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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9년 04월호 Vol.351

교은아, 엔통이랑 노래하자

VEIW 프리뷰4┃국립국악관현악단 어린이 음악회 '엔통이의 동요나라'

배우의 율동과 구성진 연주가 이어질수록 객석에 앉은 아이들의 목소리도 커진다. 어른도 즐겁다.

아이뿐 아니라 어른도 추억에 빠져 즐겁게 만드는 엔통이의 마법이 일어나는 순간이다.

 

 

여섯 살 교은이의 그림엔 태어난 지 한 달 된 동생이 없다. “아빠는 소파랑 붙어 있어서 소파 색으로, 엄마는 좋은 냄새가 나서 주황색, 나는 귀여우니까 노란색, 동생은 안 그렸어요. 난 동생이 싫거든요.” 교은이는 동생이 태어난 뒤부터 부모님의 관심이 자신에게 멀어졌다고 느낀다. 같이 놀 친구가 없어 혼자서 쓸쓸하게 놀이터를 맴돌며 엄마·아빠를 원망하던 교은이 앞에 음악 친구 엔통이가 나타난다. 교은이는 동요나라에서 엔통이와 함께 노래 부르며 즐거운 시간을 보내다 부모님이 얼마나 자신을 사랑하는지 깨닫는다. “아르랑 아르랑, 달래 달래 엔~통” 하고 외치는 엔통이의 마법 주문과 함께 행복한 결말로 끝나는 이 이야기는 국립국악관현악단 어린이 음악회 ‘엔통이의 동요나라’ 줄거리다.


지난해 첫선을 보인 어린이 음악회 ‘엔통이의 동요나라’가 5월에 다시 돌아온다. ‘땅속 두더지 두디’(2013) ‘아빠사우루스’(2016)에 이어 국립국악관현악단이 내놓은 야심작이다. 지난해 큰 사랑을 받은 데 힘입어 올해 재공연한다. 국립극장의 마스코트이기도 한 엔통이는 교은이 엄마 아빠의 어린 시절 친구였던 신비한 존재다. 잘 웃는 ‘까르르 엔통이’, 매사가 까칠한 ‘까칠이 엔통이’까지 세 친구는 현실에서 동생이 생긴 아이들이 느낄 소외감을 교은이를 통해 이해해주고 달래준다.


엔통이들이 교은이로 대변되는 어린이 관객을 위로하고 즐겁게 해주는 수단은 동요다. 그것도 국악기로 연주하는 특별한 동요들. ‘엔통이의 동요나라’는 ‘섬집 아기’ ‘아빠의 얼굴’ ‘연날리기’ 등 오랫동안 사랑받아온 동요에서부터 ‘뚤레뚤레’ ‘다섯 글자 예쁜 말’ 등의 최신 동요, 함현상 음악감독이 새로 작곡한 ‘아무 없어’ ‘엔통이의 노래’까지 모두 17곡의 동요를 들려준다. 모든 음악은 가야금·거문고·대금·아쟁 등 국악기로 구성된 13인조 국립국악관현악단이 라이브로 연주한다. 특히 엔통이들과 교은이가 함께 놀이하며 부르는 동요 ‘무궁화 꽃이 피었습니다’ ‘우리 집에 왜 왔니’ ‘둥글게 둥글게’ ‘대문놀이’ 등은 관객이 공연에 참여하며 함께 부를 수 있어 호응이 높다. 배우의 율동과 구성진 연주가 이어질수록 객석에 앉은 아이들의 목소리도 커진다. 어른들도 즐겁다. 어린 시절 했던 놀이고, 어른이 된 지금도 아이와 함께 부르고 있을 놀이노래여서다. 엔통이의 마법이 아이들뿐 아니라 어른들도 추억에 빠져 즐겁게 만드는 순간이다. 메들리처럼 이어지는 친근한 동요들 속에서 아이들이 신나게 노래를 따라 부른다. 아는 노래도 국악기로 연주하면 신나는 멜로디에 구수한 맛까지 더해져 더 정겹게 들린다.


친근한 노래가 아이들의 흥을 돋운다면 아기자기한 무대는 시선을 사로잡는다. 원형인 하늘극장의 무대는 주인공인 교은이가 꾸는 꿈속 세상으로 꾸며졌다. 화려한 색채의 하늘을 배경으로 달 모양의 구조물을 매달아 꿈나라를 표현했다. 무대를 둘러싼 반원형 트랙에는 색색의 고무공을 채운 볼풀을 여러 개 만들어 배우들이 뛰어들어 놀거나 음악을 감상하는 공간으로 활용한다.


아이들이 자연스럽게 몰입할 수 있는 이야기와 함께 부르기 좋은 동요를 접목한 ‘엔통이의 동요나라’는 국악기와 국악을 친근하게 접할 수 있다는 특별한 매력도 있다. ‘25개의 줄을 가진 가야금’ ‘6개 줄의 거문고’ ‘줄을 뜯기도 하고 활로 연주도 하는 대아쟁’ ‘바람소리처럼 들리는 대금’ ‘작지만 아주 큰 소리를 내는 피리’ 등 일상에서 접하기 어려운 각 악기의 음색을 들어보는 기회를 제공한다. 악기 소개와 함께 짧은 솔로 연주도 들려주는데 악기가 어울려 화음을 낼 때 들려오는 튀는 소리가 어떤 악기 소리인지 부모와 아이가 함께 얘기해볼 수 있다. 공연 중 떠들어도 이상할 게 없는 참여형 공연이기에 편하고 즐겁게 얘기하고 노래하며 공연의 흐름을 따라갈 수 있다.


이 때문에 ‘엔통이의 동요나라’는 아이들의 첫 국악 공연으로 추천할 만하다. 어린이 국악 음악회가 거의 없는 척박한 실정에서 전통음악의 전달이란 목적을 종합예술 형태로 영리하게 접근한 공연은 국악을 동요로 접할 수 있어 진입 장벽이 낮다. 전통예술은 대중적이지 못하다는 인식이 어제오늘 일은 아니지만 어릴 때부터 국악을 접할 수 있다면 어른이 되었을 때 국악에 대한 거부감을 줄일 수 있다.


사실 요즘 아이들에게 가장 흥미로운 건 텔레비전과 유튜브다. ‘시크릿쥬쥬’ ‘신비아파트’ ‘헬로카봇’ 같은 애니메이션과 유튜브 속 헤이 지니와 캐리 언니에게 마음과 시선을 뺏긴 아이들에게 국악은 흥미를 느끼기 쉽지 않은 장르다. 자극적인 가사와 멜로디의 애니메이션 주제가나 대중음악인 아이콘의 ‘사랑을 했다’ 같은 노래들만 줄줄 외우는 아이들이 전래동요나 전통음악의 아름다움과 소중함을 느낄 수 있는 공연이 없는 게 현실이다. 유아기의 음악 경험이 평생의 음악적 기호를 결정한다는데 아이들이 좋아하는 캐릭터가 나오는 뮤지컬 공연 등을 보고 나면 남는 거라곤 아이 손에 들린 장난감밖에 없어 허전한 마음이 드는 게 부모들이다.


이 공연에 한 가지 아쉬운 건 캐릭터 엔통이의 인지도다. 아이를 겨냥한 공연이 이미 인기 있는 캐릭터를 내세워 만들어진다는 점을 감안하면 엔통이를 익숙한 캐릭터로 만드는 노력이 필요해 보인다. ‘엔통이의 동요나라’ 외에도 엔통이를 활용한 다양한 어린이 공연을 국립극장이 모색해볼 필요가 있다. 캐릭터의 힘은 약하지만 ‘엔통이의 동요나라’에는 일반 캐릭터 공연과는 비교 불가한 매력으로 가득하다. 국악기로 연주하는 특별한 동요로 아이도 어른도 함께 교감하며 노래 부르고 즐길 수 있는 공연임에는 틀림없다.

 

김미영 한겨레신문 공연담당 기자. ‘한겨레’가 만드는 다양한 매체에서 글쓰기를 하고 있다. “알고자 하는 자는 용기를 가져라”라는 계몽주의 표어처럼 전진해야 할 때 두려워하지 않는 기자가 되려고 노력 중이다.

 

국립국악관현악단 어린이 음악회 ‘엔통이의 동요나라'

 

날짜     2019년 5월 2~18일
장소     국립극장 하늘극장
관람료  전석 2만 원
문의     02-2280-411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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