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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9년 06월호 Vol.353

'인터내셔널'이라는 무대 위에서

SPECIAL┃국립국악관현악단 '내셔널&인터내셔널' _ 지휘자 김성진

국가와 음악의 경계를 넘어, 관객의 마음을 끄는 국악 관현악을 선보일 무대.

‘내셔널&인터내셔널’의 지휘자 김성진이 바라고 추구하는 무대다.

 

2017년 ‘베스트 컬렉션III-오케스트라 아시아’ 1부에서 중국 작곡가 탕젠핑의 ‘후토(后土)’가 국악 관현악으로 연주되자 청중은 국악기로만 자아내는 묘한 몰입감에 한동안 말을 잃었다. 세계 작곡가들이 국악 관현악에 관심을 갖게 된 이후 이 같은 몰입과 감동은 더는 낯선 풍경이 아니다. 국제 교류의 일환으로 구성된 지난 국립국악관현악단의 공연들만 돌이켜봐도 알 수 있다. 국립국악관현악단 예술감독이자 ‘내셔널&인터내셔널’의 지휘자로 무대에 서는 김성진. 그와 음악의 경계를 허무는 ‘내셔널&인터내셔널’에 대해 이야기 나눴다.

 

 

예술감독으로 임명된 후 첫 무대다. 곡 선정에 고민이 많았을 듯하다.
임명 후 주어진 첫 업무가 이 공연에 오를 곡을 결정하는 거였다. 국립국악관현악단이 그동안 연주해온 작품을 공부하고 최종 네 곡을 선곡, 한 곡을 위촉했다. 악단의 방향을 보여주면서 국가와 음악의 경계를 넘나드는 곡이 무엇일지 많이 고민한 끝에 한국 작곡가 강준일·임준희·김대성, 외국 작곡가 탕젠핑(중국)·토머스 오즈번(미국)의 곡을 무대에 올리기로 했다.

 

작곡을 공부하고, 뉴욕 시립대학교 퀸스 칼리지에서 지휘를 전공했다. 국악관현악 지휘는 어떻게 시작하게 됐나.
작곡보다 곡을 해석하고 표현하는 지휘에 더 맞는다는 판단에 시작하게 됐다. 유학 후 한국에 돌아온 1999년, 두 달 만에 KBS국악관현악단을 지휘할 기회를 갖게 됐고, 이후 2001년부터 서울시국악관현악단 등 본격적으로 국악 관현악 지휘를 해왔다. 그 후 국악에 매료돼 외국 오케스트라와 작업할 때도 지속적으로 국악을 접목하려 시도해 왔다.

 

두 장르 음악을 해석하면서 느낀 차이는 무엇인가.
서양 음악은 악기군별 음질이 균등하기 때문에 음향의 블렌딩이 어렵지 않다. 오랜 세월을 거치며 여러 해석들이 가감돼 비교적 연주에 용이하다. 하지만 국악 관현악은 다르다. 살아 움직인다. 소리를 만들어내는 입장에서는 매우 힘든 부분이기도 하다. 모든 소리를 획일화해서 음악을 구성하면 위험은 줄어들지만, 국악 관현악은 살아 있는 소리이기 때문에 그 소리로 조화를 이루고 앙상블을 만들어야 한다.

 

이번 ‘내셔널&인터내셔널’에서는 국악 관현악의 어떤 흐름에 주력했나.
어떻게 하면 자연스럽게 숨을 고를까, 각자의 다름을 어떻게 드러낼까에 집중했다. 임준희의 국악 관현악 ‘심향(心香)’은 황병기 명인의 가야금 독주곡 ‘침향무’를 오마주했는데 그의 음악 색깔이 무척 자연스럽게 드러난다. 강준일의 국악 관현악과 해금, 바이올린을 위한 이중 협주곡 ‘소리그림자 No.2’는 해금과 바이올린의 색깔이 분명하게 드러나는 곡이다. 위촉곡인 김대성의 국악 관현악 ‘금잔디’는 청중이 편안하게 들을 수 있는 곡이다. 탕젠핑과 토머스 오즈번은 국립국악관현악단과 이미 작업한 바 있고 이전에 오즈번의 다른 곡을 터키의 한 오케스트라와 연주하며 감명받았었다. 이러한 경험을 바탕으로 그의 곡 중 ‘Haru(하루)’를 선택했다. 그는 이미 우리 음악을 모티프로 한 수많은 곡을 발표했고 이제는 한국 작곡가만큼 우리 음악을 잘 이해하고 있다.


탕젠핑의 비파 협주곡 ‘춘추(春秋)’는 다이내믹하고 극적인 곡이라 연주가 꽤 어렵다. 특히 악기 구성이 다른 중국 관현악 협연곡을 국악 관현악으로 구현해야 한다는 점에서 그렇다. 그럼에도 서로의 음악을 교감하고 나눌 수 있음에 큰 의미가 있다고 생각한다.

 

강준일의 곡은 관객에게 강렬한 인상을 남길 듯하다.

화려함이나 능숙함만이 아닌 잘 쓴 곡은 책 한 권을 읽은 것 같은 깊은 여운을 남긴다.
그렇다. ‘소리그림자 No.2’는 단원들이 좋아하는 곡이다. 강준일은 논리적으로 국악을 표현하려 노력했고, 넘치기보단 절제하려고 했다. 이번 무대에서는 해금 연주자 정수년과 바이올리니스트 이경선이 만난다. 해금과 바이올린, 국악 관현악이 대립하며 조화를 이루는 구도다. 이미 정상에 서 있는 두 연주자의 첫 만남이 기다려진다. 더불어 훌륭한 연주자들이 국립국악관현악단의 레퍼토리와 만나는 기회가 늘어나길 바란다.

 

레퍼토리의 개발은 단순히 곡 수를 늘리는 게 아니라, 명곡을 갖는 거라 생각한다.

그리고 명곡의 순환이 이루어져야 한다고 생각한다.
애써 만든 곡이 쉬이 사라지는 것만큼 안타까운 일이 없다. 이를 위해 한번 만들어진 곡도 끊임없이 갈고닦아 최종 완성본을 남기는 게 중요한 작업이라고 생각한다. 그것은 작곡가에게 좋은 일이다. 악단은 그 곡을 중심으로 관객을 개발하고, 미래의 음악가를 발견해야 하는 의무가 있다. 무엇보다 한국적인 색채를 이루고, 그것을 찾게 만들어야 한다고 생각한다. 다른 여러 나라의 오케스트라를 경험하며 느낀 점이다.

 

외국 작곡가들이 한국 음악에 관심이 많은 이유가 무엇이라고 생각하나.
‘소재’의 고갈이다. 그들은 이미 많은 곡을 보유하고 있고, 한정된 사운드 안에서 음악을 만든다. 몇 해 전 독일 베를린에서 한 유명 작곡가가 발표한 곡에서도 소재의 빈곤이 느껴졌다. 상황이 이러하다 보니 색채·주제·연주 방법 측면에서 신선하게 느껴지는 우리 음악에 굉장히 관심이 많다. 외국 작곡가들이 현대적이고 세계적인 우리 음악을 본격적으로 듣기 시작하면 앞으로 더 많은 교류가 이어질 것이다.

 

이제 ‘끊임없는 시도’라는 말은 국립국악관현악단에 어울리지 않는다. 그들만의 사운드와 연주법이 동시대 우리 음악을 끌어가고 있는 지금, 한계와 경계를 허용하지 않는 그들의 열린 수용력은 가히 독보적이다.

 

정우정 음악평론가. 한국음악·한국춤·현대 예술과 관련한 글을 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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