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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9년 02월호 Vol.349

사유와 경험을 말하다

SPECIAL┃무용수 인터뷰

무대 위에서 일어나는 모든 일을 직접 경험하고 사유할 수 있는 존재는 오직 무용수 뿐이다.
지난 공연을 곱씹으며 새롭게 시간의 나이를 쌓아가고 있는 일곱 명의 무용수를 만나봤다.

 

‘발아하고-맺고-영글다’ 만물 성장의 3단계, 국립무용단 ‘시간의 나이’가 어느새 국내에서 3단계, 아니 세 번째 공연을 준비한다. 2016년 초연 이후 국내외에서 꾸준히 재공연되고 있는 ‘시간의 나이’는 ‘2015-2016 한·불 상호 교류의 해’를 기념해 국립극장과 프랑스 샤요국립극장이 공동 제작한 작품이다. 또 프랑스의 국민 안무가라 불리는 조세몽탈보와의 협업으로 시작부터 큰 화제를 모았다. 특히 국내외 언론에선 몽탈보와의 협업 소식에 그의 연출 기법과 국립무용단과의 작업에서 오는 시너지 효과에 대해 수차례 보도하며 관심을 보였다. 사정이 그렇다 보니 일각에선 초연 후 3년이 지난 지금, ‘시간의 나이’에 대해 새로운 이야깃거리가 더는 없을 것이라 말하기도 한다. 하지만 우리가 아직 듣지 못한 이야기가 있다. 바로 ‘시간의 나이’ 무대에 섰던 무용수들의 생각이다. 먼발치에서 관찰하는 제3자의 시선이 객관적일 때도 있지만, 이들은 직접 경험하고 느끼고 생각한 것들을 말할 수 있는 유일한 존재다. 세 번째 국내 무대를 준비하며 이들의 생각과 마음은 어디로 흘러가고 있을까. 오랜만에 ‘시간의 나이’ 공연을 준비하고 있는 일곱 명의 무용수를 만나봤다.

 

 

 

김미애 개인적으로는 체력적으로 좀 힘들어서 걱정하고 있어요. 또 재공연이기 때문에 타성에 젖게 될까봐 경계하는 부분도 있고요.
윤성철 올해는 지도 단원으로 참여해 무대에 직접 서진 않지만 어떤 공연이든 무대에 오르기 전엔 늘 설렙니다. 특히 국내에선 호불호가 갈린 작품이라 잘해야 한다는 부담도 있고요.
장현수 설렘과 걱정이 함께 드네요. 첫 공연 때의 저와 지금의 저는 많이 다르기 때문에 어떤 움직임이 나올지 궁금해요. 재공연인 만큼 잘해야 한다는 긴장된 마음과 걱정도 있고요.

 

프로 무용수고 재공연이지만 항상 무대를 걱정하며 긴장하는 이들의 진심에서 묵직한 책임감이 느껴진다. 한편에선 오랜만에 서게 될 ‘시간의 나이’ 무대에 대한 기대와 설렘 가득한 답도 이어졌다.

 

박기량 지금 이 순간 제게 드는 감정은 설렘, 설렘, 설렘입니다. 제게 ‘시간의 나이’는 늘 행복이거든요.
박지은 안무가 조세 몽탈보, 조안무가 조엘 이프리그와 한국에서 다시 만날 생각을 하니 반갑고 설레요. 어떤 공연이든 재공연한다는 건, 작품의 성공을 뜻하기도 하잖아요. 그런 의미에서 뿌듯하기도 하고요.


무용수들이 떠올리는 다양한 감정을 듣고 있노라니 이들이 경험한 무대가 무척 궁금해졌다. 그때 그 무대를 다시 볼 수 있다면 좋겠지만, 그럴 수 없으니 이들의 기억 속에 가장 강렬했던 순간을 되짚어보았다.


장현수 공연을 준비하며 아프리카춤을 배운 때가 기억납니다. 춤이 세계 공통 언어라는 것을 다시 한번 깨달은 순간이죠. 언어나 피부색과 무관하게 문화로 공감대를 형성하고 언제 어디서나 친구가 될 수 있는 힘이 춤에 있더라고요.

박기량 초연 때 인대가 파열돼 그간 준비했던 장면을 소화할 수 없었어요. 그때 몽탈보가 앉아서라도 출연하는 것을 제안했고, 정말 앉아서 무대에 올랐죠. 무용수가 앉아서 무대에 오르는 경험은 정말 드물 거예요. 그때의 강렬한 기억을 잊을 수가 없어요.
정길만 ‘한량무’ ‘부채춤’ 등 다양한 한국춤을 해체하고 재창작해 선보인 1장이 기억에 남습니다. 한국춤의 뒤틀림이나 변질을 시도하지 않으면서 현대로, 즉 지금의 현실로 오게 했다는 점에서요.

 

이들은 전통에 대한 사유로, 교류와 공감에 대한 기억으로, 다시 경험키 어려운 특별함으로 ‘시간의 나이’를 기억하고 있었다. 초연은 ‘처음’이라는 데서 오는 두려움과 기대 그리고 무대에 오르기 전엔 보이지 않는 것들 때문에 아쉬움이 남기 마련이다. 하지만 공연 회차가 쌓이고 무대가 이어지면 안무가와 무용수 모두 각자의 영역에서 자신만의 노하우와 깊이를 축적하게 된다. 그리고 그 모든 노력의 순간이 무대에서 발현될 때 관객은 큰 박수와 환호로 이들을 격려한다. 무대 위 무용수는 관객이 쏟아내는 격렬한 환호를 온몸으로 흡수하는 존재다. 그렇기에 이들이 기억하는 열광의 순간 역시 특별한 경험이 된다.

 

          

 

 

이재화 프랑스에서 가장 뜨거운 반응을 일으킨 장면은 3장이었어요. 외국 관객에게 한국의 ‘무당’이라는 존재는 낯설었을 거예요. 신기해서 더 열광적인 반응을 보였는지도 모르죠.

박기량 작품의 피날레인 3장 ‘포옹’에서 음악이 갖는 에너지와 상충되는 춤을 반복적으로 추죠. 그 모습이 신선해 보였던 것 같아요.
정길만 3장이 시작될 때 영상에 ‘포옹’이란 단어가 뜹니다. 21세기 샤머니즘의 신기루가 한국춤과 재회하는 순간을 보여주는 장이죠. 이때 몽탈보는 프랑스의 상징과 같은 라벨의 ‘볼레로’를 틀어놓고 인류를 위한 굿을 한판 벌입니다. 관객이 큰 반응을 보였던 장면이죠.

 

일부 무용수는 자연과 세계에 대한 메시지를 담은 2장을, 한국춤을 모티프로 만들어진 1장을 꼽기도 했지만, 대부분은 관객이 가장 뜨거운 반응을 보인 무대로 3장을 꼽았다. 이토록 강렬하게 관객을 사로잡은 ‘시간의 나이’를 설명하고 이해하기 위해서 빼놓을 수 없는 이름이 있다. 바로 안무가 조세 몽탈보다. 그는 안무의 영역을 넘어서서 공연의 많은 부분에 자신을 투영시켰다. 처음부터 끝까지 그의 상상력이 닿지 않은 곳이 없기에, 그의 존재는 눈을 감아도 느껴질 만큼 크다. 그런 그와 함께 무대를 만들어간 무용수들은 그만큼 그를 가까이서 지켜보고 경험했을 것이다. 국립무용단의 무용수들이 바라본 몽탈보는 어떤 안무가이자 어떤 사람이었을까.

 

박기량 그는 우리가 갖고 있는 본질이 무엇인지 파악하려고 애썼던 것같아요. 그리고 그것을 자신만의 스타일로 해체해 작품을 만들었죠. 박지은 보통의 공연과 달리 비교적 일찍부터 무대에서 리허설하듯 연습했어요. 무대라는 장소가 주는 특별함 때문인지, 기가 쏙 빠질 정도로 에너지 소모가 컸죠. 그런데 첫 공연이 있는 날 조엘 이프리그가 한 사람 한 사람에게 꽃을 선물했고, 파리에서 첫 공연할 때는 조세 몽탈보가 무용수들에게 손 편지를 써줬어요. 너무나도 감동적인 순간이었죠. 안무가에게 애정이 생기고 나니 작품도 더 좋아지더라고요. 무용수이자 예술가이기 전에 한 사람으로 저를 정비하는 계기가 됐어요.

윤성철 자신만의 세계가 확실한 것 같아요. 물론 무용수 입장에서 피곤하게 느껴질 때도 있었지만, 덕분에 재미있는 작업을 할 수 있었어요.
이재화 A를 A로만 보는 게 아니라 B로도 볼 줄 아는, 남다른 시선을 가진 예술가인 것 같아요.

 

우리에게 몽탈보는 영상 작업에 능통한 안무가, 전통과 현대 사이에서 파격적인 실험을 주저하지 않는 예술가로만 알려져 있었다. 하지만 국립무용단원들의 이야기를 들으니 그는 누구보다 따뜻한 사람이고, 파격적인 실험 이전에 다름을 이해하고자 끊임없이 노력하는 안무가이며, 남다른 시선으로 자신만의 이야기를 쌓아가는 예술가로 다가온다. 마지막으로 이들에게 ‘시간의 나이’가 어떤 의미인지 물었다. 이들의 답을 통해 우리도 우리만의 ‘시간의 나이’를 떠올려보면 어떨까.

 

김미애 하나의 흐름이라고 생각합니다.
박기량 ‘도약’입니다. 무용수로 한 단계 도약할 수 있는 작품이었어요.부상을 이겨내고 공연했다는 보람도 느끼게 해줬죠.
박지은 제게 선물 같은 작품입니다.
윤성철 재미있는 ‘놀이’ 같은 공연이자 스스로를 되돌아볼 수 있는 계기가된 작품이죠.
이재화 ‘융합’이 무엇인지 보여주는 공연이었습니다. 전통과 현대의 적절한 조화를 볼 수 있는 작품이거든요.
장현수 한국 춤사위의 다양함과 소중함을 일깨워주고, 연구하는 자세로 춤춰야겠다고 생각하게 한 작품입니다.
정길만 21세기 융·복합 시대, 한국춤이 세계 문화와 어떻게 상생하고조화할 것인지 고민케 하는 발화점입니다. 지금의 우리를 진단하고 나아가야 할 시점이라는 것을 깨닫게 해줬어요.

 

 

‘시간의 나이’를 보기 위해 발걸음할 관객을 위해 공연 감상 팁을 묻자, 답이 세 가지로 추려진다. 첫째, 전통과 현대, 인간과 자연 등 서로 다른 주제어가 어떻게 조화되는지 지켜볼 것. 둘째, 조세 몽탈보가 ‘시간의 나이’를 통해 무엇을 말하고 싶었는지 자신만의 답을 찾아볼 것. 셋째, 전통과 현대 그 어떤 것에 대한 편견이나 선입관 없이 작품을 즐길 것.

결국 우리는 이 공연에서 여러 주제어가 상충하는 우리 삶이 어떻게 조화를 이루는지 발견하게 될 것이다. 그들의 말처럼 어떠한 편견도 없이 말이다. 이제 ‘시간의 나이’를 둘러싼 무수히 많은 말을 뒤로하고, 나만의 답을 찾기 위해 공연장으로 발걸음을 옮길 때다.

 

정리 김보나 국립극장 홍보팀

 

국립무용단 ‘시간의 나이’
날짜     2019년 3월 15~17일
장소     LG아트센터
관람료 R석 5만 원, S석 3만 원, A석 2만 원
문의     02-2280-411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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