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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0년 07월호 Vol.366

굿의 조건들

깊이보기 둘 | 굿스테이지(1)-오소오소 돌아오소

※국립극장은 중앙재난안전대책본부의 ‘거리두기 단계별 기준 및 실행 방안’ 발표에 따라 공연을 취소합니다. 자세한 사항은 하단의 링크를 참고해주세요.

https://www.ntok.go.kr/Community/BoardNotice/Details?articleId=194862



우리를 둘러싼 삶과 현실이 생생히 펼쳐지는 곳. 굿은 성화된 의식으로 무장한 대화의 장이다

일반적으로 굿은 신과 인간을 매개하는 ‘탈脫현실적’ 제의로 상정된다. 그러나 공동체를 구성하는 사람들의 사적이고 내밀한 삶의 기억이 복잡하게 중첩된 ‘현실적’ 제의이기도 하다. 급격한 근대화 속에서도 굿이 생명력을 유지할 수 있던 이유는 오히려 후자의 진술에 가깝다. 과학과 합리성만으로 해결되지 않는 수난, 추락, 죽음의 세계가 여전히 굳건하게 존재하므로 개개인의 작고 연약한 세계는 끊임없이 주술화돼야 하는 것이다.
올해 여우락에서는 9시간으로 압축한 동해안별신굿을 만날 수 있다. 동해안별신굿은 동해안 일대에 전승되는 마을굿으로, 1985년 국가무형문화재 제82-1호로 지정됐다. 무녀와 화랭이들이 만들어내는 굿판은 현실감각을 일순간 허물어버리고 우리 모두를 성화된 세계로 인도한다. 동해안별신굿의 매혹은 무엇보다 다른 지역의 굿과는 변별되는 음악적 스펙터클에 근거한다. 꽹과리·바라·장구·징과 같은 타악기가 사용돼 음악의 몸집부터가 거대하다. 또한 음악에 사용되는 장단의 주기가 길며 형태도 무척 까다롭고 복잡해 화려하고 기교적이다. 마치 음악이 굿판을 물리적으로 조형하고 있다는 착각을 불러일으킬 정도로 동해안별신굿의 음악은 압도적인 위용과 존재감을 과시한다. 
동해안별신굿이 펼쳐지는 굿당의 여러 장식도 경탄할 만하다. 바람에 흩날리며 굿판의 존재를 알리는 흑애등, 색색의 종이로 꽃을 형상화한 지화, 굿당 천장에 매달리는 탑등, 망자의 혼이 잠시 머무는 신태집, 망자가 극락으로 갈 때 타고 간다는 반야용선 등은 정교하고 아름답다. 이것들은 굿당을 장식하는 도구이자 굿을 위해 세심하게 고안된 제의적 상징물이다. 굿이 연행되는 동안 주술에 걸린 일련의 오브제들은 굿의 마무리와 함께 불에 태워진다.
‘오소오소 돌아오소’는 굿당을 정화하는 부정굿을 시작으로 골막이굿·뱃노래·조상굿·초망자굿을 거쳐 망자를 떠나보내는 길가름으로 마무리된다. 역대 인간문화재 부산 김씨 무계를 기리는 순서도 마련돼 있어 동해안별신굿의 계보와 역사를 살펴볼 좋은 기회다. 긴 시간 동안 진행되는 공연인 만큼 공연 중간 1시간가량의 인터미션도 준비돼 있다. 비록 동해안별신굿의 모든 절차와 형식을 온전히 경험할 순 없지만 오직 동해안별신굿만이 가진 극한의 역동성을 느끼기엔 충분한 시간이다.
굿에 참여하기 위해 기억해야 할 규칙은 다음과 같다. 굿의 세계에서 무당과 악사는 일방적인 웅변가를 자처하지 않는다. 관객 역시 침묵과 긴장 속에서 무대를 관조하지 않아도 된다. 모두가 굿판을 자유롭게 드나들 수 있고 이때 발생하는 크고 작은 소란과 사건들은 굿의 일부가 된다. 굿을 완성하는 마지막 조건은 다름 아닌 우리들이다. 굿판에서 벌어지는 모든 이야기의 출처는 지금, 여기 우리를 둘러싼 삶과 현실이다. 굿이 끊임없이 우리를 초대하는 이유가 바로 여기에 있다.

성혜인 음악평론가. 전통예술에 대해 끊임없이 질문하고 답을 찾는다. 음악비평동인 ‘헤테로포니’ 필진, 비평지 ‘오늘의 작곡가 오늘의 작품’ 웹 편집위원으로 활동하고 있다

동해안별신굿 보존회 
굿스테이지(1)-오소오소 돌아오소
7월 5일  |  국립극장 하늘극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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