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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0년 10월호 Vol.369

넌 이름이 뭐니?

예술배움 | 2020 국립극장 여름방학 ‘어린이 예술학교’


온라인이지만 괜찮다. 서로 얼굴을 바라볼 수 있고, 즐거운 낭독극을 나눌 수 있으니. ‘어린이 예술학교’에 모인 아이들은 화면에서 처음 만난 친구들이지만 용기 내어 서로에게 묻는다. “넌 이름이 뭐니?”


비대면으로 예술과 대면하다
코로나19의 확산에도 굴하지 않고, 세상은 움직이고 예술은 생동한다. 아이들의 일상도 마찬가지. 지난한 1학기를 보내고 나니 어김없이 여름방학이 돌아왔다. 방학은 아이들이 학교 밖에서 다양한 경험을 쌓을 수 있는 절호의 기회이지만, 올해만큼은 쉽지 않다. 이런 안타까운 상황을 가만히 보고만 있을 수 없었던 국립극장은 아이들을 위한 비대면 교육 프로그램을 준비했다. 바로 2020 국립극장 여름방학 ‘어린이 예술학교’.
‘어린이 예술학교’는 2009년부터 방학 때마다 열린 초등학생 대상 공연예술 교육 프로그램이다. 참여 아이들과 학부모의 만족도 및 재참가 의사 비율이 90­퍼센트를 넘을 만큼 인기가 높다. 예술을 통한 상상력과 감수성 함양을 목표로 매회 다른 주제를 준비했는데, 이번 여름방학의 주제는 ‘넌 이름이 뭐니?’다. 아이들의 안전을 위해 온라인 화상회의 프로그램을 활용한 비대면 수업으로 진행됐으며, 강사와 아이들의 원활한 소통을 위해 초등학교 3?4학년생 40­명을 선발해 오전?오후반으로 20명씩 나눠 편성했다.
수업 장소인 별오름극장에 들어서기 전까지만 해도 걱정스러웠다. 과연 아이들을 대상으로 하는 온라인 예술 교육이 제대로 진행될 수 있을까. 하지만 기우에 불과했다. 셋째 날 수업을 위해 접속한 오전반 아이들은 강사들의 열렬한 환영을 받았고, 선생님과 친구들을 다시 만났다는 기쁨에 다들 미소를 감추지 못했다. 
강사들은 대면 수업 때와 마찬가지로 아이들의 출석 여부와 수업에 필요한 준비물을 꼼꼼하게 확인했다. 아이들은 미리 발송된 준비물 꾸러미에서 교재와 나무 브로치를 꺼냈다. 아이들의 긴장을 풀고 수업 분위기를 다잡기 위한 몸풀기 게임이 이어졌다. 강사가 아이 한 명에게 비밀 채팅으로 단어를 전달하면, 아이가 몸짓으로 다른 친구들에게 설명하는 게임이었다. 롤러코스터?캥거루 등 재미난 단어와 귀여운 행동 묘사가 오갔다. 3차시 수업은 이렇듯 유쾌하게 출발했다.

지금 이 순간, 우리 모두 주인공
몸과 마음을 푼 아이들은 나무 브로치 꾸미기에 돌입했다. 아이들은 전날 3개 조로 나뉘어 총 3막으로 이루어진 낭독극 ‘고들빼기 이야기’를 하나씩 맡았고, 각자 무슨 배역을 연기할 것인지 의견을 나눴다. 이야기된 내용에 따라 각자 맡은 배역의 느낌을 나무 브로치에 옮겨 그리기로 한 것이다. 똑같은 모양이던 브로치가 아이들의 개성과 생각을 담은 브로치로 변모했다. 아이들은 브로치를 가슴에 달고, 각 조로 나뉘어 낭독극을 연습하기 시작했다.
낭독극 연습은 3차시 수업의 핵심으로, 낭독극 발표 시간을 아름답게 꾸미기 위해 반드시 선행돼야 하는 과정이다. 3개 조는 강사의 지도 아래 낭독극을 읽어 나갔는데, 아이들이 즉흥적으로 의견을 보충했다. 강사는 아이들 의견을 반영하며 참여를 독려했다. 예컨대 주인공들이 씨암탉을 잡을 때는 나머지 아이들이 “꼬꼬댁” 소리를 내고, 시간의 경과를 표현해야 할 때는 손목시계를 두드리는 식의 발상이었다. 의성어나 의태어 하나를 정할 때에도 친구들과 진지하게 논의하며 결정했고, 모두 동의하고 나서야 다음 단계로 넘어갔다. 
자신들의 의견이 낭독극에 반영되니 아이들의 몰입도가 한층 높아졌다. 집 안의 물건을 소품으로 가져와 사용하는가 하면, 대사 하나하나에 감정을 가득 담아 표현해 줘서 실제로 한 공간에 모여서 수업한다는 착각이 들 정도였다. 연기 보여주기를 주저하는 내성적인 아이들에게 진심이 담긴 격려와 칭찬이 이어졌고, 아이들 각자 맡은 역할을 수행하며 낭독극을 풍성하게 채워 넣었다. 모두가 낭독극의 주인공으로 거듭나는 순간이었다.


예술로 가르친 인생의 덕목

낭독극 연습은 아이들에게 인생의 교훈을 자연스레 전달하는 시간이기도 했다. 강사 선생님의 친절한 안내로 친구들과 낭독극에 대해 논의하고, 모두 긍정할 만한 결론을 만들어내는 과정에서 아이들은 소통과 협업의 방법을 체득했다. 다 같이 정한 약속을 한 사람이라도 안 지키면 낭독극에 구멍이 생긴다는 사실을 통해 약속의 중요성에 대해서도 깨달았다. 어렵게만 느껴지던 연기가 조금씩 나아지는 것을 체험하며 무엇이든 연습하면 잘할 수 있다는 자신감도 얻었다. 이런 덕목들을 교과서로 배웠다면 마음속 깊이 와닿기 힘들었겠지만, 낭독극을 연습하며 익히니 한결 쉽게 체화됐을 것이다. 국립극장이 1년에 두 번씩 ‘어린이 예술학교’를 개최하는 이유다.
‘어린이 예술학교’는 잠들어 있던 아이들의 예술 감각을 일깨우는 데에도 기여한 바가 많다.  국립극장이 10년 넘게 ‘어린이 예술학교’를 운영하며 켜켜이 쌓은 노하우를 통해 공연예술에 대한 아이들의 흥미를 돋운 것. 이를 통해 예술인을 꿈꾸는 아이들에게 희망을 선사함은 물론 미래를 이끌어갈 아이들의 삶 속에 예술이 깃들 단초를 제공한 셈이니 일석이조다. 
대사를 숙지하는 아이들의 목소리가 서서히 잦아들었다. 이제 각자의 집으로 돌아가야 할 시간. 교재에 3일차 종료를 표시하는 스티커를 붙이고 내일 준비해야 할 사항을 전달받는 아이들의 얼굴에 아쉬움이 그득하다. 그만큼 내일 할 낭독극 발표 연습을 열심히 해 올 것이다.  2020 국립극장 ‘어린이 예술학교’ 3­일차 수업은 내일의 만남을 기약하며 막을 내렸다. 온라인 수업이었지만 직접 와서 연기하는 것 이상의 열정을 보여준 아이들. ‘어린이 예술학교’를 발판 삼아 우리나라의 미래를 아름답게 만들어갈 예술적 인재로 자라나기를 기대해 본다.

강진우 객관적인 정보와 색다른 시선을 바탕으로 다양한 기사와 문화 칼럼을 쓴다. 우리 삶과 밀접한 연관성을 지닌 현안과 분야에 몰입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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