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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0년 10월호 Vol.369

전시로 보는 남산 시대

공연예술을 전시하다 | 무대 기기와 홍보·마케팅 변천사


1973년 국립극장은 남산에 문을 연 이래로 꾸준히 ‘전통의 현대화’란 목표를 실천해 왔다. 나날이 새롭게 거듭난 그 흔적을 살펴보자

국립극장의 여정은 첫걸음부터 순탄치 않았다. 공연예술인들이 각고의 노력 끝에 정부로부터 설립 허가를 받아내 1950년 극장 문을 열었으나 그로부터 불과 58일 뒤 한국전쟁이 일어났다. 대구로 피난한 국립극장은 휴전 후에도 온전히 환도하지 못하고 거처를 옮겨 다니며 어렵사리 운영되다가, 예술계의 쉼 없는 요구가 1960년대 중후반 민족문화를 부흥시키려는 정권의 정책과 맞물리면서 변화의 급물살을 타게 됐다. 
위치와 규모 등 많은 논의를 거치며 국립극장은 마침내 1973년 남산에 문을 열었다. 종합민족문화센터의 중요한 일부이자 동양 최대 규모의 국립극장 건립이라는 목적에 걸맞게 1만 7,600평이라는 드넓은 대지에 자리 잡았다. 도쿄의 국립극장, 뉴욕의 주립극장을 벤치마킹하면서도 우리나라 고유의 전통을 현대적으로 반영한 건축은 장엄한 분위기를 풍겼으며, 최고의 기술자들이 설계한 각 극장의 무대가 정교하게 구축됐다. 
이러한 남산 국립극장의 개관을 축하하기 위해 선정된 작품이 대형 역사극 ‘성웅 이순신’(연출 허규, 극작 이재현, 1973)이었다. 국가를 위기로부터 구해내는 영웅이라는 소재는 민족정신을 일깨울 뿐만 아니라 해전 장면 같은 스펙터클을 연출하기에도 적절했다. 비록 촉박한 준비 일정으로 인해 인물의 입체성이 떨어지는 등 극본의 완성도가 높지 않고 스태프들이 최신 장치를 다루는 데 익숙지 않아 짧은 공연 기간 중 여러 해프닝이 발생했으나, 회전무대나 명동 국립극장의 여덟 배에 달하는 무대 면적 등 새로운 공간을 적극적으로 탐사하는 호기였음에 분명하다. 그 후 이어진 약 50년에 달하는 시간 동안 국립극장은 줄곧 남산에 자리를 보전하며 ‘전통의 현대화’라는 모토를 꾸준히 실천하고 있다. 


월간 ‘미르’의 조상부터 공연 장비 변천사까지 총망라

공연예술박물관 상설전시실에는 국립극장이 남산 시대를 맞아 새롭게 거듭나려 한 흔적이 다양하게 펼쳐져 있다. 그중 관람객의 눈길을 끄는 자료는 무대 기기일 것이다. 앞서 이야기했듯이 남산 국립극장 개관 당시 최신 장비들이 도입됐으나, 현대에 가까워질수록 기술의 발전은 비약적으로 빨라졌다. 무대 스태프들은 한정된 예산이나 의무 사용 기간 같은 제약 속에서도 시대에 발맞춰 계속해서 신규 기기를 조사하고, 낡은 장비를 교체했다. 그런 만큼 유리 진열장 안에 나란히 늘어서 있는 조명 도구, 음향 기기는 국립극장뿐만 아니라 무대 기술의 작은 역사라 할 만하다. 특히 다른 기기와 달리 상대적으로 작은 크기 덕분에 옹기종기 모여 있는 여러 개의 마이크는 무대 마이크의 변천사를 한눈에 보여주기도 한다. 테이프로 신체 어디든 부착할 수 있는 초소형 마이크가 진작에 실용화된 21세기를 사는 관람객들, 특히 젊은 관람객들에게 더욱 흥미롭게 느껴지지 않을까.
바로 옆 진열장 안에 전시된 소식지와 회원권도 남산 시대의 특징을 대표하는 자료라 할 만하다. 폭넓은 홍보 활동과 관객 저변 확대 등 문화적 포부를 보여주기 때문이다. 먼저 ‘월간 국립극장’이라고 적힌 전시 자료는 국립극장 소식지 창간호로서 다름 아닌 월간 ‘미르’의 조상이다. 처음에는 신문 형태로 발간돼 얼핏 분량도 적을 듯하지만, 자세히 들여다보면 콘텐츠가 굉장히 풍성하다는 사실을 발견하게 된다. 전속단체의 공연 예고는 물론이고 상세한 연습 스케치, 교통편 안내, 예술인들의 칼럼, 만평에 이르기까지, 종이 몇 장 안에 풍부한 이야기를 꾹꾹 눌러 담아냈다. ‘월간 국립극장’ 오른편으로 쭉 나열된 ‘극장 예술’ ‘국립극장 소식지’는 월간 ‘미르’의 변천사를 눈으로 직접 확인하게 해준다. 
위의 전시물들이 무대 기기와 국립극장 홍보의 변천사를 보여준다면, 회원권은 마케팅의 변천사를 보여준다. 회원권은 전속단체별로 발급되기도 하고 연도별로 갱신되기도 하며 관람객을 유치하기 위해 공연 할인과 같은 각종 혜택을 보장하고 있다. 디자인이 관공서답게 소박하기는 하지만, 굵직한 두께와 충실한 내용을 보면 국립극장이 더 많은 대중에게 다가가기 위해 노력해 왔음을 알 수 있다. 
국립극장은 남산 이전 이후 명실공히 한국을 대표하는 공연장으로 우뚝 섰으나, 장엄함의 이면에 존재하는 위압감이나 명동에 비해 현저히 떨어지는 접근성이라는 약점을 대신 끌어안아야 했다. 그럼에도 기술한 것처럼 국립극장은 무대 기기와 같은 하드웨어, 공연인들의 육성을 담은 소식지나 회원권과 같은 소프트웨어 양면 모두에서 발전하기 위해 부단히 힘썼다. 국립극장에서는 얼마 전 소품 제작을 위한 3D 프린터도 도입했는데, 이 역시 언젠가 박물관에 전시될 것이다. 기능을 소진한 구식 기기로서가 아니라, 예술 추구 역사의 산 증거로서 말이다.

참고 문헌
국립극장 공연예술박물관 편. ‘공연예술, 시대와 함게 숨쉬다’, 국립(중앙)극장, 2010
국립극장 편. ‘국립극장 70년사’, 국립(중앙)극장, 2020

공연예술박물관
공연예술박물관은 약 28만 점의 공연예술 자료를 보존하고 있습니다. 공연예술 디지털아카이브 홈페이지에서 누구나 쉽게 자료 검색과 열람이 가능하며 박물관을 직접 방문하면 더 많은 자료를 이용할 수 있습니다. ‘공연예술을 전시하다’에서는 공연예술박물관 상설전시실 중 일부 공간을 골라 지면에 차례로 소개합니다. 
공연예술자료실
02-2280-5834
공연예술디지털아카이브
archive.ntok.go.kr

글 이주현 공연예술박물관 학예연구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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