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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8년 12월호 Vol.347

다 함께 교실에서 어화둥둥 판소리야!

예술배움 ㅣ 국립극장 예술가 '클릭'

 

풍성한 이야기가 차진 장단에 실려 교실 안을 가득 채운다. 제법 구성진 추임새와 너름새는 절로 몸을 들썩이게 한다.

10월 30일, 성산중학교에서 즐거운 작당이 벌어졌다.

 


 

서울 마포구에 위치한 성산중학교 정문에 이르자 운동장에서 뛰노는 학생들의 활기 넘치는 음성이 청량한 늦가을 공기를 흔들었다. 부쩍 쌀쌀해진 날씨에 학생들은 두꺼운 외투를 껴입고 있었다. 그들은 입김을 호호 불면서도 바쁘게 몸을 움직이며 체육시간을 만끽했다. 이날 아주 특별한 수업이 준비됐는데, 바로 국립극장 교육 프로그램 예술가 ‘클릭’이었다. 열정 넘치는 성산중학교 학생들의 모습에 기대를 안고 수업이 시작되는 본관 4층으로 올라갔다.


수업은 두 교실에서 각각 25명의 학생이 참여한 가운데 진행됐다. 먼저 흥을 부르는 장구 소리를 따라 김미나(국립창극단원) 강사가 지도하는 교실을 찾았다. 그녀는 수업을 기다리는 동안 장구를 치며 몸을 풀고 있었다. 이내 수업 시작을 알리는 종이 울리고 학생들이 교실로 들어와 줄을 맞춰 앉았다. 강사와의 첫 만남이 어색할 법도 한데 학생들은 장구 소리에 금세 “얼쑤”하고 추임새를 넣더니 팔을 좌우로 흔들며 장단을 맞췄다. “오늘 무엇을 배우는지 알고 있나요?” 학생들은 기다렸다는 듯 힘차게 “판소리요!”라고 외쳤다. 활기찬 인사와 더불어 성산중학교 학생들의 신명 나는 판소리 한판이 시작됐다.


본격적으로 판소리 수업에 들어가기에 앞서 우리 장단 네 가지를 차례로 익혔다. 김미나 강사가 장구를 치며 본보기로 구음을 하자, 아이들은 한두 명씩 두 손으로 무릎을 두드려 박자를 맞추고 따라 불렀다. “덩 기덕 쿵 더러러러 쿵 기덕 쿵 덕” 몇 분간 서로 눈치를 보고 망설이더니 곧 너도나도 몸을 움직이며 굿거리장단을 흥얼거렸다. 교실의 흥을 더욱 살린 건 네 장단 중 가장 빠른 휘모리장단. 휘모리장단을 듣던 학생들은 마치 ‘랩’을 하는 것 같다며 호응했다.

 


몸풀기 후 이어진 판소리 수업. 이날 학생들이 배운 작품은 ‘적벽가’다. 김미나 강사는 ‘적벽가’의 유래와 특징을 간략히 설명하고 ‘군사설움 대목’ 중에서 자식 생각 부분을 시연했다. 학생들은 어깨를 들썩이며 작게 가사를 읊조리다 조금씩 소리를 키워 추임새를 넣었다. 구성진 소리를 신나게 따라 부르고 함께 춤추다 보니 45분이 훌쩍 지나 1부 수업이 마무리됐다.


쉬는 시간을 틈타 찾아간 이영태(국립창극단원) 강사의 교실. 문틈으로 경쾌한 꽹과리 소리와 학생들의 노랫소리가 새 나왔는데, 자세히 들어보니 그들이 목청껏 부르는 곡은 민요 ‘쾌지나 칭칭 나네’였다. 안으로 들어가자 학생들이 한 줄로 서서 앞사람 어깨에 손을 올린 채 박자를 타며 가락을 뽑는 광경이 펼쳐졌다. 원을 그리며 돌기도 하고, 서로 얼굴을 마주 보며 싱글벙글 미소 짓는 이영태 강사와 학생들. 줄 앞쪽에서 우렁차게 선창하면 뒤쪽 학생들이 이어받아 후렴을 장식했다. 마치 오랜 친구처럼 찰떡 같은 호흡이었다.


강사는 달아오른 열기를 잠시 가라앉히고 학생들에게 부채를 한 개씩 나눠줬다. 그리고 만들어보고 싶은 노랫말을 부채에 적어보자고 제안했다. “가사 쓰는 게 어렵다면 그림으로 표현해도 괜찮아요.” 학생들은 삼삼오오 모여 앉아 머리를 맞대고 창작에 집중했다. 부채를 알록달록하게 색칠하는 학생, 골똘히 생각하다 펜을 드는 학생…. 그들은 어떤 활동도 열심히 했다.


이윽고 2부 수업이 끝나는 종이 울렸다. 학생들은 익숙하게 자신이 사용한 의자와 물품을 가지런히 정리하고 주변을 청소했다. ‘적벽가’ 수업을 들은 친구들이 다가와 2부 수업에서 어떤 활동을 했는지 이야기를 나누곤 ‘쾌지나 칭칭 나네’ 수업을 들은 친구들이 부채를 보여줬다. 부채엔 ‘쾌지나 칭칭 나네’의 새로운 가사가 빼곡히 적혀 있었다. ‘돈 벌어서 성공하자’ ‘곤약젤리 먹고 싶다’ 등 솔직한 마음이 그대로 담긴 노랫말을 읊다 보니 웃음보가 터졌다.


마지막으로 다 함께 운동장으로 나와 단체사진을 찍으며 소중한 추억을 남겼다. 차가운 공기도 뜨겁게 달군 그들의 따뜻한 만남이 또 한 번 이뤄지길 남몰래 바랐다.

 

박효린 좋아하는 것을 힘껏 좋아하기 위해 이불 밖으로 나온 기획자
사진 김창제

 

국립극장 예술가 ‘클릭’

예술가 ‘클릭’은 청소년 자유학기제 확대 실시에 맞춰 중학교 1학년을 대상으로 한 일일 전통예술 체험 프로그램이다. 예술가들이 전통예술을 소개하고 시연할 뿐만 아니라, 학생들이 직접 체험하는 기회를 제공해 창의성과 예술적 정서 함양을 돕는다. 2015년 개설돼 2016년에 3회, 2017년에 5회 진행됐다. 올해는 총 4회로 구성되어 국립창극단원 김미나와 이영태가 판소리와 민요를 가르친다. 참가비는 무료로, 관심 있는 학교나 교사는 국립극장 예술교육팀에 문의하면 된다.
문의 국립극장 예술교육팀 02-2280-582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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