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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8년 04월호 Vol.339

공력 있는 소리꾼으로 내딛는 한 걸음

프리뷰┃국립극장 완창판소리 '박애리의 춘향가-김세종제'

대중의 인기로만 평가되는 소리꾼이 아니라 한 편의 풍경화 같은 소리를 내놓을 수 있는 그녀.

판소리 다섯바탕을 오롯하게 전하고 싶은 박애리의 첫 번째 완창판소리 무대가 시작된다.

 

 

국악계의 대표적인 스타, 대중적인 인기를 얻고 있으면서도 겸손함을 잃지 않는 착한 품성의 소유자, 보기와 달리 내성적이고 소극적인 성격, 그렇지만 승부욕이 강하고 치열하게 노력하는 소리꾼, 4월 완창판소리 주인공인 박애리 명창 이야기다.


전남 고흥 출신인 박애리는 아홉 살에 판소리에 입문해, 안애란 명창에게 춘향가 한바탕을 7년여에 걸쳐 공부했다. 그리고 ‘심청가’는 ‘삯바느질 대목’부터 ‘시비 따라 가는 대목’까지 배웠다. 국악 예인 집안에서 태어난 것은 아니지만, 타고난 재주를 바탕으로 거의 매일 하루도 빠지지 않고 스승에게 소리를 배웠다. 그 공력과 노력이 오늘날의 박애리를 있게 한 원동력이었음은 부인할 수 없는 사실이다.


중앙대학교에 진학하면서 서울로 올라온 박애리는 성우향 명창에게서 ‘춘향가’와 ‘심청가’ 전바탕을 다시 배웠다. 성우향 명창은 안애란의 스승이기도 하다. 안애란 명창의 소리 매력을 구성지고 애절하고 섬세한 시김새에서 찾는다면, 성우향 명창의 소리에는 세련되고 담백한 데 매력이 있다. 두 스승 모두 격조 있는 보성소리의 미학을 잘 보여준 명창이라는 점에서 공통점이 있다.


대학 재학 중 판소리꾼들의 전문공연예술단체인 ‘판소리공장 바닥소리’의 회원으로 활동한 바 있는 박애리는 1999년에 국립창극단에 입단해 주요 배역을 맡아 두각을 나타내면서 스타의 반열에 올랐다. 박애리는 미성이며, 감정 표현이 풍부하고 극적 표현에도 능하다. 이러한 예술적 재능이 창극단 내에서 활짝 꽃피웠다고 할까. 그렇지만 박애리가 처음부터 주연을 맡은 것은 아니다. 처음에는 각설이패나 초란이패 혹은 흥보 아들 등으로 출연했으며, 시간이 제법 흐른 뒤에야 향단이 역을 맡을 수 있었다. 이후 각고의 노력을 거듭한 끝에 마침내 주연을 도맡다시피 하며 화려하게 스포트라이트를 받게 된 것이다. 창극단원으로서 눈코 뜰 새 없이 바쁜 가운데 안숙선 명창에게 수궁가를 절반 정도 배우는 등 판소리 학습도 게을리하지 않았다.


국립창극단 활동과 더불어 박애리에게 인생의 전환점을 마련해준 중요한 계기는 팝핀 현준과의 만남이라 할 수 있다. ‘인생의 동반자’인 팝핀 현준은 국악의 새로운 지평을 열고자 다양한 작업을 시도해온 박애리에게 없어서는 안 되는 ‘예술적 동지’이기도 하다. 팝핀 현준은 “어제 최고였다고 해서 오늘도 최고는 아니다. 춤꾼은 언제나 오늘의 내가 최고임을 증명해야 한다”라고 말한 적이 있다. 박애리 역시 허명(虛名)을 경계하며 소리꾼으로서 끊임없이 기량을 갈고닦아야 한다는 사실을 늘 마음에 새기고 있다. 그리고 팝핀 현준과 함께하는 작업이 새로운 장르로 정립되고 국악이 나아가야 할 하나의 방식이 될 수 있기를 바란다.


박애리 명창은 국악가요를 잘 부르고 대중적 인기만 누리는 것이 아닌, 판소리를 제대로 잘하는 ‘진정한 소리꾼’이 되기를 소망하고 있다. 전통에 단단히 뿌리를 내린 실력을 갖추고 있으면서 춤·창극·노래 등 다방면에서 재능을 발휘하는 ‘진정한 예술인’이 되고 싶은 것이다. 2015년 국립창극단을 그만두었는바, 이 또한 새로운 삶의 세계를 열어가기 위한 박애리의 또 다른 결단이었다. 자신이 추구하는 가치를 좀 더 효율적으로 실현해보기 위해서였다. 2005년 제8회 진도민요경창대회에서 대통령상을 수상한 박애리는 민요가 아닌 판소리 경연대회에도 출전할 포부를 가지고 있다. 단순히 명예를 얻기 위해서가 아니라 명실상부하게 실력 있는 소리꾼으로 인정받고 싶어서다. 그리고 이번 춘향가 완창 공연을 시작으로, 심청가 등 다섯바탕 완창을 차례로 시도할 계획도 가지고 있다.


박애리가 판소리를 할 때면 해당 장면이 눈 앞에 펼쳐지듯 형상화된다고 한다. 마치 영화의 한 장면 같기도 하고 풍경화 같기도 한 그것을 소리로 멋지게 표현하고 싶은 욕심이 있다. 이번 완창판소리 춘향가에서도 박애리 명창의 소리가 관객에게 그림같이 펼쳐지길 바란다. 처음 시도하는 완창인 만큼, 완창이라는 이름에 걸맞게 스승에게서 배운 소리를 하나도 빠뜨리지 않고 6시간에 걸쳐 부를 예정이다. 박애리만의 매력이 더해진 김세종제 춘향가의 멋과 맛을 제대로 감상할 수 있는 이번 완창판소리에 많은 판소리 애호가가 함께하기를 기대한다.


김기형 고려대학교 국어국문학과 교수. 판소리학회 부회장, 무형문화재위원회 전문위원, 서울시 문화재위원 등을 맡고 있다. 주요 논저로 ‘적벽가 연구’ ‘여성국극 60년사’ 등이 있다.

 

국립극장 완창판소리 ‘박애리의 춘향가-김세종제’
날짜 2018년 4월 21일
장소 국립극장 하늘극장
관람료 전석 2만 원
문의 국립극장 02-2280-411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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