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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0년 10월호 Vol.369

재생 버튼 ‘꾹’

극장사람들 | 영상감독 지병환



낡지 않고 새롭게, 뒤처지기보다 앞서 나가기. 영상감독의 길을 택한 그의 행보를 따라가 보자


영상 기술이 하루가 다르게 발달하고 있습니다.

현장에 있으면서 그 흐름을 직접 몸으로 느끼고 있어요. 지금은 공연에 홀로그램과 증강현실까지 도입하는데요. 2018년 국립무용단에서도 ‘맨 메이드’로 가상현실이 혼합된 무대를 보여준 적이 있죠. 객석에 앉은 관객에게 생생함을 전달하기 위해 영상에 여러 가지를 시도하고 있습니다. 


영상감독이 되기까지의 여정을 들려주세요.

대학로 동숭아트센터에서 음향감독으로 7년 근무했어요. 그 후 포천 반월아트홀에서 음향감독으로 9년 있었죠. 국립극장에 처음 입사할 때도 음향 담당으로 들어왔어요. 지난해 4월부터 영상감독으로 보직이 변경됐죠. 저 같은 경우가 굉장히 드물어요. 대학원에서 영상 공부를 한 데다 마침 자리가 있었고 업무 이동 시기가 적절해서 운 좋게 보직 변경이 가능했죠. 그간 음향 장비를 운용한 노하우, 관객에게 안정적인 소리를 들려준 경험이 바탕이 됐어요.


현재 어떤 업무를 하나요.

전속단체 공연과 극장 기획공연에 사용하는 영상을 제작·운영하고 있어요. 시스템을 구성하고 실제 공연에 맞춰 가동하는 것이 저의 몫입니다. 공연 실황을 촬영해서 편집한 후 아카이빙도 하고, 공연과 연관된 폐쇄회로 텔레비전CCTV 역시 관리하죠. 지금 하는 역할에서 더 나아가 무대에 그림을 그리는 영상 디자이너의 역할까지 수행할 여건이 되길 바랍니다. 공연 영상을 창작할 수 있도록요.


랜선 관객이 점점 늘어나고 있습니다.

현장의 최전선에 있는 사람으로서 고민이 많아요. 현재 촬영 영상을 일방적으로 송출하는 방식이 대부분인데요. 관객도 공연의 일부이니까요. 제가 우려하는 점은 관객이 시청자가 돼 작품을 받아들인다는 점이에요. 객석에서 관객이 능동적으로 공연을 즐기는 것과 다른 양상이죠. 어떻게 하면 공연의 현장성을 최대한 살려 영상에 담아낼지 다방면으로 고심하고 있습니다.


비대면 시대에 영상감독으로서 업무가 어떻게 달라졌나요.

달라진 게 아니라 오히려 영역이 확장됐다고 봅니다. 지금 우리가 운용하고 있는 촬영 장비보다 방송용 장비가 몇 십 배 가격이 비싼데요. 추후 장비를 구매해 더 전문적인 촬영을 해서 편집을 제대로 할 수도 있고, 외부 전문 인력과 협업해 유동적으로 공연별 영상을 다르게 촬영할 수도 있죠. 물론 무관중 중계에도 대비해야 하고요. 수시로 변하는 상황에 따라 맡은 바 업무를 최대한 해내려고 합니다.


영상은 실수하면 바로 눈에 띄어서 부담스러울 것 같아요.

맞아요. 영상 데이터 용량이 꽤 큰 편이잖아요. 컴퓨터가 일순간 느려지거나 아예 멈출 때가 있어요. 장비가 문제를 일으킬 경우를 대비해 예방 조치를 해두죠. 두 대의 컴퓨터로 동일 영상을 재생하는 식으로요. 지난해 파리 코리아센터 개관 기념 초청으로 국립무용단 ‘묵향’을 프랑스에서 공연한 적이 있어요. 근데 장비 문제가 생긴 거예요. 사고는 전 세계를 가리지 않아요. 순간적으로 영상 조도를 확 낮추고, 조명감독에게 상황을 공유했죠. 조명을 화려하게 사용해서 무대 전반을 커버했어요. 공연에 공백이 생길 뻔했는데 다행히 큰 문제 없이 순탄하게 넘어갔습니다.


영상감독은 평소 어떤 영상을 보나요.

저는 디지털 기술이 적용된 영상을 즐겨 봐요. 예를 들어 마블의 ‘캡틴 아메리카: 시빌 워’ 같은. 여러 데이터가 한꺼번에 섞여서 웅장한 효과를 내는 첨단 영상이죠. 반대로 아주 서정적인 영상을 보기도 해요. 우리 극장 공연을 생각하면서요. 예를 들어 무용수가 한량무를 무대에서 춘다고 하면, 한복에 우아하게 곁들여지는 뿌연 구름이나, 능선이 슬며시 보이는 산이 배경 영상으로 들어갈 수 있잖아요. 그런 생각을 하면서 시적인 그림을 유심히 살펴보죠.


지금 가장 관심을 두고 있는 점은?

어떻게 하면 후배한테 업무를 제대로 알려줄 수 있을지 고민하고 있어요. 무대를 경험해 본 사람과 안 해본 사람은 결이 꽤 다른데요. 학생들이 직접 영상 실무를 겪을 수 있는 토대를 닦고 싶어요. 학교에서 이론을 탄탄히 배우고 왔다면 극장에서 마치 모의고사 연습문제 풀듯, 실습할 수 있는 커리큘럼을 만드는 거죠. 제가 겪은 시행착오를 토대로 후배들은 좀 더 바르게 정확한 방향으로 갈 수 있도록 현장에서 돕고 싶어요.


감독님 인생의 한 단면을 영상으로 만든다고 가정한다면요.

영상보다 스틸 컷이 떠오르네요. 계단을 끊임없이 올라가는 한 남자요. 공연도 계속해서 진보하잖아요. 그 흐름을 따라가기 위해 처음엔 전문대학교에서 실용음악을 공부하다가, 4년제 대학교에 진학해 연극학을, 대학원에서 영상을 배웠거든요. 스태프가 그렇잖아요. 무대 위에서 환호받는 게 아니라 뒤에서 준비하고 정리하는 사람. 단순 기술직이 아니라 기술을 기반으로 한 창작자가 되기 위해 더 많은 지식을 얻고, 앞선 기술을 습득하려고 해요. 저만 그런 게 아니에요. 국립극장 스태프들은 다 그렇죠(웃음).




영상 저장장치 일정 시간 동안 영상을 저장하고 기록할 수 있는 장치인데요. 공연 때 이곳에 영상을 담아두고 틀곤 합니다.


영상 컨트롤러 영상 전반에 대한 것을 조절할 수 있는 장비예요. 화면의 조도를 낮추고 음향의 높낮이를 맞추는 거죠. 지방이나 해외 공연 갈 때 꼭 가져가는 필수품입니다.


차경주 국립극장 홍보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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