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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0년 07월호 Vol.366

새 음악의 불을 지펴라

깊이보기 둘 | 여우락밴드 프로젝트

※국립극장은 중앙재난안전대책본부의 ‘거리두기 단계별 기준 및 실행 방안’ 발표에 따라 공연을 취소합니다. 자세한 사항은 하단의 링크를 참고해주세요.

https://www.ntok.go.kr/Community/BoardNotice/Details?articleId=194872



ⓒ김시훈


젊은 음악가 12명이 모여서 새길을 개척하려 한다. 그 시작의 목격자가 돼보자

유경화와 이아람을 인터뷰할 때, 두 사람은 ‘여우락밴드 프로젝트’에 큰 기대를 드러냈다. 이아람은 이들을 ‘예술감독과 음악감독이 고른 차세대 주자들’이라고 표현했다. 그뿐만 아니라 이들 모두 훗날 여우락 무대에서 각자의 공연을 꾸릴 것이라고 확신했다. 타악기 연주자 김초롱, 아쟁 연주자 남성훈, 해금 연주자 노다은, 피리 연주자 박준형, 가야금 연주자 박지현, 타악기 연주자 겸 동해안 굿판의 화랭이 방지원, 타악기 연주자 유병욱, 타악을 비롯한 다양한 연주를 소화하는 이민형, 소리꾼이자 연주자인 장서윤, 구음을 하고 타악기를 연주하는 조한민, 양금 연주자 최휘선, 거문고 연주자 황진아. 실제로 모두 한국 전통음악계에서 두각을 보이는 이름들이다.
유경화와 이아람은 이 젊은 연주자들을 세 팀으로 묶었다. 방지원·유병욱·이민형·조한민으로 구성한 타악기 연주자 네 명이 한 팀이고, 김초롱·노다은·장서윤·최휘선으로 구성한 여성 연주자들이 한 팀이다. 그리고 나머지 한 팀은 팀에서 활동하는 연주자와 홀로 활동하는 연주자들의 조합이다. 남성훈·박준형·박지현·황진아가 그 주인공이다. 이들은 팀별로 20분 내외의 공연을 먼저 선보인 다음, 모두 모여서 다시 공연을 펼칠 예정이다.
이아람의 전언처럼 이들은 대개 기존 곡을 바탕으로 무대에 오르는 음악가들과 다르다. 여우락밴드의 멤버들은 이따금 함께 공연해 본 적은 있어도, 이 구성으로 팀을 이뤄 공연한 적이 없다. 그래서 어떤 곡을 연주할지, 어떤 스타일로 연주할지 알 수 없다. 대략 어떤 풍경이 펼쳐질지 짐작하고 상상할 수 있는 무대와는 완전히 다른, 백지 같은 상태에서 시작하는 공연이다. 그래서 올해 여우락 라인업 가운데 여우락밴드를 가장 먼저 섭외하고 조직했다. 당연히 연습도 가장 먼저 시작했고, 가장 많은 연습량을 감당했다. 여우락 무대에 오른다는 것, 그중에서도 여우락밴드 프로젝트의 첫걸음을 맡았다는 것은 긍지이며 책임이기 때문이다. 
여우락이 만든 이 젊은 연주자들을 위한 무대는 청년 세대에게 공정한 기회와 평등한 조건을 제공하는 것이 시대의 요구임을 알기 때문에 가능했다. 또한 이미 훌륭한 뮤지션이 많기 때문이기도 하다. 물론 한 번의 공연으로 지금 한국 전통음악계의 앙팡 테리블enfant terrible을 다 소개하기는 불가능하다. 이 12명을 한 번의 공연으로 묶기보다 각각의 조합마다 별도의 공연 기회를 주는 방식이 이들의 음악을 더 제대로 만날 수 있는 방식일지 모른다. 아쉬운 점이 없지 않지만 여우락이 과거의 형식에만 머물러 있지 않겠다는 다짐을 읽기에는 충분하다.
실제로 예술감독 유경화는 인터뷰에서 몇 달간 오디션으로 여우락밴드의 멤버를 뽑고, 그 오디션을 온라인으로 중계하고 싶었다고 고백했다. 기량이 출중한 사람보다는, 음악 철학이 확고하고 어떤 의미로 소리를 내는지 스스로 알고 연주하는 음악인을 택하고 싶었다. 아쉽게도 첫 번째 여우락밴드를 예술감독이 원하는 방식으로만 뽑지는 못했다. 그럼에도 젊은 연주자이자 다양한 무대에서 경험을 쌓아온 음악인들의 무대가 허투루 흘러갈 리는 만무하다.
타악기 연주자들의 무대에서는 한국 전통음악의 기본인 장단을 재창조하는 패기를 뿜지 않을까. 여성 연주자들의 무대에서는 시대를 뒤엎는 기백을 만끽할 것이 분명하다. 이미 음악의 국경을 넘나드는 연주자들의 조합에서는 크로스오버 음악의 돌파구를 만날지 모른다. 의욕이 너무 넘치더라도, 그래서 실패하더라도 괜찮다. 다만 잘 실패했으면 좋겠다. 잘 실패하기 위해서는 도전해야 한다. 안전한 타협을 거부하고 무모하게 부딪쳐야 한다. 그래야 새로운 길이 열린다. 당연히 그걸 아는 젊은 연주자 열두 명은 새로운 음악의 불을 지펴 여우락을 뒤엎을 것이다. 그 불을 맞으러 가자.

서정민갑 대중음악 의견가. 음악만큼 빵을 사랑한다

여우락밴드 
여우락밴드 프로젝트
7월 8일  |  국립극장 하늘극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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