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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8년 02월호 Vol.337

빛과 그림자로 빚은 ‘해님 달님’

예술배움 | 국립극장 겨울방학 어린이 예술학교



국립극장 별오름 앞에 차가운 손을 호호 부는 아이들이 옹기종기 모였다. 아이들은 부모님의 손을 꼭 잡고 얼음이 채 녹지 않은 미끄러운 길을 조심스레 걷다가도 먼저 온 친구를 발견하자 종종걸음으로 뛰어갔다. 아이들이 이토록 기다리던 건 별오름극장에서 진행되는 2018 국립극장 겨울방학 어린이 예술학교 수업. 오후 2시, 수업이 진행되는 극장 문이 활짝 열리자 아이들은 ‘오늘은 과연 무엇을 할까?’ 속닥이며 극장 안으로 와르르 들어갔다.

‘국립극장 어린이 예술학교’는 초등학생을 대상으로 매년 여름·겨울방학 시즌에 운영되는 공연예술교육 프로그램이다. 이번 겨울방학 주제는 ‘뚝딱 뚝딱 조물조물 연극 만들기’다. 동화 ‘해님 달님’을 연극으로 직접 만들어보며 한 편의 연극이 어떻게 완성되는지 재미있게 배운다. 4일간의 수업 중 첫날에는 무대 구조물을 제작했고, 둘째 날에는 ‘해님 달님’의 주제곡 가사를 직접 만들어 친구들과 불러봤다. 그리고 셋째 날인 이날은 무대의 빛과 그림자 즉 ‘조명’에 대해 배워볼 차례였다.

극장에 들어서니 무대 중앙에 설치된 커다란 나무 한 그루가 가장 먼저 아이들을 맞이했다. 강사와 아이들이 나무 아래 앉아 안부를 주고받는 사이 무대 조명이 여러 색깔로 바뀌면서 분위기를 변화시켰다. 아이들은 조명의 빛깔에 따라 계절과 시간이 다르게 느껴진다며 신기하다는 듯 감탄했다. 이내 조명이 파란색에 멈추자 무대 위 공간은 (순식간에) 남극이 되었다. “남극 속으로 뾰로롱!” 강사의 경쾌한 주문이 공기를 울리고, 아이들은 각자 원하는 남극의 생물로 변신했다. 뒤뚱뒤뚱 걸으며 펭귄 흉내를 내거나 바닥에 배를 대고 누워 물개의 움직임을 표현하고, 친구들과 함께 손을 모은 채 위로 쭉 뻗어 얼음 조각을 완성한 아이들이 제법 따뜻해진 무대 공기를 순식간에 서늘한 남극으로 바꿔놓았다. 아이들은 빛을 가지고 놀며 무대와 빛이 만날 때 나타나는 효과를 오감으로 익혔다.

조명 빛깔의 변화만으로 남극부터 우주까지 다양한 곳을 여행한 후, 서서히 조명이 약해지며 무대에 큰 막이 설치됐다. 두 번째 체험은 바로 ‘그림자 변신 놀이’. 두 팀으로 나뉜 아이들 중 한 팀이 막 뒤에 들어가 특정 생물을 몸짓으로 묘사하면 다른 팀이 그림자를 보고 어떤 생물인지 맞히는 놀이였다. 막 뒤에 모인 아이 세 명이 활짝 피어날 것 같은 꽃봉오리를 표현하자 강사는 꽃이 바람에 휘날리는 모습이 보고 싶다고 요청했고, 아이들은 즉석에서 이를 멋지게 선보였다. 여러 명이 일렬로 허리를 굽혀 호랑이를 닮은 그림자를 보여주면 이를 지켜보던 아이들은 호랑이 입속으로 재빨리 몸을 던져 잡아먹히는 시늉을 했다. 예상치 못한 새로운 장면이 나올 때마다 극장 안은 탄성과 박수 소리로 들썩였다. 아이들의 잠재된 창의력과 상상력이 무궁무진하게 드러나는 순간이었다.

그림자극을 만드는 데 익숙해진 아이들은 도구를 더해 화려한 연출을 시도했다. 셀로판지를 댄 손전등을 벽에 붙인 하얀 종이 위에 비춰 알록달록한 그림자를 만들었다. 아이들은 각 색상이 주는 분위기를 관찰하며 골똘히 생각한 후, 친구들과 의논해 원하는 극을 완성해나갔다. 두 가지 이상의 색을 합해 붉은 노을이 지는 바다의 풍경과 늑대가 웅크리고 있는 동굴을 그리기도 했다. 그 작고 다양한 그림자들이 서로 조화를 이루면서 어느새 극장 안에 아름다운 세계가 열렸다.


어느덧 수업이 막바지에 이르러 마지막 미션이 주어졌다. 세 팀으로 재정비해 각 팀원끼리 동화 ‘해님 달님’의 한 장면을 그림자로 연출하는 것. 아이들은 팀끼리 등장인물과 사물을 정리하고 각자 자신 있는 역할을 선택해 맡았다. 모두들 나무에 올라탄 오누이가 호랑이에게서 도망치기 위해 하늘에 동아줄을 청하는 장면을 선택했지만, 저마다 표현하는 방법은 무척 달랐다. 나무를 보여줄 때 한 팀은 우산을 천천히 펴며 나무가 자라는 과정을 재현했고, 다른 팀은 구긴 셀로판지를 손에 쥔 채 살짝 흔들어 나뭇잎의 생동감을 담기도 했다.


이렇게 세 팀의 다채로운 발표가 끝나고, 다시 한자리에 모인 아이들은 친구들이 만든 그림자극을 떠올리며 인상 깊었던 부분을 공유했다. “호랑이 눈이 아니라 두더지 눈 같았어요.” “호랑이 눈이 허공에 떠다녔어요.” 모두 깔깔깔 웃으며 다음엔 더욱 잘해보자고 손을 맞잡았다. 전혀 다른 이야기를 마음에 품은 채 극장을 찾은 아이들이 연극과 더불어 돈독해지고 하나가 되어가는 모습은 그 자체로 한 편의 동화 같았다. 겨울방학 어린이 예술학교의 세 번째 수업이 마지막 구호와 함께 예쁜 색으로 물들어갔다.

“뚝딱뚝딱 조물조물 연극 만들기 파이팅!”

글 박효린 좋아하는 것을 힘껏 좋아하기 위해 이불 밖으로 나온 기획자

국립극장 어린이 예술학교
‘국립극장 어린이 예술학교’는 1년에 두 번, 여름·겨울방학을 맞은 초등학생을 대상으로 예술 속에서 마음껏 뛰어놀며 창의성과 표현력, 사회성의 발달을 돕는 통합예술체험 프로그램이다. 예술작품을 감상하는 데서 한발 더 들어가 상상력을 자유롭게 발휘하며 몸을 움직이고 예술을 다각도로 체험하면서 어린이 스스로 깨우치고 성장하도록 돕는다. 2009년 처음 개설돼 시기별로 다른 주제의 수업이 진행되며, 수업에 참여한 학부모와 수강생의 만족도 및 재참가 의사가 90퍼센트를 상회하는 등 큰 인기를 얻고 있다. 자세한 내용은 국립극장 홈페이지에서 확인할 수 있다.
문의    국립극장 예술교육팀 02-2280-582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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