바야흐로 꽃이 피어나고, 만개한 꽃 사이로 사랑이 넘쳐흐르는 계절이 돌아왔다.
4월, ‘정오의 음악회’는 우리 주변에 가득한 바로 그 ‘사랑’을 우리 음악과 함께 만나본다.
봄이다. 비록 미세먼지 덕분에 때때로 마스크를 쓰고, 미간을 찌푸리고 거닐긴 해도 온몸으로 봄을 느낄 수 있다. 운이 좋은 날에는 화창한 하늘 아래 손 흔드는 개나리와 줄을 맞추며 강변도로를 달릴 수 있고, 또 벚꽃이 흐드러진 어느 날에는 윤중로를 걸으며 바람이 불 때마다 내리는 ‘꽃비’를 맞아볼 수 있다. 옷차림은 점점 가벼워지고, 화사해지고 마음 또한 하릴없이 두둥 떠오른다. 그래서 4월을, 그리고 봄을 ‘사랑의 계절’이라 하나 보다.
사랑이 이제는 나와 관계없는 말이라 말하는 사람도 있겠지만 사랑이 어디 이성 간의 사랑만 있을까? 내 모든 것을 다 주어도 아깝지 않은 아이, 부르는 것만으로도 뭉클한 부모님, 깊어지는 주름과 늘어나는 흰머리를 서로 예쁘다 해주는 인생의 동반자와 친구들. 그 모든 사람과 우리는 매일매일 사랑하며 살고 있다. 그리고 4월 10일 하늘극장에서 열리는 ‘정오의 음악회’는 그런 사랑 이야기를 우리 음악과 함께 펼쳐낸다.
‘사랑’을 주제로 열리는 정오의 음악회 4월 공연은 봄을 닮은 화사한 음악, ‘모리화’ ‘남도아리랑’ ‘고향의 봄’으로 시작한다. 그리고 이어지는 ‘정오의 협연’에서는 국립국악관현악단의 아쟁 연주자 허유성·정재은이 협연자로 나서 아쟁 협주곡 ‘상상(想像)’을 들려준다. 이 음악은 아이들이 즐겁게 뛰노는 장면을 소리로 표현한 곡으로 허유성 단원이 작곡자 오혁에게 직접 위촉한 작품이다. 가볍게 감상할 수 있는 리듬에 어릴 적에 한 번쯤 친구들과 불러봤을 노래가 아쟁으로 연주된다고 하니 이제는 상상으로만 만나볼 수 있는 내 어린 시절의 사랑스러운 추억을 이 음악과 함께 떠올릴 수 있을 것 같다.
‘사랑’ 중에는 그 누구도 거역할 수 없는 절대적인 사랑이 있다. “신이 모든 곳에 있을 수 없기에 어머니를 만들었다”라는 말이 있듯이, 어머니의 사랑은 때로는 자애롭고 때로는 엄격하며 때로는 가슴 아프다. 그리고 우리나라 어머니의 표상으로 불리는 이가 한 명 있다. 바로 신사임당. 이번 공연에서는 신사임당의 작품 ‘산수묵죽’에서 영감을 받은 작품도 만날 수 있다. 국립무용단의 조수정 단원이 국립국악관현악단원들과 함께 ‘정오의 어울림’을 선보이는데 무대 위에 천을 깔고, 그 위에서 마치 발디딤으로 그림을 그리듯, 부채를 들고 춤을 추며 ‘산수묵죽’을 표현한다고 한다. 그리고 그 춤사위가 국립국악관현악단이 연주하는 경기 시나위 가락과 함께 어우러진다고 하니 그동안 보지 못했던 새로운 어울림이 될 것이다.
‘사랑’을 표현하기 가장 좋은 것 중 하나는 노래가 아닐까? 연인의 집 창가에서 부르는 세레나데, 미래를 약속하는 청혼가, 사랑하는 이와 헤어진 아픔을 노래하는 이별가처럼…. 4월 ‘정오의 스타’로 등장하는 그룹 V.O.S는 풍부한 성량과 환상적인 하모니로 사랑과 그리움을 노래한다. 김경록·박지헌·최현준이 만들어내는 정통 발라드와 국악관현악의 어울림이 기대된다.
‘정오의 음악회’ 마지막 무대이자 매달 새롭게 초청되는 지휘자가 직접 선곡한 음악을 듣는 ‘정오의 초이스’에서는 조원행이 작곡한 국악 관현악을 위한 ‘청청(淸靑)’이 연주된다. 제30회 대한민국작곡상 우수상 수상작이기도 한 이 음악은 봄이 우리에게 들려주는 소리를 관현악으로 담은 곡으로 봄의 생기와 활력, 에너지를 느낄 수 있다. 4월의 지휘자 심상욱이 이 곡을 선택한 이유는 무엇일까? 그는 이 음악이 시작부터 사랑스럽다고 말한다. 각 장단과 박자의 변화에서 러브스토리가 그려져 봄과 사랑의 느낌을 충분히 생동감 있게 청중에게 전달할 수 있을 것이라 생각해 이 음악을 선곡했다고 한다.
서울대학교 국악과와 동 대학원에서 국악 지휘를 공부하고 미국 유타 음악대학원에서 오케스트라 지휘를 배운 심상욱이 ‘정오의 음악회’의 주인공이자 국내 정상급 국악 오케스트라인 국립국악관현악단과 만들어내는 우리 음악. 그리고 ‘사랑’ 이야기를 묵직한 목소리로 전해줄 사회자 박정자의 무대를 설레는 마음으로 기대하며 ‘사랑’ 하면 떠오르는 가곡의 가사 하나를 소개해본다.
사랑을 찬찬 얽동여 뒤 걸머지고 태산준령(泰山峻嶺)을 허위허위 넘어가니
모르는 벗님네는 그만하여 버리고 가라 하건마는
가다가 자질려 죽을 센정 나는 아니 버리고 갈까 하노라
-여창 가곡 반우반계 환계락-
글 박근희 1995년 MBC TV ‘새미기픈믈’을 시작으로 KBS 클래식FM과 국악방송 등에서 라디오 원고를 썼다. 리뷰·칼럼·기사 쓰기 등 국악과 관련된 많은 일을 했지만 여전히 모든 것이 새롭다.
국립국악관현악단 ‘정오의 음악회’
날짜 2019년 4월 10일
장소 국립극장 하늘극장
관람료 전석 2만 원
문의 국립극장 02-2280-411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