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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0년 07월호 Vol.366

“여우락은 기다려지는 축제”

깊이보기 하나 | 유경화·이아람의 2020 ‘여우樂락 페스티벌’



열한 번째 여우락을 향한 신호탄은 쏘아졌다. 2020 여우락을 이끌어갈 유경화와 이아람. 더 나은 여우락을 꿈꾸는 이들의 목소리는 여름보다 울창하고 뜨겁다


올해 2월부터 2020년 ‘여우樂락 페스티벌’(이하 여우락)을 준비하느라 분주한 예술감독 유경화와 음악감독 이아람. 그들은 오랫동안 음악을 만들고 공연을 해온 음악인으로서 전통음악계의 현실과 나아가야 할 방향을 고민했다. 과거에 머무르지 않는 여우락을 만들기 위한 과감하고 대담한 각오로. 두 사람이 만드는 변화는 여우락을 ‘지금 여기의 우리 음악 축제’로 더 산뜻하게 다듬을 것이다. 한 번도 똑같은 여우락은 없었다. 지나간 여우락은 잊고, 지금의 여우락을 만나야 할 때다. 긴 시간 나눈 이야기를 짧게 줄일 수밖에 없어 아쉬울 뿐이다.


어떻게 예술감독과 음악감독을 맡게 되셨는지부터 들어야겠네요.

유경화 국립극장에서 전화받았는데요(웃음). 가장 관심 가지고 있던 축제고, 제 음악적 지향점과도 같은 부분이 많아서 고민하지 않고 바로 수락했어요.

이아람 저도 국립극장에서 연락받았는데요(웃음). 바람곶 활동을 하던 2010년 여우락이 시작됐어요. ‘저 무대에 서면 영광이겠다’ 싶었는데, 2018년에 이어 또다시 음악감독까지 하게 됐으니 저에겐 큰 기회죠. 


가장 인상적이었던 여우락 무대를 꼽는다면, 어떤 장면이 기억에 남나요. 

이아람 다른 곳에서는 볼 수 없는 공연을 올리는 게 여우락의 장점이죠. 2018년 ‘안숙선의 지음知音’이 떠오르는데요. 김일구 선생님이 산조를 타셨을 때, 객석에 앉은 많은 사람이 울고 웃는 걸 봤거든요. 저 역시 눈물을 흘렸고요. 전통음악의 깊은 뿌리가 여전히 남아서 현재에도 같은 감동을 준다는 걸 확인할 수 있었죠. 이희문과 프렐류드의 ‘한국남자’도 2016년 여우락에서의 협업을 계기로 엄청난 파급효과를 일으키고 대중에게 다가갔어요. 여우락이라는 만남의 자리가 없었다면 접할 수 없었겠죠. 전통과 대중을 연결하는 것, 예술가들 간의 만남을 주선하는 것이 여우락의 중요한 역할 중 하나라고 생각해요.

유경화 여우락이 추구하는 바가 협업과 융합이잖아요. 2015년 나윤선씨의 공연은 초절정 테크닉과 성음을 가진 재즈 보컬리스트가 전통음악의 특수한 에너지를 뿜어내면서, 보편성까지 담아낸 여우락다운 무대였다고 생각해요. 그리고 2013년 동해안 화랭이 고故 김정희 선생님의 ‘신神이 있는 풍경’은 최고의 화랭이가 배틀로 음악을 만들어가는 장면이 마음에 크게 다가왔어요. 수천 년의 음악적 기운이 현대 악기인 드럼과 어쩜 저렇게 잘 맞을 수 있을까 하는 생각에서 높이 평가합니다. 


여우락의 역사가 10년이 넘었어요. 그동안 여우락이 무엇을 해냈다고 생각하나요.

유경화 다른 전통 장르의 공연을 살펴봤을 때, 마케팅의 가장 성공적인 사례가 아닐까요. 그리고 전통음악은 늘 동시대성이라는 숙제가 있는데, 여우락을 통해 생명력을 얻지 않았나 해요. 지금 국악계는 많은 앙상블과 솔리스트를 배출하고 있고, 그들은 세계 무대까지 활동 범위를 넓히고 있어요. 국악계 젊은 연주자들에게 큰 영향을 준 게 여우락이라 생각해요. 그리고 여우락은 무대 비주얼과 음악을 세련되게 연결해 온 축제란 생각이 들어요. 21세기가 지향하는 전통 공연의 패러다임 같아요.

이아람 여우락이 이뤄낸 중요한 성과는 ‘기다림’이라 믿어요. 지금 전통음악계에서 기다려지는 축제를 꾸리는 경우가 많지 않은데요. 여우락은 기다리게 돼요. 관객 입장에서도, 예술가의 입장에서도요. 공연을 보고 나서 ‘내가 이 공연을 볼 수 있어서 좋았다’ ‘만약 내가 10년 후에 저 무대에 선다면 어떤 공연을 올릴 수 있을까’ 하는 기대와 기다림을 만들어주는 게 여우락이 이뤄낸 결실이라 생각해요.


그렇다면 여우락에서 보완하고 싶은 부분은 어떤 건가요.

이아람 많은 음악인과 예술가에게 여우락이 국악인을 중심으로 한판 재밌게 놀고 갈 수 있는 곳이라는 인식이 생겼으면 좋겠어요. 2015년에 해외 예술가들과 협업했을 때 신선함을 만들어낼 수 있었거든요. 새로운 피를 수혈하는 건 중요하고, 문화가 다르면 바라보는 관점이 달라지니까요. 보통 해외 축제에 참여하면, 준비한 자기 공연만 하고 돌아오는 경우가 많아요. 그 나라 예술가와 협업하며 새로운 것을 만들어내는 일은 굉장히 드문 경우였어요. 여우락은 이미 좋은 선례가 있으니 진지하게 접근해서 문화적 다양성을 넓혀보면 어떨까요. 다른 장르의 예술가를 끌어들이는 건 시장을 넓힐 수 있다는 뜻이기도 하니까요. 

유경화 이아람 감독님 얘기에 다가가려면 공연 장소를 바꾸는 것에서 시작하면 어떨까요. 무대가 바뀌면 관객도 바뀌거든요. 많은 사람과 함께 어우러져서 흥과 신명을 일으키는 유전자가 분명 우리 음악에 있다고 생각하는데요. 극장 안으로만 공간을 제한하면 아쉬운 점이 생기겠죠. 커피 마시면서도 보고, 누워서도 감상하다가 환호하기도 하고, 일어나 춤도 출 수 있게 관람의 패러다임을 바꾸면 어떨까 해요. 물론 매년 여우락이 열리는 7월이 우기雨期이기 때문에 어려운 점도 있어요. 그런데 비가 오면 어때요. 비 맞으면서 얼마든지 굿할 수 있고, 진흙탕에서도 하지 않나요(웃음). 지금 여우락은 마니아가 주목하는 축제인데, 이 인식을 뛰어넘고 싶어요. 왜 국악계 밖에 있는 사람들의 관심이 폭발적이지 않을까. 그들의 주목을 받으려면 어떻게 해야 할까 고민해야죠. 국악계를 넘어서 대중까지 여우락에 열광하는 미래를 꿈꿔요. 


그런데 여우락이 유명하고 트렌디한 음악가들로 안이하게 공연한다는 비판도 있더군요.

이아람 축제에서 지금 가장 잘나가는 음악가를 부르지 않는 건 어불성설이죠. 알려진 음악가를 좋은 무대, 좋은 시리즈, 좋은 가격으로 보고 싶은 것이 시장에서 원하는 거니까요. 그래서 그 말을 듣고 있다면 오히려 잘하고 있는 거라 봐요. 다만, 제작하고 창작하는 입장에서는 같은 음악인이 반복해서 무대에 오르는 부분은 최대한 지양해야 한다고 생각해요. 지난해 참여한 예술가가 올해도 참여하고, 지지난해에 무대에 올랐던 예술가가 지금도 오른다는 건 그만큼 저변이 취약하다는 얘기밖에 안 되거든요. 짧은 시간 안에 해결하기는 어렵겠지만, 계속 고쳐나가야죠.

유경화 그 비판은 예술감독 책임이라고 생각해요.(웃음) 만약 이번에 그런 목소리가 들린다면 제 책임이죠. 가장 유명한 예술가를 라인업 하는 것은 당연한 일이지만, 훌륭한 예술가를 모았으면 A와 B가 만나서 양쪽의 장점이 극대화되는 C라는 결과물이 나오게 해야죠. 그래서 올해 예술감독과 음악감독은 개·폐막제에 올리는 각자 작품에 전념하되, 나머지 공연은 라인업이나 작품 제작에 도움을 주려 최선을 다하고 있어요. 그리고 만약 혼선을 빚으며 어려워하는 부분이 있다면 적극적으로 함께하는 방법밖에 없는 거 같아요.


올해 여우락은 ‘여기 우리 음악이 있다’에서 ‘여기’를 강조했다고 들었습니다. 

유경화 ‘여기’에는 시대적·공간적 의미가 담겨 있어요. 시대적으로는 ‘지금 이 시대의 음악’이고, 공간적으로는 ‘바로 여기 국립극장에서’라는 개념이에요. 우리 음악을 몇몇만 즐기는 것이 아니라, 지금 이 시대를 사는 우리가 모두 즐겨야 하지 않을까요. 그러려면 우리 음악이 과거가 아닌 ‘여기’에 있어야 하거든요. 동시대성과 현대적인 미감을 전통음악에 어떻게 흡수시킬지 고민하고 있습니다. 


그간 축적한 공연 영상 콘텐츠를 활용하거나, 축제 규모를 키우고, 해외 관객을 유치해야 한다고 생각하지는 않는지.

이아람 해외 관객을 유치하기에는 한국이 지리적으로 단점이 있는 것 같아요. 덴마크의 로스킬데 페스티벌Roskilde Festival에 갔을 때, 유럽 각지에서 모여든 수십만 명의 사람들이 축제에 참여하는 광경이 인상 깊었거든요. 그렇게 되려면 공연 콘텐츠만으로는 부족할 거 같아요. 함께 즐길 수 있는 다양한 콘텐츠, 그리고 공간을 고민해야겠죠. 어떻게 하면 한 번 참여한 관객을 또 오게 만들지에 대한 고민도 분명 필요하다고 봐요.

유경화 국립극장에서 여우락을 성공시킨 것만도 엄청난 기립 박수를 보내고 싶거든요. 자꾸 성공, 성공, 성공하다 보니 자꾸 큰 그룻에 대한 욕심이 나긴 하는데, 더 큰 지원이 받쳐준다면 뭔들 못하겠습니까.(웃음)


서정민갑 대중음악 의견가. 음악만큼 빵을 사랑한다


2020 ‘여우樂락 페스티벌’

2020년 7월 3~25일

국립극장 달오름극장·하늘극장·별오름극장 

전석 3만 원(단, 굿스테이지(1)-오소오소 돌아오소 7만 원)

02-2280-411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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