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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8년 06월호 Vol. 341

춤의 즐거움을 끌어안는 법

예술배움┃국립극장 외국인국악아카데미 유화정 강사

 

 

무용이 거의 전부이던 시절에 무용을 전혀 모르는 이들을 가르치게 됐다. 긴장을 풀고 숨 쉬며 춤의 즐거움을 찾도록 돕는 과정이 자연스레 그녀의 삶으로 들어왔다.


“이 춤이 조선시대에 만들어졌다고 하셨는데, 21세기에 한국 전통춤을 가르치는 입장에서 전통은 변한다고 생각하시나요?”
언젠가 유화정 강사가 받은 질문이다. 국립극장 외국인국악아카데미 한국무용 수업에서였다. 잠깐 당황했지만 이내 곰곰이 질문을 곱씹었다. 한국무용에 대해 전혀 예상하지 못한 질문을 받는 것은 다양한 국적의 수강생이 모인 이 수업에서 심심치 않게 있는 일이다. 5년째 이 수업을 맡고 있음에도 그저 새롭다. 그리고 진지하게 답을 찾게 된다.


유화정 강사는 2014년부터 국립극장 외국인국악아카데미 한국무용 수업에 참여해왔다. 그전까지 무용 전공자나 입시 준비생을 가르쳐본 적은 있지만 한국무용을 전혀 경험해보지 않은 입문자, 게다가 외국인을 가르치기는 처음이었다. 20대 후반에 무용이라는 영역에서 새롭게 도전한 일은 강의 계획을 짜는 것부터 다국적 수강생들에게 한국춤 용어의 의미를 전달하는 것까지 어느 하나 수월한 게 없었다.
“한국무용에 대해 영어로 상세히 번역된 자료가 별로 없어서 제가 알아서 전달해야 하더라고요. 게다가 비영어권 학생도 많으니 보디랭귀지를 동원하고, 소통이 점점 복잡해졌죠.(웃음) 그러나 결국 어떻게든 통해요. 첫 1년이 제일 힘들었는데 그만큼 재미있고 얻은 게 많았어요.”


그간 한국무용 수업에서는 탈춤·화관무·부채춤 등 다양한 한국춤 수업을 진행하면서 학생들과 함께했다. 유화정 강사는 학기마다 춤의 종류를 달리해 한국춤의 다양한 매력과 흥을 전하고자 한다. 이번 학기의 주제는 소고춤이다. 악기를 연주하며 추는 춤이 학생들에겐 낯설고 어렵지 않을까?
“한국 민속춤은 소품을 적극적으로 활용해요. 탈과 부채 등은 수강생의 시선을 사로잡는 중요한 요소지만 악기나 소품 다루는 법을 숙지하는 데만 3주 정도가 소요되죠. 수업 기간이 짧은 편이라 춤의 테크닉보다는 편하게 ‘즐기는’ 걸 강조하곤 해요. 긴장을 풀어주는 건 한국춤의 특징이기도 해서 ‘Keep breathing(숨 쉬자)!’이라고 외치며 호흡하는 연습을 많이 하죠.”


유화정 강사가 1년에 두 번씩, 5년째 진행하며 그간 만난 수강생은 100명을 훌쩍 넘는다. 케이팝을 좋아하다 한국무용까지 관심을 넓힌 입문자부터 수업을 여러 번 들은 열혈 수강생까지 면면이 다양한 그들은 모두 춤을 각자 다르게 받아들이고 즐긴다. 그렇게 춤을 편하게 즐기도록 돕고 그 과정에서 자신 역시 춤에 대한 마음의 무게를 조금 던 것은, 외국인국악아카데미가 유화정 강사에게 준 중요한 영향이자 변화다.
“한번은 서로 하우스메이트 사이인 수강생 여럿에게서 저녁 초대를 받아 그들의 셰어하우스에 갔어요. 밥을 먹은 후 거실에 둘러앉았는데 각자 그 무렵 배운 춤을 한 명씩 돌아가면서 추는 거예요. 어떤 친구는 탱고를 추고, 제 수강생은 부채춤을 추고요.(웃음) 편하게 춤을 즐기는 게 무척 재밌었어요. 저는 어릴 적부터 무용을 전문적으로 해온 터라 누군가 ‘춤 한번 춰 봐’ 하면 그 가벼움이 내심 불편했는데 학생들을 가르치며 그런 생각이 싹 사라졌죠. 춤을 어렵게 생각하지 않게 되었달까요.”


무용을 벗어나 살아본 적 없는 이가 춤을 편하게 생각하기란 사실 쉽지 않다. 춤을 전보다 유연하게 대하게 된 데엔 유화정 강사가 지금껏 무용이라는 영역에서 다양한 자리를 두루 경험한 점도 영향이 있을 것이다. 대학에서 무용을 전공한 그녀는 무용수로 활동하며 큰 무대의 주역을 맡기도 했고, 졸업 후 대학원에 진학해 한국춤을 연구하는 한편 공연에 꾸준히 참여해 안무가로도 이름을 올린 바 있다. 국립극장과 인연을 맺은 것도 그즈음이다. 대학원 공부를 지속하며 틈틈이 학생들을 가르치는 일은 그녀와 잘 맞았다. 현재 그녀는 교육과 더불어 연구에 주력하고 있다. 긴 탐색의 시간을 거쳐 어떤 선택의 순간에 우선순위에서 ‘무용수’를 지우며 마음이 많이 아팠지만 그녀는 연구에서 길을 찾고 삶의 균형을 잡았다.

“예술의 즐거움은 대단해요. 아주 긴 시간 동안 많은 것을 쏟아 예술에 집중하면 그걸 체화해야만 느낄 수 있는 희열이 있죠. 인생에서 그걸 경험했다는 게 중요한 것 같아요. 무용을 정말 열심히 한 기억은 절대 잊히지 않아요.”


한국의 춤 문화를 인류학적으로 해석하는 것을 연구의 화두로 삼은 유화정 강사는 ‘전통이 변하는지’에 대한 외국인 수강생의 질문에 ‘변한다’고 답한다. 전통에 대해 어렵게 생각하기보다 사람들이 재미있게 즐길 만한 접점을 찾아보고자 하는 입장이다. 2018년 상반기 외국인국악아카데미 수업도 후반에 접어든 무렵, 다가올 수료공연에 대해 묻자 그녀의 입가에 기분 좋은 미소가 번졌다.
“이전 학생들의 공연 영상을 볼 때면, 이 친구들이 테크닉에 능숙하진 않지만 한국춤 특유의 곰삭은 느낌을 살리려고 무척 노력한다는 게 느껴져요. 이번 상반기 공연도 기대됩니다. 한국무용을 ‘즐기는’ 데는 정말 최고인 학생들이거든요.”

 

이아림 오니트 에디터 | 사진 김창제

 

국립극장 외국인국악아카데미

2013년 시작된 국립극장 외국인국악아카데미는 한국을 찾은 외국인들이 한국의 전통예술을 이해하고 즐길 수 있도록 마련된 실기교육 프로그램이다. 1년에 상·하반기 두 번 진행되며 2018년 상반기에는 한국무용·사물놀이·판소리 등 3개 반이 개설됐다. 12주 과정의 수업을 마치면 수강생은 직접 준비한 수료공연을 무대에 올린다. 기초부터 차근히 배울 수 있는 커리큘럼 덕에 큰 인기를 얻고 있는 프로그램이다.

문의   국립극장 예술교육팀 02-2280-582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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