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립극단은 1986년부터 2009년까지 매년 ‘세계명작무대’라는 이름으로 번역극을 공연한 바 있다. 작품의 상징성만 고려한다면 G. 데오도시아디스 연출의 ‘오이디프스 왕’이 단연 ‘세계명작무대’의 핵심일 것이다.
근래 들어 미디어의 영향인지 고전의 가치와 인문학적 소양의 중요성이 자주 회자되는 분위기여서 반갑다. 그러나 지나친 성장 논리 속에서 늘 소외돼온 가치의 중요성을 반증하는 것이라 생각하면 썩 개운치 않은 것도 사실이다. 고전을 읽는다는 것은 그것이 쓰인 시대와 현시대의 공통점을 발견하고, 차이점을 분석하는 경험이다. 고대 그리스의 폴리스 중심에 있던 아고라는 행정과 시장의 기능을 동시에 가지므로, 그리스인의 삶은 정치와 민생이 밀접하게 결합돼 있었음을 알 수 있다. 소포클레스Sophocles는 극작가이자 정치가였으며, 디오니소스 축제 기간에 민회에서 임명된 코레고스(choregos)가 코로스(choros)를 모집하는 방식을 통해서만 비극 공연이 이루어진 것을 보면, 연극을 즐기는 행위도 본래는 넓은 의미의 정치 행위라 할 수 있다. 지금의 연극은 동시대 시민의 삶에서 어느 정도의 거리를 유지하는지 생각하게 된다. 그리고 고전에서 지혜를 찾아내는 일이 많은 이들의 삶에서 늘 가까이에 있기를 희망한다.
글 민덕홍 국립극장 공연예술박물관 학예연구사
공연 정보 일자 1990년 12월 3~8일 장소 국립극장 대극장 원작 소포클레스 번역 한상철 연출 G.데오도시아디스 출연 주진모(오이디프스)·권성덕(크레온)·김동원(테이레시아스)·김명환(사제)·이문수(사자)·문영수(양치기)·김종구(시종)·손숙(이오카스테) 외
공연예술자료 이용안내 국립극장 공연예술박물관은 약 22만 점의 공연예술 자료를 보존하고 있다. 공연예술 디지털아카이브 홈페이지(archive.ntok.go.kr)에서 누구나 쉽게 자료 검색 및 열람이 가능하며 박물관을 직접 방문하면 더 많은 자료를 이용할 수 있다. 문의 공연예술자료실(예약 방문) 02-2280-5834 공연예술 디지털아카이브(온라인) 02-2280-5805