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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0년 12월호 Vol.371

무대의상, 빛과 색의 입체적 예술

공연예술을 전시하다


전통 의상부터 현대적으로 변형된 의상까지, 무대의상은 무대 위에서 연출 의도와 시대상, 작품의 주제를 시각적으로 전달해 준다


국립극장은 설립 이래 전통 공연예술과 동시대 감각을 접목하기 위해 끊임없이 노력해 왔다. 이를 시각적으로 확인할 수 있는 곳이 바로 무대미술 전시 공간이다. 공연예술박물관 내 공연예술사 전시 공간을 지나 무대미술 전시 공간으로 접어들면 우아하게 늘어선 무대의상이 관람객의 눈길을 단번에 사로잡는다. 전통 한복부터 현대적으로 변용한 서양 의상, 역시 현대적으로 새롭게 디자인한 동양풍 의상 등이 다채롭게 펼쳐져 있다. 단순히 의상만 보여주는 것이 아니다. 후면으로 실제 의상이 활용된 공연 장면을 흑백 이미지로 전시해 당시의 생생함을 전달한다. 또 코너마다 자줏빛 벨벳 커튼을 양옆에 드리워 무대에서 배우가 의상을 입고 등장할 것 같은 입체감을 더했다. 시간마다 하이라이트 조명이 무대의상을 비추며 공연의 명대사가 흘러나와 당시 무대로 관람객을 안내하는 듯하다.

국립극단 '귀족놀이' 무대의상


무대의상은 연출 감각을 전달해 주는 매개체
그 선두에 선 작품은 2006년 국립극단이 야심만만하게 내놓은 ‘태’이다. 당시 국립극장에서는 우리나라를 대표할 만한 공연 작품을 창작하기 위해 한국적 예술성을 담은 ‘국가브랜드 공연’을 기획했다. 계유정난을 소재로 당대 보편적 정세와 한국적 삶의 모태를 탐구한 ‘태’는 1974년 초연된 이래 크게 호평받아 한국뿐 아니라 전 세계에서 공연됐다. 국립극단에서 올린 국가브랜드 공연 ‘태’는 이른바 ‘한국적인 것’이 집약된 것으로도 회자됐는데, 음악을 국악기로 연주하고 판소리를 가미했으며, 여기에 한복의 미학을 최대한 살린 의상이 백미로 꼽혔다. 특히 종이로 만든 의상은 시각과 청각 양쪽으로 한국적 심상을 빚어내며, 종이가 지닌 여리고 단아한 질감을 인간의 운명과 병치시켜 관객에게 깊은 여운을 남겼다. 

두 번째로 진열된 의상은 2004년 국립극단이 제작한 ‘귀족놀이’이다. 신분 상승을 꾀하는 평민 주르댕의 좌충우돌을 다룬 몰리에르의 희극 ‘평민귀족’을 각색한 이 작품은 세계 명작 시리즈 중 하나로 프랑스 연출가 에릭 비네르가 연출을 맡아 현대 감각을 불어넣었다. 단순하고 상징적인 무대에 조명을 명민하게 사용해 분위기를 전환하고, 국립국악관현악단이 바로크음악을 연주해 극에 신선함을 더했다. 의상 역시 원색과 도형을 과감히 사용한 동양풍으로 객석의 시선을 붙잡았다. 한편에서는 한국적이라기보다 서양인의 시선에서 해석한 국적 불명의 미술이라는 비판도 있었으나, 부귀영화를 원하는 등장인물들의 욕망을 선명하게 시각화하며 주제 의식을 한층 더 강렬히 전달했음은 분명했다.

세 번째 작품은 역시 세계 명작 시리즈인 국립극단의 ‘브리타니쿠스’이다. 애욕과 권력욕에 눈이 먼 네로 황제에게 살해당하는 브리타니쿠스의 비극을 다룬 ‘브리타니쿠스’는 장 바티스트 라신의 대표작이지만 한국에는 이제껏 소개된 적이 없었다. 국립극단에서는 성공적인 한국 초연을 위해 프랑스에서 교수이자 연출가로 활약하던 다니엘 메스기슈를 초빙해 한국-프랑스 공동 작업을 꾸렸다. 17세기 바로크풍 의상을 기조로 흰색과 붉은색을 사용해 고대 로마를 연상시켰으며, 동시에 날카로운 비대칭을 활용한 디자인으로 동시대 느낌을 불러일으키는 의상은 연출 방향을 함축하고 있다. 메스기슈는 작품 배경인 고대 로마와 작품이 쓰인 17세기, 그리고 작품이 공연되는 21세기의 시간성을 모두 고려해 라신이 원작에서 의도한 인간의 근원성을 전달하려 했다. 

마지막을 장식하는 의상은 2001년 국립극단 공연인 ‘공민왕비사 파몽기’이다. 공민왕과 신돈을 중심으로 종교·권력·사랑 등 동서고금을 관통하는 주제를 다룬 정통 사극이었던 만큼 의상은 고려 말 당시 복식을 충실하게 재현했다. 물론 재현하는 와중에도 각 등장인물의 성격에 맞는 색채와 질감의 천을 사용해 무대의상의 기본 역할에도 충실했다. 이 같은 무대의상은 ‘파몽기’에 묵직함을 더해 국립극단이 정통 사극도 훌륭히 소화한다는 사실을 입증하는 데 한몫했다. 

무대의상이 전시된 공간을 지나면 무대 미니어처, 각종 소품과 장신구가 실제로 재현된 분장실이 관람객을 무대 뒤로 이끈다. 관람객은 화려한 무대 뒤에서 어떠한 작업이 이루어졌는지 이곳에서 체험할 수 있다. 전시를 본 이들은 공연이 예전에 이렇게 이루어졌고, 앞으로도 여전히 오늘과 내일의 무대가 펼쳐지리라는 것을 알기에, 무대 위 빛과 색을 찾아 다시금 극장으로 향하게 될 것이다. 

공연예술박물관

공연예술박물관은 약 28만 점의 공연예술자료를 보존하고 있습니다. 공연예술 디지털아카이브 홈페이지에서 누구나 쉽게 자료 검색과 열람이 가능하며, 박물관을 직접 방문하면 더 많은 자료를 이용할 수 있습니다. ‘공연예술을 전시하다’에서는 공연예술박물관 상설전시실 중 일부 공간을 골라 차례로 소개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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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주현 공연예술박물관 학예연구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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