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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9년 06월호 Vol.353

여우락은 한 번도 뻔한 적이 없었지

프리뷰 1-1┃2019 국립극장 '여우樂(락) 페스티벌'_지난 9년을 돌아보다

여우樂(락) 페스티벌을 새로움·도전·만남과 같은 식상한 단어로 수식할 수밖에 없는 뻔한 페스티벌이라 생각한다면,

바로 지금 지난 9년간 여우락이 만들어낸 놀라움의 기록을 들춰봐야 한다.

신세계로 향하기 위한 열 번째 무대가 이제 막 시작되려 하고 있으니….

 

 

2010~2011 | ‘7월’의 여우락이 탄생하다
2010년 9월 2~11일에 진행된 첫 번째 여우樂(락) 페스티벌(이하 여우락)에는 공명·노름마치·소나기 프로젝트·들소리가 초청됐다. ‘타악 음악’을 기반으로 ‘월드뮤직’을 표방하며 수많은 ‘해외 초청 공연’을 소화하던 팀들이었다. 제1회 여우락은 세계로 뻗어나가던 한국음악의 현주소와, 월드뮤직으로의 가능성을 점칠 수 있는 자리였다. 마지막 날에는 다 같이 잼 콘서트를 선보여 난장(亂場)의 미학을 선사했다.


제1회에 이어 2011년에는 변화에 박차를 가했다. 축제 시기도 7월로 옮겨졌다. 7월이 공연계의 비수기인 만큼 모객에 상대적으로 유리했다. 결국 오늘날 ‘7월=여우락’이라는 도식이 만들어지는 데 큰 역할을 한 셈.
2011년에는 2010년 소나기 프로젝트 멤버로 참여했던 장재효가 음악감독을 맡았고, 공명·들소리·바람곶·토리 앙상블·양방언이 함께했다. 각 공연마다 그들과 친분이 있는 게스트가 초청돼 축제의 다양성을 향상시켰다. 여섯 개 무대 중 출연진이 한자리에서 만나는 잼 콘서트(폐막 공연)가 관객에게 가장 큰 호응을 얻었다. 2010년과 2011년에 이어진 대미의 잼 콘서트는 향후 진행될 ‘여우락식 컬래버레이션’을 예언하는 자리이기도 했다.

 

2012~2013 | 모임과 교감의 여우락이 되다
일정·형식·규모 면에서 예년에 비해 3배 가까이 확장된 2012년 여우락을 대변하는 코드는 ‘양’이다. 7월 3~21일에 21회의 공연이 펼쳐졌다. 미연 & 박재천 듀오·이자람·정민아·꽃별과 같이 솔리스트로 활동하는 음악가와 The 광대·타니모션·민속악회 수리·정가악회·억스·노름마치 등의 단체가 참여했다. 2011년 여우락에 참여했던 양방언이 예술감독이 됐고, 2010·2011년에 가장 좋은 성적과 만족감을 제공한 대미의 잼 콘서트도 어김없이 펼쳐졌다.


2013년 제4회 여우락은 7월 3~27일에 진행됐다. 국악계에선 고(故) 황병기·김정희·푸리·정가악회·앙상블시나위·그림·공명·국립국악관현악단, 대중음악계에선 김수철·한영애, 사진작가 배병우 등이 함께했다. 그간 섭외력의 묘를 발휘하던 축제 측이 기획의 색채를 강하게 내세운 해로 그림과 공명이 만나 ‘바다숲’을, 국립국악관현악단과 한영애·양방언이 함께 ‘조율’을 선보였다. 유료 객석 점유율 100퍼센트. 한국음악을 기반으로 한 축제에서 보기 힘든 이례적인 수치였다.

 

2014~2015 | 여우락. 브랜드가 되다
오늘날에 ‘여우락’이라고 하면 떠오르는 중요한 두 개의 코드가 있다. 바로 ‘7월’과 ‘컬래버레이션’이다. 2011년 제2회 여우락이 ‘7월’의 전통을 세웠다면, 5주년을 맞이한 2014년 여우락은 ‘컬래버레이션’의 전통을 세웠다.
여우락은 평소 악수만 하고 지내던 음악가들이 음악으로 서로를 뜨겁게 껴안게 만들었다. 시작을 알리는 ‘여우락 판타지’부터 폐막작 ‘여우락 올스타즈’까지, DJ 소울스케이프의 디제잉부터 한승석의 판소리까지, 이희문의 민요부터 프리뮤직의 강태환까지 컬래버레이션 작업으로 빚은 14개의 무대를 선보였다. 2014년의 객석 점유율은 117퍼센트. 각 공연은 물론 배면에 있던 ‘여우락 기획력’이 수면으로 떠올랐고 각 공연장의 안일하고 느슨하던 기획력에 일침을 가했다.


예술감독은 내적으론 출연진을 꾸리는 데 중요한 역할을 하고, 외적으론 축제의 색채를 드러내는 상징과도 같다. 2011~2014년을 꾸려온 양방언에 이어, 2015년에는 재즈 보컬리스트 나윤선이 예술감독이 됐다. 나윤선은 예전에 호흡을 맞췄던 해외 음악가들 중 한국음악과 잘 어울릴 것으로 생각되는 음악가들을 대거 초청했다. 허윤정을 비롯해 전영랑·불세출·민영치·숨[suːm]·바라지·이아람·정은혜·국립국악관현악단 등이 국내외 음악가들과 함께했다.


2014년과 2015년은 ‘또 하나의 가능성’을 보여준 해다. 유연한 자세로 여러 장르의 음악을 넘나드는 음악가들은 역시 그와 같은 마니아를 낳는 법. 그래서 자신이 좋아하는 예술가가 국악과 꾀하는 변신이 궁금해 여우락에 와보았다가 한국음악의 묘미에 눈뜨는 계기가 된 것이다. 두 해에 대중음악·재즈의 마니아들이 한데 섞인 새로운 객석 풍경 창출도 2014~2015년 여우락만의 또 다른 특징이 됐다.

 

2016~2018 | 여우락은 접속한다, 고로 존재한다
2016년은 접속의 대상을 확장한 해다. 클래식 음악·대중음악·재즈·영화·드라마·셰프 등 다양한 장르의 아티스트를 내세운 과감한 라인업이 특징이다. ‘1 대 다수’의 만남이 많았던 2015년과 달리 2016년은 이른바 쌍쌍 파티로 서로 다른 ‘두 존재’를 ‘한 쌍’으로 빚는 공연이 주를 이뤘다. 이생강과 신관웅, 조재현과 황석정, 장진우와 준백, 이희문과 프렐류드, 박종훈과 조윤성, 김백찬과 박경훈이 대표적인 예다. 당시 (재)전통공연예술진흥재단 이사장이던 손혜리 제작 총감독은 김희영·고영열·이즘 등 신진 음악가도 과감히 전면 배치해 한국음악의 미래도 가늠해볼 수 있게 했다.


2017년과 2018년의 여우락은 이른바 ‘원일 시대’다. 영화와 무용, 인디 신에서도 독특한 광채를 발휘하던 원일은 예술감독으로 자신의 음악 여정과 경험을 여우락의 여러 갈래에 녹여 넣었다. 이런 그가 방점을 찍은 것은 국악과 인디음악의 교차로였다.
점점 다양성을 추구하는 국악계인 만큼 새로운 소재와 음악 기법에 개방적인 인디음악 신과 그 전방에 서 있던 음악가들을 여우락으로 대거 불러들였다. 다양성은 밖에서 안으로 들어오는 것에 그치지 않았다. 민속음악에 젖줄을 댄 바라지부터 국악계에서 좀처럼 만나기 힘든 밴드 단편선과 선원들, 노선택과 소울소스 등이 만나며 넓은 스펙트럼을 창출했다. 안팎으로의 교류가 서로에게 긍정적인 시너지를 창출한 것이다. 그 결과 잠비나이·마더바이브·선우정아·강이채·두번째달·씽씽·무토·신현필·블랙스트링 등 음악의 다양성을 추구하는 이들이 15개의 무대를 의미 있게 수놓았다. 그 덕에 홍대 거리를 오가는 인디음악 마니아들이 국립극장의 문턱을 처음 밟아보기도 했다.


2018년에도 원일은 한국음악의 역사적 시간을 돌아보는 의미 있는 라인업을 꾸렸다. 1993년 안숙선 명창이 당대 명인들과 함께한 공연부터 오늘날 창작 음악의 불씨가 된 그룹 상상과 바람곶, 그리고 오늘과 미래를 책임질 잠비나이·이아람·김택수 등 11개 공연을 선보였다. 한마디로 뿌리부터 열매까지 훑은 시간이었다. 특히 2017년과 2018년에 개막작으로 원일이 직접 선보인 ‘장단DNA’ 시리즈는 우리 음악의 DNA가 ‘즉흥성’과 ‘만남’에 있음을 몸소 보여준 시간이었다.


여우락이 10주년을 맞은 지금. 사실 이 기록은 여우락이라는 한국음악 창작 진영의 부분이기도 하지만, 동시에 창작 진영을 대변한 전체이기도 하다. 그만큼 여우락의 시간은 우리에게 소중한 실험의 시간이다.

 

송현민 음악평론가. 음악을 듣고 글을 쓰며 부지런히 객석과 책상을 오가고 있다. 급변하는 음악 생태계에 대한 충실한 ‘기록’이 미래를 ‘기획’하는 자료가 된다는 믿음으로 활동하고 있다.

 

2019 국립극장 ‘여우樂(락) 페스티벌’
날짜     2019년 7월 10~14일
장소     블루스퀘어 아이마켓홀·현대카드 언더스테이지
관람료 전석 3만 원
문의     국립극장 02-2280-411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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