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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9년 06월호 Vol.353

여기, 너무나 '여우락스러운'

프리뷰 1-2┃2019 국립극장 '여우樂(락) 페스티벌'_선택과 집중

‘여기, 우리 음악樂(락)이 있다’라는 캐치프레이즈를 내걸고 질주해온 지 만 9년.

이제, ‘여우락스럽다’는 말이 어색하지 않다.

그리고 다가오는 열 번째 여우락은 그 어느 때보다 가장 여우락답게 꾸며질 예정이다.

 

10번째 축제를 기념하는 해인 만큼 세 명의 ‘여우樂(락) 페스티벌’(이하 여우락) 전 예술감독의 판을 하루씩 배치했다. 겉보기에는 이어달리기지만 어찌 보면 또 전쟁이다. 선의의 두뇌 싸움은 이미 시작됐다. 자신만의 출발선을 앞다퉈 은밀히 넘고 있는 세 감독의 5월 중순 현재 머릿속을 염탐했다.

 

양방언의 여우락 ‘Passion & Future’
여우락의 1대 예술감독인 양방언(2012~2014)은 공연 제목을 ‘Passion & Future’로 잡았다. 음악인들의 열정과 미래에 바치는 헌가로 꾸밀 생각이다. 이를 실행할 ‘여우락 드림 오케스트라’도 벌써 구성을 마쳤다. 드럼·베이스기타·바이올린·색소폰·타악·가창 등 10여 명 편제다.
국악기와 서양 악기의 공존과 대화가 열쇠다. 서로 다른 두 세계를 충돌시키는 뜻밖의 발파 작업을 통해 새 굴 하나를 뚫겠다는 것이다. 관객들이 우리 음악으로 쉽게 걸어가게 할 널찍하고 편안한 터널.


대형 국가 행사와 프로젝트를 끊이지 않고 맡아온 그다. 곳간에 대마(大馬)가 즐비하다. 지난 3월 ‘양방언과 국립국악관현악단-Into The Light’에서 연주한 양방언의 첫 교향곡 ‘아리랑 로드-디아스포라’는 광택도 안 벗겨진 새 슈퍼카쯤 된다. 이번 여우락 대잔치를 피해갈 수 없다. 양 감독은 “30분짜리 국악 관현악으로 확장했던 틀을 조금 벗고 원래 방송(KBS 1TV 3.1운동 100주년 특집 다큐멘터리 ‘아리랑 로드’)에서 들려준 형식에 가까운 것을 보여주고 싶다”라고 했다. 애니메이션 ‘십이국기’ 테마 변형도 과제 중 하나다.


다양한 악기와 명연주자들이 교감하되 재즈적 즉흥연주를 지양하고 새로운 교류법을 고심하고 있다. 한국과 일본의 연주자들이 어우러진다. 장재효(타악)·한충은(대금)·박세라(태평소)·권송희(소리)가 일단 자리 잡았다. 여기에 드럼·베이스기타·바이올린·색소폰·기타 등을 일본 연주자들이 맡는다.


이번 여우락이 펼쳐질 블루스퀘어는 양 감독에게 낯설지 않은 무대다. 그는 “바로 이 서울 용산구 블루스퀘어 아이마켓홀에서 2017년 11월, 2018 평창 동계올림픽대회 성공 기원 콘서트를 열었다. 그때도 음악감독을 맡았으므로 장소가 꽤 익숙하다”면서 자신감을 내비쳤다.

 

 

 

나윤선의 여우락 ‘이아람×죠슬렝 미에니엘 after Wood & Steel’
2대 예술감독 나윤선(2015)은 해외 일정으로 참석이 어렵다. 올해 초 새 앨범을 내고 또다시 세계 무대를 마법 목소리로 정신없이 휘젓고 있다. 따라서 이번에는 음악적 전령을 파견한다. 대금 연주자 이아람과 프랑스의 플루트 연주자 죠슬렝 미에니엘. 2015년 한차례 이미 여우락을 달궜던 이색 듀오다. 그후 자라섬재즈페스티벌과 프랑스 무대에도 오른 이들의 듀오 콘서트 브랜드 ‘Wood & Steel’은 이번에 ‘이아람×죠슬렝 미에니엘 after Wood & Steel’(이하 after Wood & Steel)이란 공연 제목으로 ‘시즌 2’를 선언했다.


지난해 여우락 음악감독을 맡았던 이아람은 4년 전의 ‘Wood & Steel’을 연주와 구성 면에서 업그레이드하겠다고 했다. 실은 그 이상이다. ‘after’에 힌트가 있다. 지난해 여우락에서 동서양 음악의 젊은 솔리스트를 모아 비르투오소적인 판을 벌인 공연 ‘after 산조’에서 착안했다. 이아람은 “‘after 산조’에 함께 출연했던 황민왕(타악)·이원술(베이스)·김보라(소리)를 이번엔 ‘after Wood & Steel’에 끌어들여 새로운 색채를 내보겠다”라고 했다.
이아람이 생각하는 여우락의 최대 장점은 예술가에게 최대한 보장해주는 자율성이다. 그는 “여우락은 다른 축제와 달리 아티스트에게 공연의 전권을 맡긴다. 예술가들 스스로 상상력을 펼칠 장을 최대한 넓게 열어주는 것이 여우락의 힘인 셈”이라고 했다.


이번 무대는 연주자로서 이아람과 죠슬렝의 발전상을 엿볼 기회도 될 듯하다. 이아람은 음악그룹 나무의 대표로서, 지난해 여우락 음악감독으로서 연주자를 넘어 기획자로 성장했다. 죠슬렝은 지난해 바벨탑을 콘셉트로 한 ‘바벨’이란 음반을 내면서 인도 타블라·시타르 연주자와도 교류하기 시작했다. ‘after Wood & Steel’은 동서양의 관악기는 물론 재즈·월드뮤직·우리 음악의 새로운 조화가 초절기교 연주자들과 함께 어디까지 꽃피는지 볼 기회다. 양방언·원일 감독의 공연이 블루스퀘어의 중극장에서 크게 한방을 보여주는 무대라면, ‘after Wood & Steel’은 소규모 라이브 클럽인 현대카드 언더스테이지에서 이틀간 펼치는 무대다. 집약된 공간에서 얼마만큼 밀도 있는 공연을 볼 수 있을지 기대된다.

 

 

 

 

 

원일의 여우락 ‘13인의 달아나 밴드’
3대 예술감독 원일(2017~2018)은 이상의 시 ‘오감도’에서 화두를 주웠다. 바로 ‘13인의 아해가 도로를 질주하오’라는 구절에서다. 원 감독은 “여우락의 핵심은 일상에서 탈출하거나 도주하고 질주하는 질풍노도의 힘, 곧 젊음의 정신이라고 봤다”라고 했다.
‘13인의 아해가 여우락을 질주하오’라는 캐치프레이즈에서 멤버 수는 자연스레 13인으로 낙점. 면면을 퍼즐처럼 맞췄다. 우리 음악의 경계를 넘어 새 영토를 꿈꾸는 이들. 이른바 ‘13인의 달아나 밴드’다.


밴드의 중심에 3인의 절창이 포진했다. 첫째는 강권순이다. 그녀는 정가를 중심으로 민요·프리 뮤직까지 소화하는 광폭 소리꾼이다. 둘째로 전송이가 있다. 원 감독이 “한국 재즈 보컬의 미래라 확신한” 목소리다. 스위스 바젤의 세계적 재즈 고등교육 프로그램 ‘포커스이어(Focusyear)’에 한국인 최초로 합격했다. 장래가 밝은 재즈 음악가 7~9명을 뽑아 교육하는 곳이다. 셋째는 밴드 ‘씽씽’으로 해외에도 얼굴을 알린 홍길동 소리꾼 이희문이다. 세 소리의 개성과 아우라가 제각각 어마어마하다.


입체적 놀이판을 떠받칠 연주자들도 만만치 않다. 재즈 베테랑 한웅원(드럼), 별신굿에 능한 박범태(장구·구음), 월드뮤직 그룹 ‘공명’ 소속으로 유별난 소리 공간을 짓는 임용주(모듈러 신시사이저), 그리고 이희문이 합류해 이번 무대에 새로운 사운드를 쌓아올릴 예정이다. 요즘 세계 무대를 제집 드나들듯 하는 박경소(가야금), 박지하(피리·생황)도 뺄 수 없다. 대금 명인 원장현의 가계를 이은 원나경(해금), 고(故) 윤윤석 명인의 아들인 윤서경(아쟁)도 참여한다. 재즈·블루스·팝·록을 넘나드는 서영도(베이스기타), 최우준(기타)의 날렵한 현도 한 칼 휘두를 날을 기다린다. 원 감독은 “13명은 열두 개 한 타(打)를 벗어난 숫자라는 면에서 이탈의 의미도 내포한다”라며 껄껄 웃었다. “위험한 질주, 왜 궤도를 벗어날 듯한 느낌 있잖습니까.”

 

 

 

피날레 ‘열열, 여기 우리 음악이 있다’

피날레 공연은 ‘열열, 여기 우리 음악이 있다’다. 10년간 관객에게 누구보다 많은 사랑을 받은 최다 출연자, 여우락을 통해 결성돼 여전히 왕성하게 활동하는 팀들이 한자리에 모인다. 첫 팀은 공명. 2010년부터 2011?2013년, 또 2017년까지 총 네 번이나 여우락 무대에 올랐다. 두 번째 팀인 두번째달 역시 2014년 첫 무대를 시작으로 2016년부터 지난해까지 4회 출연했다. 마지막으로 유희스카는 지난해 여우락 출연을 계기로 결성돼 한 팀으로 왕성한 활동을 이어가고 있다. 유희스카는 연희컴퍼니 유희와 스카 그룹 킹스턴 루디스카의 독특한 조합에서 나오는 화학반응이 흥미롭다. 공명·두번째달·유희스카는 이어달리기와 이인삼각 달리기를 섞듯 얽히고설키는 잼 콘서트를 준비하고 있다. 20세기 음악사에서 새로 등장한 월드뮤직이라는 물결 속에 함께 출렁이는 우리 음악의 파고를 느껴볼 시간이다. 여우락의 의의와 성과를 되새기는 잔치 끝판, 첫 10년을 마무리할 폭풍의 ‘엔드게임’이다.

 

 

 

임희윤 동아일보 문화부 기자. 매주 라디오에 출연해 랩을 한다. 매년 여우락 페스티벌을 보러 간다.
그림 조성헌 일러스트레이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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