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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8년 04월호 Vol.339

한반도 음악 기행 '메나리토리를 찾아'

프리뷰┃국립국악관현악단 '모던 국악 기행-강원, 영남의 힘'

  

 

한반도 음악 지도를 완성해나가는 뜻깊은 여정으로의 초대. 강원·영남 지역 곳곳의 절경을 담은 영상과 함께 음악 여행을 떠나보자.

지역별 풍경과 음식이 다르듯 말 또한 억양이 다르고, 단어가 다르게 사용된다. 우리는 그것을 사투리라 부르는데 지역별 음악에도 그에 따른 음악 사투리가 존재한다. 이러한 음악 사투리를 우리는 ‘토리’라 한다. 언젠가 경상도 산간 지방을 여행할 때였다. 멀리서 들려오는 민요 소리를 가까이 가서 들어보니 사투리 억양이 강한 그냥 ‘말소리’였다. 토리와 사투리 사이에 상상 이상의 밀접한 관계가 있음을 여실히 보여준다. 토리를 ‘음악 방언’이라고 해도 무방한 이유다.


국립국악관현악단이 주관하는 ‘모던 국악 기행’은 한반도 권역(경기권, 남도권, 강원·영남권, 제주·서도권)을 차례로 돌며 각 지역 고유의 토리에 기반을 둔 민요와 굿을 탐색하는 프로젝트다. 4월 13일 세 번째 무대로 선보이는 ‘모던 국악 기행-강원·영남의 힘’은 우리나라에서 가장 광범위하게 퍼져 있는 메나리토리를 주제로 한다.

 

전통에 정통한 무대
1부에서는 민요 ‘정선아리랑’(강원도 무형문화재 제1호)과 ‘동해안별신굿’(국가무형문화재 제82-1호)이 연주된다. 600년 역사를 간직한, 모든 아리랑의 원조로 평가받는 정선아리랑은 평창 동계올림픽 개막식에서 한국의 원형질적인 소리를 맛보게 함으로써 전 세계인에게 가슴 뭉클한 감동을 선사했다. 정선아리랑 예능 보유자 김형조 명인은 “‘정선아리랑’은 전국의 아리랑 중에서 가장 많은 가사를 가지고 있고 유네스코 인류무형문화유산으로 등재될 만큼 세계적인 명성을 지녔다. 그러나 정작 요즘 젊은 세대에게는 잘 불리지 않아 안타깝다”고 했다. 김형조 명인은 ‘긴 아리랑-자진 아리랑-엮음 아리랑’이 가지는 슬픔과 흥겨움의 다양한 정서를 한껏 표현하되 특별히 랩의 원조라고 해도 과언이 아닌 ‘엮음 아리랑’과 흥겨운 가락의 ‘자진 아리랑’에 방점을 둘 예정이다. 이는 젊은 세대에게 ‘정선아리랑’이 친숙하게 다가가게 하기 위함이다.


동해안별신굿을 주관하는 김정희(국가무형문화재 제82-1호 동해안별신굿 및 풍어제 전수교육조교) 명인은 동해안별신굿의 마지막 화랭이로 불린다. 또한 30대 때부터 김덕수 사물놀이패에서 활동하면서 사물 가락과 동해안별신굿 가락으로 일본?영국?미국 등 해외 무대와 국내 유수의 무대에 오르면서 동해안별신굿의 공연예술화에 선도적인 역할을 해왔다. 이번 무대는 ‘골매기 성황굿’과 ‘세존굿’으로 구성된다. ‘골매기 성황굿’에서는 이 지역의 고을(이번 공연에서는 장충동)을 수호하는 수호신을 모시고 공연에 온 관중과 관계자들을 축원한다. ‘세존굿’은 삼한세존에게 자손만대의 번창을 기원하는 굿이다. 동해안별신굿의 특장은 엄청난 기교를 요하는 복잡한 리듬에 있다. 이번 무대에 오르는 두 굿에서는 삼공잽이·삼오동·굿거리·자진모리·푸너리·청배장단이 사용된다. 특히 화려하고 복잡하기로 유명한 청배장단이 1장부터 5장까지 전부 연주됨으로써 ‘한국적 리듬의 결정판’을 보여줄 예정이다.

 

 

실내악으로 다시 태어나다
1부가 동부 지방 기층 음악의 원형(archetype) 그 자체를 보여주는 무대라면 2부는 이러한 원형이 어떻게 창조적으로 계승되느냐에 초점을 맞춘다. 2부에서는 메나리토리에 기반을 둔 창작 실내악 세 곡이 연주된다. 첫 곡인 ‘피리 삼중주-춤을 위한 메나리’는 이정식의 색소폰 연주로 이루어진다. 국내 재즈계의 거장인 이정식의 색소폰에 의해 재즈의 즉흥성이 가미됨으로써 메나리토리가 어떻게 변신할지 주목된다.


두 번째 순서에서는 이중주 ‘고토와 사쿠하치를 위한 메나리’를 작곡가 임교민이 현대적인 실내악 버전으로 편곡한 ‘한(恨), 삶, 메나리’를 선보인다. 이 곡은 ‘한·중·일 오케스트라 아시아’를 창단한 박범훈 작곡가가 일본음악집단 소속 요네자와의 부탁을 받아 1994년에 작곡한 것이다. 당시 일본 악기로 연주되다가 이후 ‘한오백년’과 ‘강원도 아리랑’의 메나리 선율을 차용한 곡으로, 대금과 가야금 이중주로도 널리 연주됐다. 기존의 이중주가 다양한 연주법과 테크닉적인 솔로 연주로 메나리 가락의 매력을 만들어냈다면, 소금·대금·피리·가야금·해금·소아쟁·대아쟁·타악기로 편성된 이번 편곡에서는 확대된 실내악 편성이 어떤 사운드를 만들어낼지가 감상 포인트다. 사쿠하치의 역할은 소금·대금·피리의 관악기로 확대되고, 가야금이 고토의 역할을 대체하면서 아쟁 파트가 저음역대를 담당하는 등 악기 편성의 증대는 폭넓은 화성과 가락의 변화를 이끌어낼 것이다. 임교민은 “기존 곡의 탁월성과 그 정신을 유지하며, 애절한 메나리 가락에 화성을 넣는다는 것이 쉬운 일은 아니었다”고 토로했다. 편곡은 사실 작곡 이상으로 녹록지 않은 작업이다. 원곡 자체가 편곡자의 자유를 출발부터 제한하기 때문에 원곡의 특징을 훼손하지 않으면서 편곡자의 개성을 담아 적절한 변화를 꾀한다는 것은 작곡보다 더 섬세한 주의를 요한다. 이러한 어려움에도 불구하고 임교민은 자신의 심상에 맞추어 여러 부분에 새로운 가락과 화성을 첨가했고 기존의 중복되는 부분은 생략하는 등 곡의 전개를 깔끔히 다듬는 작업을 시도했다. 그의 ‘적극적 편곡’으로 기존의 메나리적 특성이 악기 편성과 텍스처 면에서 어떻게 확장된 모습으로 나타나고 새로운 감동을 불러일으킬지 궁금하다.


마지막 순서는 이번 공연을 위해 위촉·초연되는 배새롬 작곡의 ‘밀양, 아리랑’이다. 밀양아리랑 원곡에 담겨 있는 세마치장단의 밝고 힘찬 정서를 살리면서도 앞부분은 이와 대조되는 슬픈 정서의 느린 템포를 배치했다. 두 개의 대조적인 악장으로 구성된 ‘밀양, 아리랑’은 1악장에서 영남루에 얽힌 아랑 전설의 슬픈 정서를 화성 처리로 배가하고 ‘날 좀 보소’의 첫 선율을 고음으로 내질러 서서히 하행시킨다. 2악장에서는 항일운동가로 개사되어 사용되었을 만큼 역동적인 밀양아리랑의 원(原)정서를 극대화한다. 작곡가에 의하면 긴장감 있는 리듬 속에서 후렴구 선율의 특징을 살려 저음에서 고음으로 도약하는 선율의 흐름을 강조하고 최대한 다이내믹하게 표현하려고 했다. 전체적으로 1악장이 고음에서 저음으로 하강하는 모티프를 취하는 반면, 2악장은 저음에서 고음으로 도약함으로써 대조적인 전개 양상을 보여준다.
경기·남도·동부 지역을 통과함으로써 지역의 토리가 살아 있는 ‘모던 국악 기행’ 프로젝트도 어느새 종반을 향해 가고 있다. 한반도의 음악 지도를 완성하는 뜻깊은 여정으로 우리를 안내하는 이 프로젝트야말로 ‘재미’와 ‘의미’, 두 마리 토끼를 다 잡을 수 있는 음악회가 아닐까.


이소영 음악평론가·명지병원 예술치유센터장

 

국립국악관현악단 ‘모던 국악 기행-강원·영남의 힘’
날짜 2018년 4월 13일
장소 국립극장 달오름극장
관람료 R석 3만 원, S석 2만 원
문의 국립극장 02-2280-411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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