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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9년 06월호 Vol.353

찰나의 순간을 오롯이 춤추며

예술배움┃외국인국악아카데미 아나이스 수강생

바로 여기, 춤추는 나에 완전히 몰입한다.

소중한 전통예술에 마음을 다하고 싶어서다.

 

 

“한국에서 탱고도 함께 배우고 있어요.” 청명한 하늘 아래 돌담길에서 만난 아나이스 가브리엘라 포어 더 파즈(Anais Gabriela Faure De Paz)는 언제나 다가올 변화를 기대하며, 새로운 시작을 한껏 즐기는 과테말라 유학생이다. 그녀는 유년 시절 플라멩코를 접하며 춤에 대한 애정을 차곡차곡 쌓았고, 현재 한국에서 한국무용과 탱고를 배우고 있다. 결코 쉽지만은 않을 것 같다고 하자, 그녀는 활짝 웃으며 “그 어려움을 이겨낼 만큼 무척 재미있다”라고 답했다. 그녀가 지내온 숱한 계절 동안 크고 작은 변화가 있었고, 그녀는 늘 반갑게 맞이하며 자신만의 길을 묵묵히 다져왔다.


“2012년 공부하기 위해 처음 한국에 왔어요. 고국인 과테말라에 한국인도 많고 한국에서 공부하고 돌아온 선배들도 자주 만나다 보니 자연스레 한국에 관심이 생겼어요. KDI국제정책대학원을 다니다 2016년 한국학중앙연구원 한국학대학원에서 한국문화학 석사 학위를 받았고, 지금은 같은 곳에서 사회학 박사 과정을 밟고 있습니다. 춤은 어릴 때부터 좋아했어요. 플라멩코를 잠깐 하다 4년 전 한국에서 탱고를 배우기 시작했어요. 한국무용은 작년부터 국립극장 외국인국악아카데미에서 배우고 있어요. 한국에 오래 머물다 보니 전통예술에도 절로 흥미가 생기더라고요.”


2018년 봄, 아나이스는 페이스북 내 유학생 그룹 ‘KINSA’에서 국립극장 외국인국악아카데미를 알게 됐다. 그녀는 섬세하게 강약을 조절하며 균형을 맞추는 한국무용의 춤사위에 반해 올해로 벌써 세 번째 한국무용을 수강하고 있다. 한국무용반은 기본 춤을 바탕으로 매 학기 다른 춤을 가르치기 때문에 여러 한국무용을 고루 익힐 수 있는데, 그녀는 소고춤?태평무?부채춤을 차례로 배웠다고. 그녀는 동작을 익히는 과정이 힘들기도 하지만, 어디까지 성장할 수 있는지 부딪쳐보고 싶다며 배움을 향한 열정을 내비쳤다.


“한국무용의 가장 매력적인 부분은 균형이라고 생각해요. 움직임이 강하고 정확하지만 동작의 연결이 정말 부드럽죠. 유연하게 균형을 맞추는 모습이 아름다워요. 할 때는 제일 어렵지만요.(웃음) 저는 한국무용에서 리듬을 잡을 때 특히 힘들어요. 느린 동작을 하다 갑자기 빠른 리듬에 맞춰 동작을 바꿔야 하는 게 참 어렵죠.”


2013년 신설된 국립극장 외국인국악아카데미는 한국을 찾은 외국인이 한국 전통공연예술을 흥미롭게 접하고 이해할 수 있는 강의로, 한국무용·판소리·사물놀이 세 분야 수업이 진행된다. 쉽고 재미있는 강의로 주한 외국인의 문화 커뮤니티를 통해 꾸준히 사랑받으며 수강생이 늘어남에 따라 상반기와 하반기로 나눠 각각 입문반·심화반으로 운영되고 있다. 이번 상반기 한국무용반에선 한국무용의 기본 동작을 익히고 부채춤을 터득해보는 시간을 가진다.


아나이스는 2018년 상반기 수업을 마치고 올린 수료공연이 여전히 생생하게 기억난다고 전했다. 수료공연을 목표로 열심히 달려온 시간과 무대 위에서 바라본 객석의 풍경이 행복한 추억으로 남았다고. 그녀는 국립극장 외국인국악아카데미가 좀 더 오랫동안 많은 사람과 함께하길 바란다며 프로그램에 애정을 표했다.


“국립극장 외국인국악아카데미에서 진행하는 모든 과정이 즐거웠어요. 그래서 같은 반 수강생들과 이 특별한 기회를 더 많은 유학생이 알고 참여했으면 좋겠다고 말하곤 해요. 전통예술을 배울 수 있을 뿐만 아니라, 마음 맞는 사람들을 만나 인연을 맺을 수 있는 아주 좋은 프로그램이에요. 사실 외국에선 한국의 전통예술보다 한류에 더 관심이 있어요. 그래서 한국을 찾은 외국인 학생들에게 전통예술을 소개하는 이런 교육 프로그램이 매우 중요하다고 봐요.”


아나이스가 춤출 때 항상 되새기는 말은 ‘지금 여기, 춤추고 있는 내 존재만을 생각하자’는 거다. 사념을 버리고, 오로지 춤추고 있는 순간에 집중해야 비로소 진정성 있는 춤이 된다고. 자신에게 춤이란 단지 몸을 움직이는 활동이 아닌, 내 안의 무언가를 표현하려는 노력이라고 덧붙이는 그녀의 진중한 목소리엔 춤과 예술을 대하는 진심 어린 마음이 담겨 있었다.


한 나라의 문화와 예술을 수용하기 위해선 열린 마음으로 온전히 받아들이는 태도가 중요하다고 아나이스는 말한다. 편견 없이 맑은 눈으로 세상을 마주하고, 누구보다 변화의 나날을 소중히 보내는 그녀. 선선한 바람을 보내고 따듯한 볕이 드는 여름이 오면 그녀가 새로이 만들어낼 울창한 이야기에 어서 귀 기울이고 싶다.

 

박효린 좋은 사람들과 맛있는 음식을 먹기 위해 열심히 살고 있는 에디터.
사진 김창제

 

국립극장 외국인국악아카데미
국립극장 외국인국악아카데미는 주한 외국인을 대상으로 한국의 전통공연예술을 체험할 수 있는 기회를 제공하는 실기교육 프로그램이다. 매년 상반기와 하반기 두 차례 진행되며 현재 한국무용·판소리·사물놀이 세 반으로 구성돼 있다. 전통예술에 대한 배경지식이 없어도 기초부터 차근히 배울 수 있는 친절한 커리큘럼과 외국인들의 커뮤니티 역할을 하는 좋은 배움터로서 큰 인기를 얻고 있는 강좌다. 자세한 사항은 국립극장 홈페이지(www.ntok.go.kr)에서 확인할 수 있다.


문의 국립극장 예술교육팀 02-2280-582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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