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0년 07월호 Vol.366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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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립극장은 중앙재난안전대책본부의 ‘거리두기 단계별 기준 및 실행 방안’ 발표에 따라 공연을 취소합니다. 자세한 사항은 하단의 링크를 참고해주세요. https://www.ntok.go.kr/Community/BoardNotice/Details?articleId=194872 만신 이해경과 흡혼의 사진작가 강영호가 함께 일으킨 굿의 소용돌이 속으로 나는 15년 전 다큐멘터리 영화 ‘사이에서’ 촬영 현장을 찾으면서 다소 인류학적인 접근을 시도했다. 세계적으로 한국만큼 무속이 국민의 정서 깊이 배어 있으며 나아가 굿과 만신의 원형이 제대로 보존된 예를 찾기 쉽지 않았기 때문이다. 인류학자와 진도에서 동해안, 제주, 인천 등 팔도를 헤매며 무속의 정수를 좇으려 노력했다. 하지만 2시간에 5천 년의 무속을 응축한다는 건 도끼를 갈아 바늘을 만드는 시도였다. 결국 처음에 총예산의 6할을 할애한 동해안별신굿 촬영 작업이 넉 달 만에 한 컷도 건지지 못하고 접는 단계가 왔다. 그때 나타난 이가 황해도대동굿을 하는 만신 이해경이다. 나는 만신 이해경을 통해 한국의 무속을 온전히 담을 수 있다는 막연한 자신감을 얻었다. 작업 시작 다섯 달 만의 첫 청신호였다. 그간의 촬영분을 모두 버리고 그에게 집중했다. 당시 그가 최고의 만신으로 자리매김한 것도 아니었고 베테랑 만신들 사이에서 특별히 다른 점이 있는 것도 아니었다. 하지만 내가 봤을 때 그는 현대적이면서 전통적이었고, 지적이면서도 야성적이었다. 내가 보고자 하는 무언가가 다 있었다. 만신 이해경의 미시사微視史만 들어도 만신과 굿을 거시巨視적으로 느끼게 할 수 있을 듯했다. 이해경을 만나면 가장 먼저 사람이 보인다. 그는 만신이란 옷을 입은 대단히 매력적인 사람이다. 신도 인간도 그 ‘사람’에 홀려서 한때를 춤추고 한때를 울고 한때를 웃고 나면, 맺힌 원한을 풀고 잘 살고 싶은 해원상생解?相生이 뒤따른다. 따듯하고 깊다. 그가 그렇고 그의 굿판이 그렇다. 이해경은 현대를 살아가는 과거의 유산이다. 그는 과거를 들이마셔 현대를 내뱉는 만신이자 예술가다. 그런 만신 이해경을 작가 강영호가 맞이한다는 사실은 분명 예술감독유경화의 놀라운 심미안에 기인한다. 강영호에게 뒤따르는 별명은 흡혼吸魂의 사진작가.(내 짐작으로는 스스로 붙인 듯하다. 기성품으로는 너무 잘 맞는 옷이랄까?) 바로크 조각가 베르니니는 다른 작가들이 인물의 소묘에 주어진 시간을 할애하는 데 반해, 의뢰인과 식사나 산책을 하며 대부분의 시간을 보냈다고 한다. 의뢰인의 한평생을 딱딱한 대리석 하나에 고정하기 위한 방편이다. 아마 모든 예술가가 흡혼하고 싶어 할 것이다, 시대와 인물과 사건과 시간을. 작가 강영호는 기성 사진 교육의 올바른 앵글을 추구하기보다는 인물의 내면을 관통하는 영혼의 엑스레이를 추구한다. 그는 이미 사진에서 일가를 이루고 이를 넘어서고 있는 이 시대의 퍼포머다. 그에게는 시간이 동결건조된 사진이란 매체를 해동시키는 힘이 있다. 그의 사진은 틀을 뚫고 나오는 서사가 있고, 그의 무대에도 넘치는 파격이 있는데, 그 기운은 생소하면서도 너무도 벅찬 나머지 문외한의 관객조차 예상치 못한 영감을 받게 된다. 그러니 관객 입장에서 딱히 마음의 준비가 필요 없다. 가서 보고 느끼면 된다. 많은 성공한 예술가는 자신의 지위와 작품적 루틴을 확대 재생산하는 데 익숙하다. 사진에서 정점을 이룬 그가 무대까지 뛰어올라 자신을 해체하고 재생산해 내는 과정을 보자면, 같은 예술가로서 금세 고개가 숙여진다. 그는 이미 자신이 점령한 넓은 오아시스에서 누리지 않고 사막을 걷고 있다. 풍수에 동기감응同氣感應이란 말이 있다. 같은 기운끼리는 서로 조응한다. 접신의 예술가 이해경이 흡혼의 예술가 강영호를 만나 어떤 마법의 장을 펼치게 될까? 나는 이번 무대에서 서로를 배려하지 않는 난장의 조응을 기대한다. 글 이창재 중앙대학교 영상학과 교수이자 영화감독. 만신 이해경이 출연한 ‘사이에서’를 만들었다 이해경X강영호 굿스테이지(2)-접신과 흡혼 7월 7일 | 국립극장 달오름극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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