각양각색의 배우와 캐릭터들이 좌충우돌 뛰어다니며, 관객과 이심전심을 나누는 이야기. 그중 무대 위 관객을 사로잡을 이는 누구인가.
오목이_서정금·조유아
“못난 사람 못된 사람, 용서 못할 큰 죄인도 이 세상에 나올 때는 사랑으로 나왔으니 어찌 쉽게 버릴쏜가. 차마 어찌 잊을쏜가.”
김씨 부인의 몸종. 지금은 허랑하게 떠돌지만 어린 시절 혼자 울고 있을 적에 곶감 하나 쥐여주던 춘풍을 짝사랑한다. 며느리 삼는다는 김씨의 말을 듣고 겉으론 웃어도 속으론 울었다. 장난처럼 맺었어도 부부의 연이요, 이 또한 천륜이라. 추월네 종살이를 하며 구박 천대받는 춘풍의 소식을 접한 오목은 평양감사의 내락을 얻어 남장 비장으로 평양성 추월네 집으로 직행하는데….
춘풍_이광복·김준수
“봄 춘(春) 자에 바람 풍(風). 봄바람처럼 살라는 아버님의 깊으신 뜻. 나는 아버님의 뜻대로 봄바람처럼 산다네.”
7공자인 춘풍은 부유한 집안 덕에 남북촌 오입쟁이들과 동네방네 휩쓸고 다니며 기생질과 노름을 일삼는다. 오늘은 남촌 기생 내일 밤은 북촌 기생, 이품 저품 넘나들며 호호탕탕 놀아나던 춘풍이 마지막으로 벌인 잔치는 빚잔치. 빚을 갚기 위해 어머니 김씨에게 다짐장을 쓰고 18급 공무원 준비를 하지만 그 버릇이 어디 가랴. 병이 도져 한양을 떠나 평양길을 떠난 춘풍은 기생 교태에 취해 놀아나니, 모든 게 추월 뜻대로 되는구나. 그렇게 된 것을 누굴 탓할쏘냐.
추월_홍승희
"저는 치마폭을 펼쳐놓았을 뿐, 그 치마폭에 뛰어든 것은 춘풍이란 말이지요!”
조선 최고의 미녀 추월. “아, 현기증~” 이 한마디면 숱한 사내가 평양성 기생 추월에게 가진 걸 홀라당 다 내놓는다. 한양에서 온 풍류남아라고 소문 자자한 춘풍도 칠보 단장 곱게 한 추월에게 흐물흐물 녹았구나. 하지만 더 떨어 부을 재물이 바닥나자 추월의 신색이 하루아침에 달라지는데, 차기가 마치 가을 달 같고 서릿발 같구나!
김씨_김미진
“달아, 걸음을 멈추어라. 돌아오는 춘풍이 길을 잃지 않도록 환하게 그 발길 비추어주렴.”
춘풍의 어미 김씨는 하나밖에 없는 아들이 이제나 정신을 차릴까, 저제나 철이 들려나, 꾸짖으면 더 엇나가지나 않을까 벙어리 냉가슴만 앓는다. 춘풍이 방탕하여 집안의 누만금을 탕진하자 오목이와 주문제작형 디자이너 패션 브랜드 ‘봄바람표 맞춤집’을 창업한다. 솜씨가 좋은 탓인지 맞춤집 장사가 불처럼 일어나 가세가 풍족해지지만, 다시 배가 부른 춘풍은 평양으로 장사를 떠난다. 요리조리 고민 끝에 춘풍의 정신이 번쩍 들게 할 묘책을 세우는데….
꼭두쇠_최호성
“세상천지 억조창생이 다 제각각이라. 선한 것도 인간이고, 악한 것도 인간이요. 어진 것도 모진 것도, 잘난 것도 못난 것도, 지혜로움도 어리석음도 별수 없이 다 인간의 일 아닌가?”
조선시대, 서민에게 이야기를 들려주는 낭독가 전기수가 있었다면 마당놀이에는 꼭두쇠가 있다! 탁월한 말솜씨로 이야기를 흘러가게도 하고 가려운 곳을 시원히 긁어주기도 하면서 춘풍을 따라 평양으로 관객을 안내한다. 개똥철학을 늘어놓는 것 같다가도 각각의 사정을 찬찬히 들여다보고 알려고 하니, 이쯤이면 광대의 소임을 다하려는 것 아니겠는가.
글 서정완 초연부터 빠짐 없이 함께해 온 자타 공인 마당놀이 전문 조연출이다. ‘모던타임즈’ ‘토끼전’ ‘데미안’을 연출했으며, 독창적인 시각으로 작품의 해학미를 잘 살린단 평을 받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