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킵네비게이션

주메뉴 바로가기 본문 바로가기 빠른예매 바로가기 사이트 지도 바로가기
월간미르 상세

2018년 04월호 Vol.339

같은 듯 다른 시선으로 바라보는 '창'극 '심청가'

SPECIAL┃두 심청, 민은경과 이소연

작고 왜소하지만 강단 있는 심청, 너그럽고 자비롭지만 소신 있는 심청.

두 심청의 ‘창’극을 만나다.


손진책 연출가가 심청가의 소리를 제대로 들려줄 적임자로 찾은 두 사람은 국립창극단 소속 배우 민은경(36)과 이소연(34)이다. 민은경은 어린 심청을 맡아 인당수에 빠져 용궁에서 어머니와 만날 때까지를 연기한다. 이소연은 연꽃에서 환생해 황후가 된 심청 역을 맡아, 심봉사가 눈을 뜨는 마지막 대목까지 연기한다. 실제로는 민은경이 이소연보다 두 살 위다. 두 배우가 다른 나이와 상황의 심청을 한 작품에서 나눠 연기하는 것이다. 두 배우를 만나보니 연출가의 의도를 짐작할 만했다. 민은경은 작은 체구에서 뿜어져 나오는 풍부한 성량이 매력적인 배우이고, 이소연은 황후같이 우아하고 고상한 느낌의 이미지와 소리를 지닌 배우이기 때문이다.

 

 

민은경은 심청 역과 유난히 인연이 깊다. 2006년 창극 ‘십오세나 십육 세 처녀’에서 처음으로 심청 역을 연기했다. 지난해 초에는 완창판소리 ‘강산제 심청가’를 무대에 올렸고, 말에는 마당놀이 ‘심청이 온다’에서도 심청 역을 맡았다. “제가 체구는 작고 왜소하지만 강단 있고 다부진 성격이라 심청과 같은 이미지로 봐주셔서 그런 것 같아요. 사실 심청이 어떻게 생겼을까 늘 생각해봐요.”(민은경) 이소연은 2013년 국립창극단에 입단한 뒤로 이번에 처음 심청 역을 연기한다. “아무래도 성숙한 이미지가 있어 황후 심청으로 저를 선택하시지 않았을까요. 민은경 배우는 어린 심청의 이미지에 맞게 동안이고 단단한 느낌이 있잖아요.”(이소연)


두 배우가 보여주려는 심청은 서로 다르다. 다른 심청을 어떤 방법으로 표현할 수 있을까. “어린 심청의 감성을 살리고 싶어요. 너무 어른스럽지 않은 심청이면 좋겠다고 생각하죠. 얼마나 무섭겠어요. 겉으로는 공양미 300석으로 아버지를 구할 수 있다면서 담담한 척하지만 속으로는 두려울 거예요. 만감이 교차하겠죠. 그런 내면을 표현하는 데 더 주력하고 싶어요.”(민은경) “너그럽고 자비로우면서도 소신과 강단이 있는 황후랄까요. 어떻게 소리를 맺고 끝내는지, 어떤 느낌으로 부르는지, 끝을 어떻게 처리하는지에 따라서 인물의 성격이 다르게 느껴지거든요.”(이소연)


심청가는 한마디로 창‘극’이 아닌 ‘창’극이다. 극의 요소보다 창의 요소가 훨씬 강하도록 차별화했다. 소리에 집중하기 위해 다른 요소를 최소화한다. 소품과 조명, 무대 기법, 배우의 수까지도 줄인다. 배우들이 오롯이 소리에 집중할 수 있는 환경을 마련한 것이다. 소리꾼이 소리를 하듯 창극을 선보이다 보니 배역을 나눠도 마치 한 명의 완창판소리를 보는 느낌마저 들 수 있다. 또한 국립극장을 벗어나 명동예술극장에서 공연을 올리면서 장소에도 변화를 줬다. 두 배우는 지난 창극과는 다른 변화에 설렘을 감추지 못했다.


“그동안 창극은 순회공연이 아니면 국립창극단(국립극장)에 와야 볼 수 있었죠. 그렇다 보니 다른 극장에서 공연하는 설렘이 커요. 특히 명동은 다양한 사람이 오가는 곳이잖아요. 그동안 창극에 관심이 없던 관객도 보러 오실 기회가 되겠죠. 또, 창극은 한국 전통의 소리로 만드는 공연이라 외국인도 관심 가질 것 같아요.”(민은경) “오랜만에 소리에 푹 빠질 수 있는 기회라서 기대돼요. 배우들도 무대에 서면 서로 감상하는 게 있어요. 소리판에서 소리꾼뿐 아니라 관객이 되기도 하죠. 소리에 목말라하는 관객은 ‘진짜 창극’을 본다는 느낌을 받을 수 있을 거예요.”(이소연)


‘창’에 집중하는 ‘진짜 창극’에 대한 설렘뿐 아니라 우려와 고민도 있을 법하다. “심청가는 감정이 복합적이고 기복이 크기 때문에 힘들어요. 감정의 격해짐을 소리로 어떻게 다 표현할 것인지 고민하고 있어요.”(민은경) “예술성이 조금 더 있는 대신 대중성이 좀 덜할 수 있다고 생각해요. 우리 소리를 어떻게 받아들이실지 궁금해요. 또 역을 나눠 하다 보니 짧은 시간 안에 많은 걸 보여줘야 한다는 게 부담스럽기도 해요.”(이소연)


꼭 말로 해야만 마음을 전할 수 있는 건 아니다. 대사가 아니더라도 소리·눈짓·표정·동작으로 메시지와 심정을 전할 수 있다. 이것이 심청가가 소리에 그토록 공들이는 이유다. 특히 심청가는 인물의 감정과 상황의 변화가 판소리 다섯바탕 가운데 가장 많은 편이다. 감정을 전하는 것이 무엇보다 중요하다.
두 배우가 심청가의 매력에 빠진 이유도 감정과 관련 있다. “제가 저희 집 늦둥이여서 아버지 연세가 많으세요. 늘 아버지 걱정을 많이 하면서 자라다 보니 극에 몰입도가 훨씬 높더라고요. 공연을 보러 오실 때나 연습할 때 생각나죠.”(민은경) 심청처럼 늦둥이고 아버지와 관계가 돈독해 애정이 많다고 전했다. “심청가는 소리꾼들이 이야기가 재밌고 구성이 잘 짜인 소리라고 해요. 희로애락의 감정을 쏟아내듯이 표현해내죠. 한이 서린 소리도 많아서 소리하기에 재밌고 좋아요.”(이소연) 작품을 보면 깊은 감정을 느낄 수 있을 것이라고 강조했다.


두 배우가 심청가에서 꼽은 대목도 다르다. 민은경은 ‘눈 어둔 백발 부친’을 꼽았다. 심청이 인당수에 빠지기 전 아버지가 혼자 살 수 있도록 집을 정리하는 부분이다. “상상하면 눈물을 참기 어려워요. 아버지를 혼자 남겨두고 떠나야 하는 심정요.”(민은경) 반면 이소연은 아버지가 눈뜨는 순간을 백미로 꼽았다. “소리꾼이 계속 이끌어오다가 마지막에 아버지가 눈뜰 때 쌓인 감정이 터져요. 시원한 감정이 들어요. 소리하기도 재밌고 좋죠.”(이소연)


심청가가 국립창극단의 판소리 다섯바탕의 마지막을 장식하게 되면서 각오도 남다르다. 무엇보다 강산제 소리를 제대로 들을 수 있을 전망이다. 기본 토대로 활용한 사설이 강산제 심청가를 이어받은 고故 성우향의 것일 뿐만 아니라 어린 심청을 맡은 민은경이 스승인 고 성우향에게 같은 소리를 사사했기 때문이다. “강산제를 이어받은 성우향 명창이 제 선생님이에요. 20년 넘게 배운 스승님의 소리라서 더 애정이 가고 잘해야겠다는 책임감이 들어요.”(민은경) “다른 것보다도 소리를 잘 들려드리고 싶어요. 황후가 된 심청의 모습을 소리 안에서 제대로 펼쳐봐야죠.”(이소연)


권준협 국민일보 문화부 공연담당 기자. 공연기획자 출신으로 축제와 강연, 파티 기획을 했다. 2016년 입사해 사회부 수습과 국제부를 거쳤다. 제8회 조계창 국제보도상을 수상했다.

 

사진 전강인

 

국립창극단 ‘심청가’
날짜 2018년 4월 25일~5월 6일
장소 명동예술극장
관람료 R석 5만 원, S석 3만 5천 원, A석 2만 원
문의 국립극장 02-2280-4114

 

사이트 지도

사이트 지도 닫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