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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9년 02월호 Vol.349

문화예술에서 답을 찾다

예술배움┃싱가포르 예술교육

한국만큼이나 교육열이 높기로 유명한 나라 싱가포르가 변화하고 있다.
문화예술에서 국가 성장 동력을 찾는 싱가포르의 예술교육 현장을 들여다본다.

 

싱가포르는 우리나라와 교육환경이 꽤 유사하다. 부존자원이 부족해 인적자원에 대한 투자 비율을 높여 국가 경쟁력을 향상시키고자 하는 만큼, 어
려서부터 치열한 경쟁이 시작되는 교육으로도 유명하다. 싱가포르의 학제는 초등학교 6년, 중학교 4년의 기본 교육 10년과 후기 중학교 2년의 6-4-2체제로 구성된다. 학생들은 초등학교 6년 과정을 마치면 중학교 진학을 위한 졸업시험을 치르고, 그 결과에 따라 중학교 특별과정·보통 학습
과정·보통 기술과정에 배치된다. 이런 교육제도는 명망 있는 중학교에 입학하기를 원하는 학생들을 치열한 입시 경쟁 속에 놓이게 한다. 그러나 지
나친 경쟁 위주의 교육 방식은 창의적인 인재 양성이라는 교육 목표 아래 재고되고 있으며, 최근들어서는 ‘사고하는 학교, 학습하는 국가’라는 비전을 통해 ‘덜 가르치고, 더 학습하자’라는 구체적인 교육개혁을 펼치며 21세기의 교육을 다시 한번 재정비하고 있다.

 


창의적인 인재를 육성하기 위한 대안으로 고려되고 있는 예술교육은 문화예술 영역에서도 화두다. 사실 싱가포르에서 문화예술 영역은 경제 발전이 최우선되는 사회 분위기 속에서 거의 주목받지 못했다. 그러다가 1980년대에 들어 경제 발전을 위해 그동안 투자한 과학과 기술 영역에서 침체를 겪자, 싱가포르는 경제 성장 동력을 모색하기 위해 문화예술을 국가 경쟁력 제고 방안으로 고려하기 시작한다. 그리고 르네상스 시티 프로젝트를 계획하고 실행해 ‘아시아의 예술 중심지’로의 도약을 준비했다. 세 단계에 걸쳐 진행된 르네상스 시티 프로젝트는 2015년까지 지속됐다. 이 프로젝트가 진행되는 기간에 싱가포르 내에 에스플레네이드·플레이엄·아트 그라운드·국립미술관·예술과학박물관·싱가포르 미술관 등 다양한 문화시설이 설립되고, 특색 있는 예술교육 프로그램이 각 기관에 편성·운영되도록 도왔다.


2010년부터는 문화예술전략계획(ACSR; Arts and Culture Strategic Review)을 수립해 2025년까지 실행한다. ACSR의 주요 내용은 크게 두 가지로 문화예술 분야 전공자들의 역량 함양을 제도적으로 돕는 것과 모든 사람이 언제, 어디서나 예술과 문화를 경험하고 즐기도록 지원하는 것으로 나뉜다. 전공자들을 대상으로는 재능 있는 인재들이 해외에 나가 기량을 향상하고 인정받는 상황에 문제 의식을 갖고 인재들이 자국에서 잠재력을 발휘할 수 있도록 제도적 장치를 마련하는 데 중점을 두고자 했다. 많은 사람이 예술과 문화를 즐기는 환경을 만들기 위해서는 초·중등 학생들을 대상으로 지역사회의 문화시설 및 예술가와 연계해 예술교육을 우선 시행하고 있다. 이를 위해 국가예술위원회(NAC; National Art Council)는 유아부터 청소년을 대상으로 한 양질의 예술교육 프로그램을 개발하고 엄선해 필요한 기관과 학교에 제공한다. 필요에 따라 기획자는 유치원·학교·기관 등을 방문해 학습 대상에 맞게 프로그램의 내용을 재설계해 현장 적합성을 높이는 데 기여한다. 그뿐만 아니라 학교로 찾아가는 예술가 시스템(AISS; Artist In School Scheme)을 도입해 교사와 예술가가 예술교육 프로그램을 함께 계획하고 교육한다. 물론 각 기관에서 AISS를 운영하기 위해서는 일부 부담금을 지불해야 하지만, 여건에 따라 70퍼센트까지 NAC로부터 지원을 받는다. 이와 같은 지역사회의 문화시설과 예술가 연계 프로그램은 학교 안의 제한된 여건을 풍성하게 해주는 데 도움이 된다. 국내의 한국문화예술교육진흥원에 서 실시하고 있는 학교문화예술교육과 서울시 교육청에서 실시하는 협력종합예술활동 프로그램과 유사한 형태라고 볼 수 있다.

 

미술관과 초등학교를 잇는 예술교육 1996년에 설립된 싱가포르 미술관은 주로 동남아시아의 그림·조각·설치미술·움직이는 미디어 등 다양한 현대미술 작품을 전시하고 있다. 필자가 이곳에 방문했을 당시 ‘Think contemporary!’라는 주제로 인근에 있는 초등학교와 함께 예술교육 프로그램을 진행하고 있었다. 참여 대상은 초등학교 4학년 학생들이었으며 ‘아이들의 꿈과 희망, 미래’ ‘싱가포르의 정체성’ ‘싱가포르의 자랑거리’ 등 세 가지 주제를 가지고 공예·사진·영화·미술 등 다양한 표현 방식으로 작품을 만들었다. 작품은 전시와 영화 상영 두 가지 형식으로 공개됐다. 전시에는 학생·학부모·교사·미술관 전시 관계자 등 많은 관람객이 찾아 한 자리에 모여 학생들의 작품을 즐겼다. 작품 전시에서 가장 흥미로웠던 주제는 ‘싱가포르 정체성’이었는데, 학생들은 이에 대해 ‘다문화 사회’라는 주제를 가지고 다양한 창작품을 선보였다. 토론 수업이 발달한 싱가포르의 교육 방식을 드러내듯 적극적으로 작품을 설명하기도 했다. 교사와 학생들이 작품을 만들기 위해 얼마나 많은 고민과 생각을 이어왔는지 충분히 느낄 수 있었다.

  

 


싱가포르의 정체성인 ‘다문화 사회’를 표현한 작품 중 첫 번째는 세라믹 공예 작품이었다. 여러 층의 아파트에 각기 다른 인종의 사람들이 살고 있는 것을 표현하고 있었다. 학생 인터뷰에 따르면 이 작품은 중국인·유라시안·말레이시아인 등 다양한 인종의 사람들이 싱가포르에서 함께 조화를 이루며 공존 하는 모습을 표현한 것으로 이것이 바로 싱가포르의 정체성임을 보여주고 싶었다고 한다.


두 번째 작품은 푸드 아트와 그것을 촬영한 사진 전시였다. 학생들은 “저희가 만든 이 음식을 보면 다양한 맛이 어우러져 있는 것을 느낄 수 있어요. 다문화인 싱가포르처럼 이 음식에는 다양한 재료가 섞여 있어요. 하나의 볼 안에 여러 음식이 섞여 있죠. 이것이 바로 싱가포르 현재 모습입니다”라고 설명을 덧붙였다.


싱가포르 학생들이 자국의 정체성을 ‘다문화 사회’로 인식하고 예술 창작의 소재로 자연스럽게 다룰 수 있는 이유는 어려서부터 시작하는 다문화 교육의 영향이 크다는 데 있다. 지도교사는 싱가포르 아이들이 유치원 때부터 지역 내에 위치한 차이나타운·리틀인디아·말레이시아타운 등으로 견학을 가고, 수업 시간에 싱가포르를 구성하고 있는 인종의 구성·특징에 대해 비디오와 사진 자료 등을 통해 배운다고 한다. 그렇기에 아이들은 싱가포르의 정체성을 ‘다문화 사회’로 자연스레 인식하게 된다. 미술관과 초등학교 연계 예술교육 프로그램은 학생들에게 학교에서 배운 내용을 다양한 형식으로 창작하고 전시할 기회를 제공한다.

 


 

이와 같은 일련의 예술 창작 과정을 경험한 학생들은 예술가의 작품 제작 과정을 이해할 수 있으며, 미래의 예술가와 향유자로 성장할 수 있게 된다. 모든 전시와 영화 상영이 끝난 후에는 미술관 앞마당에 마련된 음식을 즐기며 즐거운 시간을 공유했다. 가족과 함께 혹은 지인들이 모여 미술관 앞마당에서 저녁 한때를 즐겁게 보내는 모습은 참으로 행복해 보였다.

 

유지선 고려대학교에서 교육학으로 박사 과정을 수료하고, 상명대학교 문화예술교육센터 강사로 활동하고 있다. 초중등학교 예술교육과정·문화예술교육·질적 연구에 관심이 있다.


사진 제공 싱가포르 미술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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