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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8년 10월호 Vol.345

고엽, 추상 그리고...

프리뷰3┃국립국악관현악단 '정오의 음악회'

서늘한 바람이 불고 하늘은 높다. 어느덧 가을이다.

바스락거리는 나뭇잎을 바라보며 사색에 잠기는 계절에 찾아온 정오의 음악회를 만나보자.


그 무렵의 인생은 덧없이 아름다웠고 태양은 뜨겁게 타올랐다. 낙엽은 무수히 뒹굴고, 추억과 회한 또한 그 고엽과 같다는 것을 나는 잊을 수가 없습니다…….
- 샹송 ‘Les Feuilles Mortes(Autumn Leaves)’ 가사 중에서 -

 

 

전주의 첫 소절만 들어도 마음이 먼저 가을에 가닿는 노래, ‘Autumn Leaves(고엽)’는 1945년 프랑스의 시인 자크 프레베르(Jacques Prevert)가 가사를 쓰고 조지프 코스마(Joseph Kosma)가 곡을 붙여 완성했다. 그 유명한 이브 몽탕(Yves Montand)이 1946년 영화 ‘밤의 문’에서 불러 세상에 알려진 곡이다. 또한 나나 무스쿠리(Nana Mouskouri), 에디트 피아프(Edith Piaf) 등 쟁쟁한 샹송 가수들도 즐겨 불러 명곡으로 사랑받고 있다. 명곡은 나라와 인종을 가리지 않는 법. 이 노래는 대서양을 넘어 미국으로 건너가 영어로도 불리게 됐고, 제2차 세계대전 이후 선풍적인 인기를 누린 감미로운 목소리의 주인공 조 스태퍼드(Jo Stafford)도 이 노래를 불렀다.

 

가을을 주제로 준비된 10월 ‘정오의 음악회’는 ‘Autumn Leaves’로 문을 연다. 이어 쇼팽의 ‘이별의 곡’에 가사를 붙여 만든 ‘No other Love’가 연주되고 듣는 사람을 기분 좋게 만드는 노래, ‘(Bibbidi Bobbidi Boo)비비디 바비디부’도 국악관현악 버전으로 감상할 수 있다.

 

가을의 깊이를 더욱 진하게 느낄 수 있는 두 번째 곡은 해금 협주곡 ‘추상’이다. 가을 ‘추(秋)’에 생각 ‘상(想)’이 더해진 제목에서 알 수 있듯 가을날의 상념을 풀어낸 이 음악은 가을의 정서를 때로는 애잔하게, 때로는 활기차게 엮는다. 해금 협주는 가을의 빛깔만큼 다채롭고 선명하게 해금을 연주하는 국립국악관현악단의 서은희 단원이 맡는다. ‘추상’과 함께 여러 가지 색깔로 기억되는 지난가을을 떠올려보는 것도 좋겠다.
문화는 사회현상과 발걸음을 같이한다. 소통과 융합, 그리고 그를 통해 만들어낸 자신만의 독특한 무언가를 갈망하는 사회 분위기 덕분에 문화계에서도 다양한 장르의 협업을 통한 개성 있는 무대들이 주목받고 있고, ‘정오의 음악회’에서도 국악과 다른 장르의 예술이 만나는 ‘정오의 어울림’을 선보이고 있다. 10월의 ‘정오의 어울림’은 국악과 댄스스포츠의 만남으로, 박범훈 작곡의 ‘댄스스포츠를 위한 관현악-왈츠, 탱고, 자이브’ 가 춤과 함께 연주된다. 작곡가는 국내에서만 60만 명 이상이 즐기는 댄스스포츠 음악이 전부 외국 곡인 것이 아쉬워 이 음악을 작곡했다고 한다. 왈츠는 세마치장단으로, 탱고는 동살풀이장단으로, 자이브는 자진모리장단으로 연주한다고 하니, 우리 장단과 가락에 맞춰 선보이는 댄스스포츠를 만나는 특별한 기회가 될 것이다.


자석은 같은 극끼리 밀어내지만 사람은 그렇지 않다. 공통점이 있으면 당기고, 모이고, 어우러진다. 10월 ‘정오의 스타’는 국악과 인연이 깊은, 국악과의 당김이 있는 가수 조관우다. 잘 알려진 것처럼 조통달 명창의 아들이며 서울국악예술고등학교(현 국립전통예술고등학교)에서 가야금을 전공했다. 1994년 ‘늪’이라는 노래로 가요계에 등장해 끝없이 올라갈 것 같은 고음의 매력적인 목소리를 선보인 바 있으며, 우리나라 대중가요에서는 최초로 팔세토 창법을 선보인 가수라 이야기되기도 한다. 이번 무대에서는 한국 정서가 깊게 배어 있는 가요 ‘꽃밭에서’ ‘코스모스’ 등을 대부분이 고등학교 선후배일 국립국악관현악단원들과 함께 선보인다.

 

이번 시즌 ‘정오의 음악회’ 특징 중 하나는 공연마다 각각 다른 지휘자가 직접 선곡한 음악을 연주하는 것이다. 부드러운 카리스마를 지닌, 10월의 지휘자 김종욱은 조원행 작곡의 ‘대지’를 선곡했다. 우리를 따뜻하게 품어주는 자연의 풍요를 국악관현악의 풍성함으로 표현한 곡이다. 지휘자가 직접 이 음악을 선곡한 이유와 곡 해설, 그리고 감상 팁까지 전해준다. 음악의 매력을 더욱 진하게 느낄 기회가 될 것이며 풍성한 계절, 가을에 듣는 ‘대지’는 다른 계절에는 느끼지 못한 또 다른 느낌으로 다가올 것이다.


우리에게 가을은 어떤 의미일까? 어떤 이에게는 결실, 어떤 이에게는 시작, 그리고 어떤 사람에게는 추억일 수도 있는 가을…. 단풍이 아름다운 목멱산 자락에 자리 잡은 국립극장에서 정오의 음악회를 즐기며 잠시 가을날의 정취를 만끽하기 바란다. 해설은 9월에 이어 편안하면서도 무게감 있는 목소리의 배우, 박정자가 맡는다.

 

 

 

박근희 1995년 MBC TV ‘미기픈믈’로 방송 활동 시작, KBS 클래식FM과 국악방송 등에서 라디오 원고를 썼다. 공연·영화·칼럼·기사 쓰기 등 국악과 관련된 많은 일을 했지만 여전히 모든 것이 새롭다.

 

 

국립국악관현악단 ‘정오의 음악회’

날짜     2018년 10월 17일
장소     국립극장 하늘극장
관람료  전석 2만 원
문의     국립극장 02-2280-411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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