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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8년 08월호 Vol.343

중심과 다양성을 모두 잡다

SPECIAL┃국립무용단 시즌 프리뷰

전통의 재창조, 분야 간 융·복합, 혁신적 감각을 담은 다채로운 신작들. 골라 보는 재미를 선사하는 국립무용단의 레퍼토리시즌 공연 7편을 살펴본다.

 


한국 공연예술계와 예술 애호가에게 국립극장 레퍼토리시즌은 묵직한 존재감을 갖고 있다. 2012년 시작된 레퍼토리시즌은 국립극장의 3개 전속단체가 다채로운 기획과 작품을 선사하는 간판 프로그램으로 자리매김했다.


전속단체 중에서 국립무용단은 동시대적인 감각에 혁신을 담은 한국 창작무용으로 레퍼토리시즌을 화려하고 의미 있게 빛내왔다. 오는 9월부터 다음 해 6월까지 진행되는 2018-2019 레퍼토리시즌의 라인업에도 이러한 방향은 일관되게 유지된다. 명절 시리즈 ‘추석·만월’과 ‘설·바람’을 필두로 ‘더 룸(The RoOm)’ ‘가무악칠채’ ‘시간의 나이’ ‘넥스트 스텝 Ⅱ’, 그리고 ‘향연’을 넘어설 대작 ‘색동’에 이르기까지 전통의 재창조, 분야 간 융·복합, 혁신적인 감각을 담은 작품을 골라 보는 재미가 쏠쏠하다. 특히 이번 시즌에는 ‘시간의 나이’를 제외하고는 대부분 새로 만들어지는 작품인 만큼 많은 이들의 기대를 모으고 있다.


우리 민족의 최대 명절인 추석과 설에 한국무용처럼 잘 어울리는 예술은 없을 것이다. 명절 시리즈인 ‘추석·만월’과 ‘설·바람’을 통해, 각각 달빛 아래서 풍요로운 결실을 맞이하는 흥겨운 춤, 그리고 새로운 시작을 위해 액을 쫓고 운을 부르는 기원의 춤이 펼쳐진다. 기존의 ‘코리아 환타지’나 ‘정오의 춤’에서 꾸준히 공연된 전통춤에다 새로 재구성한 춤을 얹어 선사할 예정이다. 연출을 맡은 정종임은 국악뮤지컬집단 타루의 대표로 다양한 공연을 만들어온 경험을 바탕으로 다채로운 볼거리를 제공할 것이다. 대중 친화적인 전통춤 공연이 탄생하지 않을까 한다. (2018년 9월 25~26일, 하늘극장 | 2019년 2월 5~6일, 하늘극장)


레퍼토리시즌의 폐막을 장식할 ‘색동’은 ‘향연’의 대대적인 성공에 힘입어 제작되는 후속작이다. 2015년 초연된 ‘향연’(연출 정구호)은 전통적인 선과 멋, 흥에 동시대적인 세련미를 더함으로써 예술적 가치를 높인 바 있다. 정구호 연출에 따르면, 계절을 주제로 한 전작과 달리 ‘색동’에서는 전통 오방색을 각 장의 주제로 삼는다고 한다. 색을 전면에 내세운 만큼 그만의 장기인 색의 유희가 한층 더 강화될 것으로 기대를 모은다. 우리가 익히 알고 있는 전통춤이라 할지라도 어떻게 연출하고 재구성하느냐에 따라 얼마든지 새로운 이미지를 창출해낼 수 있음을 보여줄 것이다. (2019년 6월 29~30일, 예술의전당 오페라극장)

 

파격과 혁신 그리고 다이내믹
위의 세 작품이 한국무용의 기본에 동시대적인 감각을 입히는 작업이라면, 유일하게 재연되는 ‘시간의 나이’에서는 타 장르와의 융·복합을 좀 더 혁신적으로 시도한다. 연출 및 무대를 맡은 프랑스 안무가 조세 몽탈보는 미술사와 시각예술을 전공한 후 무용계로 들어온 경력 때문인지 다양한 매체를 잘 활용한다는 강점을 지니고 있다. ‘시간의 나이’에서도 문화적으로는 동양과 서양, 전통과 현대 그리고 장르적으로는 한국무용과 현대무용, 무용과 영상을 효과적으로 크로스오버(crossover하고 있다. 2016년 초연 당시 국립극장과 세계 무용극장의 성지라 불리는 파리 샤요국립극장(Theatre National de Chaillot)의 공동 제작으로 큰 화제를 모은 바 있다. (2019년 3월 15~17일, LG아트센터)


이번 시즌에 가장 두드러진 특징으로 중극장 레퍼토리의 강화를 빼놓을 수 없다. 달오름극장에 오르는 작품들을 살펴보면 한결 젊고 열정적이고 혁신적인 스타일을 예고하고 있다. 우선, 젊은 현대무용가 김설진을 초청해 만드는 ‘더 룸(The RoOm)’이 이목을 집중시킨다. 김설진은 벨기에의 세계적인 현대무용단 피핑 톰(Peeping Tom)에서 활약한 실력자로 TV 프로그램 ‘댄싱9’을 통해 국내 대중에게도 잘 알려져 있다. ‘더 룸(The RoOm)’에서 ‘방’은 누군가 머물다 사라지고 또 다른 누군가가 들어서는 공간으로, 따로 또 같이 공유되는 장소로 설정돼 있다. 흔적으로 가득한 공간이 기억하는 인간에 대한 이야기를 펼친다는 점이 매우 색다르다. (2018년 11월 8~10일, 달오름극장)


국립무용단 내에서 발탁한 젊은 창작자 이재화는 ‘가무악칠채’를 선보인다. 지난해 ‘넥스트 스텝 Ⅰ’ 초연을 통해 대중적인 수용력, 젊은 패기와 활기, 동시대적인 감각으로 주목받으면서 이번에 단독 공연이라는 파격적인 기회를 얻었다. 전통음악에 대한 진지한 탐구를 깔고 있지만 그것을 깨닫지 못한다 하더라도 록 콘서트 같은 흥겹고 열정적인 무대가 관객을 사로잡을 것이다. 30분짜리 초연작에는 미처 담지 못한 다양한 시도를 모두 펼친다고 하니 기대해보자. (2018년 11월 22~24일, 달오름극장)


젊은 창작 프로젝트인 ‘넥스트 스텝’은 올해에도 이어진다. 국립무용단이 단원에게 창작자로서 성장할 수 있는 장을 제공하는 기획공연이다. 지난 시즌 ‘넥스트 스텝 Ⅰ’ 무대에 오른 이재화에게 젊은 창작자로 단독 무대를 제공한 만큼 올해는 더욱 경쟁이 치열해질 듯하다. 시즌2로 명명되는 이번 ‘넥스트 스텝 Ⅱ’에서는 ‘한국 전통춤에 기초한 현대적 해석과 창작’을 주제로, 한국 무용가들이 신선한 창작력을 마음껏 분출할 수 있도록 좀 더 탄탄한 제작 시스템을 마련할 것이라고 한다. (2019년 4월 25~27일, 달오름극장)


2018-2019 레퍼토리시즌 동안 총 7편의 레퍼토리와 기획공연을 준비해야 하는 만큼 국립무용단은 그 어느 때보다 강행군을 해야 한다. 더욱이 신작이 많은 만큼 국립무용단의 역량을 여실히 확인할 수 있는 중요한 시즌이 될 듯하다.

 

심정민 무용평론가이자 비평사학자. 한국춤평론가회장과 고려대학교 연구교수를 역임한 바 있으며 ‘춤’과 ‘댄스포럼’을 필두로 다양한 언론 매체에 기고하고 있다. 저서로는 ‘무용비평과 감상’(2015)과 ‘새로 읽는 뉴욕에서 무용가로 살아남기’(2016)외 다수가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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