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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0년 07월호 Vol.366

결 다른 언어

깊이보기 둘 | 대화



ⓒ김시훈


직설과 절제가 마주 앉아 허심탄회하게 나눈 마음의 소리에 귀 기울여본다

이랑은 직설적이다. 제14회 한국대중음악상 시상식에서 최우수 포크 노래상을 받은 뒤 트로피를 즉석 경매에 부친 사건은 유명하다. 예술가를 직업인으로 인정해 주지 않는 현실을 향해 날린 쓴소리였다. 솔직한 표현은 그녀의 음악과 글에 고스란히 드러난다. 정가앙상블 소울지기의 소리에는 절제된 애틋함이 있다. 전통적인 음색에 내려앉은 서정적인 가사 그리고 세 명의 여성 가객이 빚어내는 화음은 오랜 시간 여운을 남긴다. 장르도 표현 방식도 다른 이들이 한 무대에서 만난다. 여우락을 통해서다. 공연명은 그 자체로 이 만남의 의미를 응축한 ‘대화’다. 
이랑은 애써 포장하지 않는다. “힘을 내 친구야, 다 잘될 거야” 같은 무력한 격려는 애초 기대하지 않는 게 좋다. 그래서 이랑이다. ‘모든 것이 지난 후에 / 그제서야 너는 화를 내겠니 / 모든 것이 지난 후에 / 그제서야 또 슬피 울겠니.’(이랑, ‘환란의 세대’) 그의 노래에 20, 30대가 열광하는 지점은 바로 여기다. 누구나 일상에서 느끼는, 그러나 밖으로 드러내지 못한 순간의 아픔과 상처, 고민과 분노가 이랑의 가사와 노래에 담겨 있다. 음악을 통한 대화가 끝난 자리엔 공감과 위로가 남는다. 이랑은 과거 한 인터뷰에서 “살면서 트라우마가 점점 늘어난다는 생각이 든다. 감당하기 힘든 일들이 점점 늘어나는구나 싶다”라고 말한 적이 있다. 가족과 연애에서 돈 버는 일, 여성·소수자 혐오, 죽음으로 노래 속 화두가 확장됐다. 이랑의 이야기는 이 시대를 사는 너와 나의 이야기이기도 하다. 그렇게 이랑의 말은 계속된다.
소울지기의 노래는 고운 가사와 아정雅正한 목소리로 말을 걸어온다. ‘사랑 거즛말이 / 꿈에 뵌단 말이 그 더욱 거즛말 / 날같이 잠 아니 오면 어느 꿈에 뵈리’(소울지기, ‘사랑 거즛말이’) 기품 있고 바르다는 의미의 정가는 시조를 가사 삼아 만든 우리 고유의 성악이다. 가사가 시조인 만큼 노랫말에 담긴 풍성한 감성이 매력적이다. 애절한 가사조차 감정을 절제하고 불러야 하기에 정가를 듣고 있노라면 묘한 한恨이 느껴지기도 한다. 그간 소울지기는 정가의 대중화를 위해 다양한 시도로 관객과 만나왔다. 기존 정가는 단선율이지만, 소울지기는 과감하게 화성 기법을 가져와 작업하는가 하면 피아노·바이올린도 반주에 사용하는 등 새로운 시도로 호평을 받았다. 영화 ‘해어화’에서 주인공 소율(한효주)이 불러 사랑받은 ‘사랑 거즛말이’는 소울지기가 2014년 발매한 첫 음반에 수록된 곡이다. ‘가까이할 수 있는 전통음악’을 추구하는 소울지기의 시도, 대중과의 호흡은 현재 진행형이다.
기대도 되지만, 상상도 쉽지 않은 둘의 만남이다. 솔직하고 담백하며 직설적인 이랑, 곱고 서정적이며 절제하는 소울지기. 결 다른 이들의 합동 무대는 그 자체로 실험이다. 그러나 모두 인간 보편의 감정을 매개로 대중과 호흡해 왔다는 점에서 이제껏 어디서도 볼 수 없던 ‘특별한 대화의 장’을 기대하게 한다. 국립극장은 ‘현재의 메시지를 담고, 시조를 현대적으로 재해석한 가사가 이 공연의 관전 포인트’라고 했다. 다른 음악 세계를 가진 둘의 만남 그리고 서로의 강점을 담아내 생동하는 무대는 어떻게 펼쳐질까. 감정이 통하는 대화의 시간에 빠져보자.

글 송주희 ‘서울경제’ 기자. 2008년 2월 입사해 사회부·증권부·문화부·정치부를 거쳤으며 올 4월 문화레저부로 복귀했다. 여전히 더 많은 무대를 보고 듣고 배우고 싶다

이랑X소울지기
대화
7월 23일  |  국립극장 달오름극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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