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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0년 07월호 Vol.366

짜릿한 경계의 줄넘기

깊이보기 둘 | 개막작: 삼합三合

※국립극장은 중앙재난안전대책본부의 ‘거리두기 단계별 기준 및 실행 방안’ 발표에 따라 공연을 취소합니다. 자세한 사항은 하단의 링크를 참고해주세요.

https://www.ntok.go.kr/Community/BoardNotice/Details?articleId=194862

 

(왼쪽부터) 김준수·이아람·정재일


‘삼합’의 뜻을 국어사전에서 찾아보면 ‘세 가지가 잘 어울려 딱 들어맞음’이다. 그 정의를 제대로 실천해 한계를 넘어 하나로 완성된 첫 순간을 함께한다

새로운 무대가 시작되면, 좌중은 침묵에 휩싸이고 그들의 시선은 한곳으로 향한다. 설렘은 증폭되고 마음은 요동친다. ‘개막開幕’이란 단어가 가진 힘이다. 개막작에만 부여되는 특별함이다. 어느덧 11년이란 ‘역사’가 쌓인 여우락의 개막작이라면 두말할 필요가 없다. 이미 검증이 끝난 축제이기 때문이다. 여우락은 매년 참신한 기획과 실행력으로 대중과 평단에서 동시에 인정받은 축제로 입지를 굳혔으며 여름철 인기 축제로 자리 잡았다. 국악 축제로서는 이례적일 만큼 객석은 꽉꽉 들어찼고, 관객의 환호는 뜨거웠다. 그렇게 여우락은 스타 마케팅을 강조하지 않는 축제가 갖기 힘든 든든한 지지층을 얻었다. 몇 가지 이유를 생각해 본다. 여우락은 예술가의 실험성에 주목했지만 대중으로부터 유리되지 않았다. 그들만의 축제로 변할 위험을 요령 있게 피해가며 어떻게든 접점을 찾아냈다. 존중을 바탕으로 한 공감대를 짚어냈다. 훈훈한 분위기 속에서 연주자들은 자신의 정체성을 유지하며 신명 나게 어우러졌다. 드문 합일점을 만들어냈다. 보고 나면 항상 기분이 좋아지는 무대를 연출했다. 늘 다음 해를 고대하게 하는 무대였다.

하나 됨 속에서 어우러진 독자성
올해 여우락 개막작 프로그램과 출연진 명단을 살피는 순간, 기대감은 한껏 상승했다. 대중음악과 국악을 넘나들며 부지런히 활동해 온 이아람과 정재일 그리고 김준수의 합동 무대가 적혀 있었기 때문이다. 프로그램의 제목은 ‘삼합三合’. 다른 이력을 가진 세 음악가가 차이를 기반으로 조화를 꿈꾼다는 말이다. 여우락만이 해낼 수 있는 무대다. 과연 이들의 공연은 어떻게 진행될까? 실마리를 찾기 위해선 우선 각자의 활동을 들여다봐야 한다.  
대금 연주자 이아람은 한국 전통음악에 대한 깊이 있는 이해를 토대로 우리 음악의 새로운 가능성을 실험해 온 인물로 장르의 해체와 재구축에 
앞장서 온 연주자다. 그가 몸담은 블랙스트링은 현재 한국 대중음악계에서 가장 혁신적인 음악을 추구하는 재즈 크로스오버 그룹이기도 하다. 이번 여우락의 음악감독을 맡기도 한 이아람은 협업을 통해 또 하나의 색다른 퍼포먼스를 보여줄 것이다. 다른 한 축을 맡은 뮤지션 정재일. 그는 삼합 프로젝트를 위한 ‘준비된 퍼즐 조각’이다. 재즈·뮤지컬·영화음악·국악·가요를 넘나들며 ‘영원한 경계인’으로서 여정을 밟아온 그의 무대 장악력 역시 간과할 수 없는 관전 포인트라 할 수 있다. 요즘 이런저런 채널에서 세간의 이목을 끌고 있는 소리꾼 김준수는 최적의 선택이다. 창극에서 독보적인 존재감을 뽐내는 그의 연기력과 소리는 자타가 공인하는 최고 수준. 이만하면 가히 국악 크로스오버계 슈퍼그룹 탄생이라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삼합’에서 이들은 이곳저곳에서 선보인 레퍼토리를 풀어놓을 계획이다. 그 면면을 살펴보자. 국립국악원에서 이아람·정재일 라인업으로 협연한 바 있던 ‘리멤런스Remembrance’가 연주된다. 이 명상적인 대곡에 김준수의 목소리가 얹히면 어떤 변화가 일어날지 예측할 수 있는 사람은 많지 않다. 직접 확인해 보는 수밖에. 올해 정재일 단독 콘서트에서 정재일과 김준수가 합을 맞춰 화제를 모은 ‘자룡 활 쏘다’도 들을 수 있다.
기존 작품만 들려주는 건 아니다. ‘강상에 둥둥 떴난 배’ ‘거울 속의 거울’ 같은 곡도 이날 초연한다. ‘삼합’이 일회성 프로젝트가 아니라고 확신하게 되는 대목이다. 여기에 타악 연주자 황민왕, 피리·태평소 연주자 성시영, 아쟁 연주자 조성재, 현악 4중주단 더 퍼스트The 1st가 손을 보탤 예정이다. 

틀을 깨고 모험을 떠나다
통합·융합·통섭이란 말이 화두다. 자신의 좁은 ‘안뜰’을 넘어 ‘타자’와 교감하고 소통하는 것이 중요해졌다는 증거다. 예전에는 그런 음악이 제대로 대접받지 못했다. 남들보다 먼저 시도했던 사람들은 “한 우물이라도 잘 파라”라는 이야기를 듣곤 했다. 그러나 세상은 변했다. 이제 용감하게 국경을 부수고, 장벽을 허물고, 한계에 도전하는 예술가들이 크게 인정받는 시대다. ‘안전’보다 ‘모험’을 중시하는 인물이 존중받는 시점이다. 그런 사람을 언급할 때 이아람·정재일·김준수를 빼고 논의를 계속할 수 있을까. 이들은 ‘성역聖域’처럼 간주되던 순수 국악에 새로운 방법론을 도입했고, 전통의 외연을 확장했으며, 그러면서도 국악을 ‘찰나적 유행’의 도구로 취급하지 않았다. 외려 누구보다 국악을 질료로 활발한 작업을 벌여왔다. 그런 의미에서 세 사람의 모임은 ‘현재성’과 ‘독자성’에 방점을 찍는 여우락의 주제 의식에도 정확하게 부합한다.
‘삼합’은 7월 3일과 4일, 두 차례 무대에 오른다. 관객의 취향과 일정대로 밤 공연과 낮 공연을 골라서 즐길 좋은 기회다. 아직 공연을 보지 못해 단정할 수는 없지만, 몇 가지만은 약속할 수 있다. ‘삼합’은 당신이 최근 본 공연 중 가장 짜릿한 순간으로 기억되리라는 것. 그날 당신은 국악과 대중음악의 성긴 물리적 결합을 넘어선 무언가를 목격하게 되리라는 것. 벌써 그날이 기다려진다. 그리고 궁금하다. 저 세 음악가가 과연 어떤 악기 조합·편곡·연주로 우리를 놀라게 해줄지 말이다. 

글 이경준 한국대중음악상 선정위원. 대중음악 책을 쓰고 번역한다. 여전히 음악이 좋다. 음악을 사랑하는 사람도 좋다

이아람X정재일X김준수 
개막작: 삼합三合
7월 3~4일 |  국립극장 달오름극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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