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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0년 10월호 Vol.369

가을, 깊고 탄탄한 ‘심청가’ 완창

미리보기 다섯 | 국립극장 완창판소리 ‘김영자의 심청가-강산제’


김영자 명창의 깊고 탄탄한 강산제 소리로  섬세하고 고급스러운 전통과 질서가 살아 있는 ‘심청가’를 만나본다 

2020년 10월, 국립극장 완창판소리는 전주를 기반으로 왕성하게 활동 중인 김영자 명창의 강산제 ‘심청가’ 무대다. 이번 무대가 소중한 이유는 김영자 명창이 지난 9월 국가무형문화재 제5호 판소리 ‘심청가’ 보유자로 인정된 이후 펼치는 첫 공연이기 때문이다. 이번 무대를 놓치면 안 될 또 다른 이유로 시시상청時時上淸까지 올려서 질러 내는 김영자 명창의 전율할 만한 기교, 그리고 여류 명창으로서는 드물게 구사하는 적절한 너름새도 한몫한다. 

질러 내는 소리의 맛과 적절한 발림
김영자 명창은 소녀 시절 보성소리 계승자인 정권진 명창에게 ‘심청가’와 ‘춘향가’를 배우며 판소리에 입문했다. 어린 시절 정권진 명창에게 진정성 있고 깊은 소리 세계를 학습한 것이 오늘날 김영자 명창이 지닌 탄탄한 소리의 기초가 됐다. 그 후 김영자 명창은 김준섭 명창을 비롯해 김소희·박봉술·정광수·성우향 등 당대 명창들을 사사하며 자신만의 소리 세계를 만들어왔다. 김영자 명창은 1985년 전주대사습대회 판소리 명창부 장원(대통령상)을 받았으며, 1987년 국가무형문화재 제 5호 판소리 ‘수궁가’ 전수교육조교로 인정돼 전승 활동을 왕성하게 펼쳤다. 김영자 명창은 판소리 다섯 바탕에 정통한 실력자로서 수십 차례의 완창 경험을 갖고 있다. 판소리에 관해서는 무불통지無不通知의 실력을 갖춘 명창이 이번에 ‘심청가’ 보유자로 인정된 것이다. 
김영자 명창은 중하성重下聲도 안정적이지만 탄탄한 성음으로 정평이 나 있다. 단계를 올려 고음을 질러 낼 때 애호가들은 그 탁월한 기교에 숨죽이며 탄식하게 된다. 명창은 발림과 너름새에서도 타의 추종을 불허하는 연기력을 소유하고 있다. 1974년 국립창극단 단원이 된 이래 ‘춘향’ ‘심청’ 등 배역을 맡아 다소곳하면서도 호방하고 조신하면서도 유장한 연기를 보여줬다. 특히 김영자 명창의 너름새 연기는 다른 명창이 따라 하기 쉽지 않을 독특한 매력을 자랑한다. 명창은 1999년 미국 카네기홀, 2003년 미국 링컨 센터 페스티벌, 영국 에든버러 페스티벌 등 해외 유명 공연장과 축제에서 완창 무대를 선보이며 전 세계 관객을 사로잡았다. 

보성소리 명가의 전통 깃든 강산제 ‘심청가’
김영자 명창이 부를 강산제 ‘심청가’는 흔히 보성소리라고도 한다. 보성소리는 전라남도 보성군 회천면의 정응민 명창 집안에서 보존해 온 소리를 일컫는다. 보성소리는 현재 네 바탕이 전승되는데 ‘춘향가’는 김세종제를 받아들였고, ‘심청가’ ‘수궁가’ ‘적벽가’는 대원군의 운현궁에서 활약하다 보성으로 내려와 칩거한 박유전 명창의 강산제를 수용하면서 판소리 명가의 고유 레퍼토리로 전승됐다. 19세기 중엽 8대 명창으로 활약한 박유전은 애초 서편제의 애상적이고 그늘 짙은 계면조가 대종을 이루는 ‘심청가’를 불렀다. 그의 제자로는 이날치가 있으나, 박유전이 대원군 문하에서 기거하면서 양반 좌상객들 앞에서 소리를 펼쳤다. 당연히 좌상객들은 박유전의 소리에 품평을 가하며 세련되게 다듬었고, 이렇게 완성된 소리가 강산제 ‘심청가’다. 박유전의 강산제는 보성소리에 편입되면서 판소리 일가를 형성하게 된다. 
보성소리는 대체로 우아하고 기품 있는 소리를 지향한다. 사설이 섬세하게 다듬어져 있고 기존의 ‘심청가’에서 보여주던 진계면의 기법들을 최소화했다. 또 속된 표현과 감정을 조절해 계면조 정황을 구성했으며, 우조의 적절한 배치를 통해 고급스러운 판소리를 완성했다. 강산제 ‘심청가’에는 이 같은 보성소리의 전통과 질서가 배어 있다. 
강산제 ‘심청가’는 가곡성 우조 사용에서 그 깊이가 드러난다. 이는 심청이 장승상 부인의 시비를 따라가는 대목에서 특히 빛나는데, 다른 유파의 심청가와는 달리 강산제에서는 ‘시비따라’ 대목이 두 번 등장한다. 처음 시비를 따라가는 대목은 가곡성 우조로 부르고, 심청이 인당수에서 선인을 따라가게 되었다는 사실을 알리러 가는 ‘시비따라’ 대목은 계면조로 부른다. 상황에 대한 서로 다른 해석이 이런 차이를 낳았다. 
심봉사를 최대한 점잖은 서생으로 그려내고, 후반에는 뺑덕어미도 다른 유파에 비해 그 비속함을 정제해 부른다. 안씨 맹인이 등장해 심봉사와 인연을 맺고 꿈을 해몽해 주는 대목은 강산제 ‘심청가’가 지향하는 특징의 정점을 드러낸다. 어찌 보면 군더더기처럼 느껴지는 노래가 들어오지만, 오히려 우아한 소리제임을 강조하는 효과가 있다. 
김영자 명창의 정교한 너름새와 깊은 소리가 돋보일 이번 ‘심청가’ 완창판소리 무대에서는 명고 김청만과 이태백이 북 반주로 참여해 호흡을 맞춘다. 어려서부터 악극단에 들어가 북 치는 고수 인생을 살아온 김청만 명인, 소리를 꿰면서 이면에 맞게 북 반주를 하는 고수 이태백의 연주도 이번 무대의 관전 포인트다. 김영자 명창의 ‘심청가’ 완창판소리는 절대 놓쳐서는 안 될 가을 무대가 될 것이다.

국립극장 완창판소리  ‘김영자의 심청가-강산제’
2020년 10월 24일
국립극장 하늘극장
전석 2만 원
02-2280-4114

유영대 고려대학교 교수. 판소리학회 회장과 국립창극단 예술감독, 무형문화재 위원을 역임했으며, 현재 세종시 무형문화재 위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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