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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8년 08월호 Vol.343

새롭게 물결치는 현대 국악사

SPECIAL┃국립국악관현악단 시즌 프리뷰

국립국악관현악단이 내놓은 2018-2019 시즌 레퍼토리를 들여다보면 막힘없이 흐르는 긴 강물의 어느 한 굽이가 돌아드는 느낌을 받는다. 시대의 명인, 그의 영향력 아래 성장한 다음 세대의 주역들, 크고 작은 물결을 이루는 새 시즌의 공연들을 만나보자.

 


2018-2019 국립극장 레퍼토리시즌에서 국립국악관현악단이 준비한 첫 번째 무대는 ‘2018 마스터피스-황병기’다. 지난 1월 작고한 음악가 황병기, 그가 생애 동안 가야금으로 써낸 현대 한국음악의 노정과 국립국악관현악단 예술감독으로 재임하면서 이뤄낸 국악관현악단 역사의 ‘변곡점’을 회고하는 무대다. 이틀간 진행되는 관현악시리즈 Ⅰ ‘2018 마스터피스-황병기’ 첫날에는 가야금 연주자이자 작곡가 황병기의 세계를 조명한다. 황병기의 대표작 ‘침향무’를 비롯한 독주와 중주곡, 여기에 노래가 곁들여지는 간소한 규모의 작품을 신중하게 선곡했다. 국립국악관현악단 단원과 작곡가가 친애하는 제자들이 무대에 오른다. 친숙한 작품들, 함께하던 연주자, 그를 사랑하던 청중이 모두 여기 있으나, 정작 이 자리에 함께하지 못하는 ‘그’를 마음으로 초대하는 뭉클한 음악회가 될 것이다.


둘째 날에는 국립국악관현악단 예술감독으로서 기획했던 작품과 그의 기획을 빛나게 한 음악가들이 자리한다. 이른바 ‘황병기 초이스’로 주목받은 작곡가 정일련·임준희·나효신의 역작을 올린다. 황병기 예술감독 시절 부지휘자로 함께했던 지휘자 원영석이 그의 시대와 생각을 조명한다. 황병기가 왜 이들에게 주목했는지, 이들의 음악 역량이 우리 음악계에 어떤 파장을 일으켰는지 음악을 통해 공감할 수 있는 무대다. 임준희가 ‘침향무’를 주제로 작곡한, 황병기에 대한 오마주 ‘심향(心香)’이 위촉 초연된다. 더불어 국악관현악 작품의 새로운 음향 체계를 구사한 정일련의 ‘파트 오브 네이처’ 3악장을 거문고 연주자 허윤정과 가야금 연주자 이지영이 2중 협주곡으로 들려줄 예정이다. (2018년 9월 18~19일, 달오름극장)


다음 시즌 프로그램 가운데 주목하는 두 번째 무대는 2019년 3월, 국악관현악 작품에 처음 도전하는 음악가 양방언과 국립국악관현악단과 자주 호흡을 맞춰온 지휘자 최수열이 펼치는 ‘양방언과 국립국악관현악단-Into The Light’다. 더 이상 수식어가 불필요한 명곡 ‘프런티어!(Frontier!) ‘프린스 오브 제주’ 등 양방언의 작품을 그동안 국악관현악으로 듣기는 했지만, 이러한 곡은 서양 오케스트라에 국악기 몇 가지가 어울린 작품이다. ‘사운드’가 완연히 다른 연주에 대해 그는 어떤 생각을 했을까. 만일 양방언이 국악관현악을 ‘조리’하게 된다면 어떤 음향을 빚어낼지 궁금했다면, 이듬해 3월 무대를 손꼽아 기다려볼 만하다. ‘양방언과 국립국악관현악단-Into The Light’ 1부에선 아쟁과 피리 파트를 과감하게 확장하는 등 양방언 스타일의 국악관현악 사운드를 30여 분 길이의 드라마틱한 작품으로 만나볼 수 있다. 양방언의 ‘디자인’이 최수열의 지휘로 섬세하게 살아나 ‘국악관현악’, 또는 ‘한국 현대 국악’의 보편성을 확보해가는 큰 걸음으로 자리매김하기를 기대해본다. (2019년 3월 21일, 롯데콘서트홀)


국립국악관현악단은 남북한이 공유할 수 있는 레퍼토리도 고심하고 있다. 오는 11월, 김성국의 지휘로 무대에 오를 ‘다시 만난 아리랑-엇갈린 운명, 새로운 시작’은 우리가 몰랐던 북한의 명곡을 국악관현악으로 소개하는 기획이다. 언뜻 10여 년 동안 북한의 노래를 주요 레퍼토리로 소개해온 국립국악관현악단 ‘겨례의 노래뎐’을 연상시킨다. 그러나 이번 기획은 노래보다 국악관현악에 무게중심으로 두고, 전통음악을 모티프로 한 북한 오케스트라 작품에 눈길을 둔다. 북한의 문화예술 정책 기조는 ‘민족 양식의 확립’이다. 평양국립교향악단에서 활동하다 탈북한 피아니스트 김철웅은 “북한에서 모든 예술 정책의 주체는 민족적인 것이다. 심지어 양악기조차도 조선음악에 복종할 것을 요구한다”(국악방송 인터뷰, 2018년 7월 2일 자)라고 말한다. 그런 기조에서 바라본다면, 이번 무대에서 연주될, ‘민요 삼천리-북한 오케스트라로 듣는 관현악 민요’(2005, 신나라) 음반에 수록된 바이올린 협주곡 ‘옹헤야’도 새로운 시선으로 만나볼 수 있겠다. 이 무대에서는 지휘자이자 작곡가인 김성국의 새 작품도 초연될 예정이다. (2018년 11월 22일, 롯데콘서트홀)


다음 시즌 ‘관현악시리즈’ 마지막 무대는 ‘내셔널&인터내셔널’이다. 국립국악관현악단이 추진하는 세계 교류 무대가 될 예정이다. 그동안 국립국악관현악단은 우리와 비슷한 전통악기 오케스트라를 보유한 아시아 국가와 협력하면서 축적한 경험을 바탕으로 중동과 아프리카 등지까지 영역을 넓혀왔다. 그러한 역량과 가능성을 작품으로 함께하는 무대다. (2019년 6월 11일, 롯데콘서트홀)


이 밖에도 국립국악관현악단은 그간 청중과 친근하게 만나온 장기적인 기획을 밀도 높게 구성했다. ‘겨울연가’ ‘올드보이’ 등의 음악감독으로 잘 알려진 이지수의 작?편곡으로 꾸며지는 ‘윈터 콘서트’(2018년 12월 20~21일, 하늘극장)는 다가올 크리스마스와 연말을 한층 따스하게 만들어줄 것이다. 연극배우 박정자의 사회로 진행되는 친절하고 격조 높은 국악 입문 프로그램 ‘정오의 음악회’(2018년 9·10·11월, 2019년 3·4·5·6월, 하늘극장)와 어린이 음악회 ‘엔통이의 동요나라’(2019년 5월 2~18일, 하늘극장)도 이어진다.


국립국악관현악단이 내놓은 2018-2019 시즌을 들여다보며 막힘없이 흐르는 긴 강물의 어느 한 굽이가 돌아드는 느낌을 받는다. 역사의 뒤안길로 걸어 들어간 시대의 명인, 그의 그늘에서 성장한 다음 세대의 주역들, 물결을 이루는 크고 작은 물보라 같은 레퍼토리…. 새 시즌 국립국악관현악단의 청중이 되어 이렇게 흘러가는 음악 현대사에 동행해볼 일이다.

 

송혜진 음악평론가·숙명여자대학교 전통문화예술대학원 교수. 미래를 위한 소중한 유산인 국악의 외연을 넓히는 다양한 활동을 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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