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킵네비게이션

주메뉴 바로가기 본문 바로가기 빠른예매 바로가기 사이트 지도 바로가기
월간미르 상세

2018년 04월호 Vol.339

아마추어라 하지 않고 열정이라 부른다

리뷰┃국립국악관현악단과 함께하는 아마추어 관현악단 3기 수료공연

바쁜 일상과 생업을 잠깐 미뤄놓고 하고 싶은 무언가를 위해 시간과 열정을 쏟기란 결코 쉬운 일이 아니다.
국립국악관현악단은 다양한 레퍼토리를 개발하고 여러 장르의 음악을 융합하는 노력으로 전공자를 비롯한 대중에게 많은 관심과 사랑을 받아왔다. 관현악단의 레퍼토리에는 관현악곡·협주곡·성악곡(판소리·가곡·성악·국악가요·대중가요·어린이 음악극)등 다양한 장르의 음악이 포함되어 있다. 그중에서도 ‘리컴포즈’ ‘베스트 컬렉션’ ‘상주작곡가’ ‘마스터피스’ ‘모던 음악 기행’ 등은 국립국악관현악단의 레퍼토리로 정립되었다. ‘정오의 음악회’는 관객들이 쉽고 재밌게 감상할 수 있는곡을 중심으로 작·편곡해 국악의 대중화에 기여했다. 지금까지 국립국악관현악단이 국악의 대중화와 보급에 힘썼다면, 이제는 국악 인구의 실질적인 저변 확대를 위해 노력하고 있다. 그 일환으로 비전공자이지만 국악에 흥미를 가지고 있으며, 배우고자 하는 열의가 있는 아마추어 연주자에게 관현악단에서 연주할 수 있는 기회를 제공하고 있다. 임재원 예술감독의 총 지휘 아래 2016년 처음으로 아마추어 관현악단 1기의 문을 열었고, 2018년 올해로 3기 연주자들을 배출했다.

 

서로를 이해하고 기다리고 북돋아주고
대학생부터 교사·작곡가·의사·변호사·주부·사업가 등 다양한 직업과 연령의 아마추어 연주자들이 만났다. 어떠한 동기로 국악에 관심을 갖게 되었는지, 연습은 어떻게 하고 있는지 너무도 궁금했다. 더욱 신기했던 것은 비교적 쉽게 접할 수 있는 서양악기가 아니라 국악기를 선택했다는 부분이다. 서양악기는 국악기보다 널리 보급되어 있을 뿐만 아니라, 손쉽게 연주할 수 있는 반면 국악기는 대부분이 나무로 만들어져 있기 때문에 소리를 내거나 익히는 데 상당한 시간과 노력이 필요하다. 예를 들면, 피아노는 음정이 정확하게 맞춰져 있기 때문에 누구나 같은 음을 낼 수 있지만, 해금은 사람마다 내는 음이 각기 다르기 때문에 정확한 음을 내기가 매우 힘들다. 국악기의 특성상 자신에게 맞는 악기를 찾아 오랜 시간 연습해야 하므로 포기하는 사람 또한 적지 않다. 이러한 궁금증을 가지고 연주자들을 선정하는 과정에서 이에 대해 질문하기도 했다.


아마추어 연주자의 모집 인원은 공연 장소에 따라 조금씩 차이를 두었지만, 3기의 경우 44명을 선발하기로 했다. 파트는 피리·대금·소금·가야금·거문고·아쟁·타악으로 구성했다. 100명이 넘는 지원자 덕분에 오디션을 통해 심사하자는 의견이 나오기도 했지만 비전공자들을 오디션으로 심사하면 지원자들이 부담스러워하지 않을까 싶어 자유곡을 연주하는 동영상을 받아 심사하기로 결정했다. 심사위원 10명이 참관하며 공정하고 신중하게 심사했다. 지원자들 모두 실력이 출중해 놀랐고, 더 많이 선발하지 못해 아쉬웠다.


선발 후 처음 오리엔테이션을 위해 아마추어 연주자들과 만났을 때, 음악에 대한 열정과 배우고자 하는 열의로 합주실에는 기분 좋은 긴장감이 흘렀다. 그 후 관현악단원들의 지도하에 악기 파트별 연습이 진행되었고, 드디어 첫 합주 날이 되었다. 그런데 연습할 곡에 대한 간단한 설명과 진행 방법 등을 이야기하고 첫 곡을 시작하기 위해 지휘봉을 움직였지만 아무도 소리를 내지 않는 것이었다. “왜 연주를 안 하십니까?” 하고 물었더니, “어느 타이밍에 소리를 내야 할지 몰라 서로 눈치만 살피다 놓쳤습니다” 하는 것이었다. 긴장을 풀어주고 한 번 더 설명한 뒤에 다시 시작했을 땐, 각자의 기준에 따라 소리를 내다 보니 ‘우다당탕’하며 소리 내기에만 바빴다. 그때의 아찔함을 떠올리면 아직도 등골이 서늘해진다. 이런 경험 덕분에 진행하면서 좀 더 기다려주고, 이해해주고, 북돋아주면서 음악을 이끌어내는 방법을 터득한 것 같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가끔은 답답한 마음을 누르고 애써 웃어 보이는 스스로에게 화도 나고 묘한 생각이 들기도 했다. 연습을 거쳐 곡 연주를 완성해갈수록, 연주자들에게 두 달 동안 고생한 보람을 느끼게 해주고 싶었고, 각자의 가족들에게 새로운 모습을 보여줄 뿐만 아니라 전공자들에게도 칭찬을 들을 수 있게 해주고 싶었다. 그렇게 단원들의 열정적인 지도와 연주자들의 밤낮 없는 연습이 이어졌다.


어느 날엔가 고된 연습 때문인지 연주자들의 손가락에는 밴드가 붙어 있었고, 입술은 부르터 연고를 바른 자국이 그대로 남아 있었다. 그럼에도 연주자들은 팔을 수시로 주무르며 맹연습을 하는 것이었다. 그런 모습을 보며 지휘자로서 안타깝기도 하면서 한편으론 뿌듯했다. 그리고 공연을 보러 올 관객들에게 말해주고 싶었다. “좀 실수하면 어떻습니까· 두 달 동안 그 누구보다 열심히 노력한 연주자들에게 아낌없는 박수를 보내주고 싶습니다”라고.

 

2018년 2월 24일 | 국립극장 달오름극장

 

마법과 같았던 지난 시간
마침내 발표회 당일이 되었다. 리허설을 위해 연주자들이 하나둘 모였고, 손을 풀고 연주할 곡들을 연습하고 있었다. 연주자들의 상기된 표정에는 즐거움과 긴장감이 교차했다. 지금까지의 긴장감과는 사뭇 달라 보였다. 간단하게 음향 테스트를 하고 PD들의 전달 사항을 들은 후, “연주자들의 실력을 충분히 믿고 있으며, 성공적인 연주회가 될 테니 즐거운 마음으로 지금까지 노력해 닦은 실력을 원 없이 발휘해달라”고 얘기했다. 첫 곡 ‘바르도’의 리허설이 끝나는 순간 연주자들의 얼굴에는 미소가 가득했다. 마치 연주가 다 끝난 표정 같았으며, 천진난만한 아이들의 모습을 보는 것 같았다. 혹시나 긴장이 너무 풀어져 공연하면서 실수하면 어쩌나 하는 생각마저 들었다. 그렇지만 수료식을 마치고 무대에 입장하기 직전 괜한 걱정임을 알았다. 그 어느 때보다도 진지한 모습의 연주자들을 보았기 때문이다.


공연 시작종이 울리자마자 악장이 튜닝하는 것을 잊어버리는 실수를 했다. 그래서 급하게 손짓을 하자 튜닝이 시작됐다. 늘 연습하던 부분이었는데 긴장한 탓에 아무것도 생각나지 않은 것 같았다. 준비가 다 된 후, 첫 곡을 연주하기에 앞서 연주자들을 쳐다보았다. 모두 긴장하는 빛이 역력해 살짝 웃어 보이며 분위기를 풀어주었다. 막상 연주가 시작되자, 연주자들은 자연스럽게 음을 느끼며 음악을 풀어나갔다. 그 모습이 너무나도 행복해 보여 프로 연주자들과 연주할 때와는 또 다른 느낌을 받았다. 발표회는 성공적으로 끝났고, 모두에게 감사한 마음을 담아 관객들과 인사를 나눴다. 두 달 동안 노력한 결과에 찬사를 보내듯 많은 관객이 아낌없는 박수로 화답해주었다. 그동안 가정과 직장에 조금은 소홀했을지도 모른 데 대한 멋진 핑계가 아닌가 싶다.


예술감독과 지휘자로서 우리는 아마추어 오케스트라가 소중하다고 늘 이야기한다. 아마추어 단원을 모집할 때마다 다양한 사람의 열정과 열의를 배울 수 있고, 국악의 대중화와 국악이 가지고 있는 매력을 전달하는 데 아마추어 국악인들의 역할이 매우 크기 때문이다. 특히나 아마추어의 연주 활동에는 교사들이 많이 참여한다. 아마추어 연주자로 활동하며 느낀 점들을 학생들에게 전공자보다 더욱 생생하고 좀 더 적극적으로 전달해주리라 믿는다. 꼭 국악을 전공하지 않더라도 우리 음악이, 우리 악기가 얼마나 재미있고 소중한 가치를 가지고 있는지 아이들이 알 수 있었으면 하는 마음을 가지고 있기 때문이다. 학교에서 의무적으로 배우는 것이 아니라 직접 보고, 만져보면서 스스로에게 어떤 악기가 맞을지 가늠해볼 수 있으면 한다. 그 안에서 흥미를 느낀다면, 전통음악에 대한 인식이 조금은 더 쉽고 자연스럽게 변할 것이다.


앞으로도 아마추어 오케스트라가 지속되어 생활 속에 국악이 자연스럽게 스며들길 바라며, 마지막으로 이번 발표회를 위해 많이 애써주신 분들과 두 달 동안 개인 일정을 뒤로 미루고 열심히 참여해준 아마추어 연주자분들께 악단을 대표해 감사한 마음을 전한다. “앞으로도 악기와 함께 기쁨과 슬픔을 나누며 인생의 동반자로 함께해주시길 바랍니다. 아마추어 연주단원 여러분 그동안 수고 많으셨습니다!”


이용탁 국립국악관현악단 부지휘자


 

사이트 지도

사이트 지도 닫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