회오리’도 2년여 만에 다시 관객과 만난다. ‘회오리’는 2014년 국립무용단이 창단 52년 만에 처음으로 해외 안무가와 협업을 시도해 화제가 된 작품이다. 이후 2015년 프랑스 칸 댄스 페스티벌 초청 공연과 2017년 국내 재공연을 통해 국립무용단 대표 레퍼토리가 됐다. ‘회오리’ 초연을 앞두고 일각에선 핀란드 출신 현대무용 안무가인 사리넨이 한국춤의 원리나 특징을 이해할 수 있겠느냐는 우려도 있었다. 하지만 춤에 경계를 두지 않는 무용수로 일본 전통무용과 부토까지 섭렵한 사리넨은 한국무용을 자신만의 언어로 소화해 ‘회오리’를 완성했다. 전통적인 한국춤의 기술을 그대로 활용하진 않았지만 춤사위에서 한국적 색채가 배어났는데, ‘자연주의’ 춤 철학을 바탕으로 한국춤의 원리를 고민했기 때문이다. 한국춤의 현대적 창작이라는 충격을 안겨준 이 작품이 있었기에 국립무용단이 이후 더욱 다양한 시도를 할 수 있었다.

‘회오리’를 생각하면 지금도 시·청각적으로 강렬하고 아름다운 이미지가 떠오른다. 무채색 계열에 그러데이션으로 효과를 주고, 레이어드와 주름을 더한 의상을 입은 무용수들이 여러 패턴으로 모였다가 흩어지는 모습은 조명과 어우러져 회오리나 파도를 연상케 한다. 공연이 끝날 때까지 단 한순간도 움직임을 멈추지 않는 무용수들은 춤 속에 유기적으로 녹아든 모습이다. 일부 무용수의 옷에 소형 마이크를 부착해 옷자락이 펄럭일 때마다 바람소리가 나도록 한 재치도 돋보인다. 장영규가 이끄는 비빙은 ‘회오리’에 걸맞은 청각적 울림을 준다. 한국 전통음악을 새로운 스타일로 들려주며 파도치는 바다부터 산들바람 부는 산사의 이미지를 떠올리게 한다. (2019년 10월 3~5일, LG아트센터)

다음 시즌의 또 다른 레퍼토리 공연은 윤성주 안무의 ‘제의’다. 2015년 초연 당시 강렬한 군무로 주목받은 이 작품은 그동안 국립무용단 단원들 사이에서 재공연 희망 작품 1순위에 올랐지만 5년 만에 비로소 다시 오르게 됐다. 현재 국립무용단의 대표 레퍼토리들이 만들어졌을 당시 예술감독을 맡은 윤성주는 이 작품을 통해 한국 전통춤의 오랜 족적을 무대 위에 자랑스럽게 펼쳐 보이고 싶었던 듯하다. 작품의 영문 제목 ‘Ceremony 64’에서 64는 주역의 64괘에서 나온 것이다. 인간사의 길흉화복에 대한 통찰과 마음 자세를 가리킨다. 종묘제례악의 일무, 불교의 바라춤과 나비춤, 민간신앙의 살풀이춤, 궁중무용인 춘앵무 등 여러 의식 무용을 담은 이 작품은 기원·염원·축원을 의미한다. 일무 이수자답게 윤성주는 8명이 8줄로 서서 64명이 추는 일무의 형식을 작품의 바탕에 뒀다. 하지만 실제로 무용수 64명이 나오는 것은 아니며, 여러 의식 무용을 재현하기보다 재해석하는 방법으로 작품에 녹여내려 했다. 초연에 이어 재연에도 작곡가이자 거문고 연주자인 박우재가 함께한다. (2020년 6월 5~7일, LG아트센터)

국립무용단의 다음 시즌에서 가장 궁금증을 자아내는 것은 신작이다. 자세한 내용은 2020년 1월, 국립극장 70주년 기념사업과 함께 발표할 예정이다. 더 좋은 작품으로 관객의 신뢰를 회복하길 바라는 마음이다. (2020년 4월 18~19일, 세종문화회관 대극장)

 

장지영 국민일보 기자, 공연 칼럼니스트

 

 

 

 

 

 

 

 

 

 

 

 

사이트 지도

사이트 지도 닫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