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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9년 11월호 Vol.358

고르고 골라, 소담히

SPECIALㅣ 명곡 미리 읽기

 

국립국악관현악단이 새롭게 준비한 명곡 시리즈의 탄생을 예고한다. 90분간 국악 관현악의 매력을 다양한 스타일로 만나볼 수 있는 특별한 기회. 11월 가을 끝자락에 우리 음악과 함께해보는 것은 어떨까.

 

국악 관현악의 역사는 짧다. 하지만 그 시작만을 기다린 듯, 수많은 국악 창작품이 무대에 올라오고 있다. 그 작업의 최전선에 있는 국립국악관현악단은 1995년 창단 후 한국 창작음악의 장을 진취적으로 개척하며 24년간 국내외 작곡가와 활발히 협업해왔다. 동서양의 경계를 허물어 확장하고, 전통을 재해석하며, 국악 관현악의 미래를 제시하고자 노력한 국립국악관현악단이 온 정성을 다해 옹골차게 준비한 주옥같은 ‘5곡’의 명곡을 선보인다. ‘격格, 한국의 멋’은 국악을 사랑하는 관객이라면 반드시 들어야 할, 한국을 대표하는 명곡으로 채워진다.

 

치열한 선곡을 거쳐 선발되다
이번 무대를 위해 국립국악관현악단은 어느 때보다 선곡에 힘을 쏟았다. 창작음악을 하는 악단의 정체성과 동시대적인 관점, 미래 지향적인 음악이란 어떤 것인지 심도 있는 고민을 나누며 공개 선곡 과정을 거쳤다. 특히 공연의 제목에 어울리는 ‘한국의 멋을 잘 표현하고 격을 보여줄 수 있는 레퍼토리’가 무엇인지 국립국악관현악단원 60여 명이 모여 치열하게 토론했고, 국립국악관현악단의 정신을 오롯이 선율에 담고자 노력했다. 근래 악단이 연주한 작품 중 한국음악 정신과 동시대적인 주제가 담긴 곡을 선정했고, 이어 국립국악관현악단 예술감독이자 이번 공연의 지휘자인 김성진, 동서양 음악을 아우르는 국악계 전문가인 지휘자 김재영, 전통음악 명인이자 현대음악의 리더로 불리는 가야금 연주자 이지영이 함께 고심한 끝에 5곡의 명작을 최종 선곡했다. 강준일의 ‘내 나라, 금수강산..’은 국악 관현악이 나아가야 할 방향을 고심하고 그 길의 해법을 보여주는 곡이다. 아프리카 리듬과 한국의 정서가 만나 새로운 창작의 세계를 보여주는 김대성의 개량 대금 협주곡 ‘풀꽃’이 개작 초연되며, 2019년 양방언의 새로운 도전이었던 첫 국악 교향곡 ‘아리랑 로드-디아스포라’가 이번 무대를 위해 특별히 압축해 연주된다. 또한 임준희의 국악칸타타 ‘어부사시사’는 성악과 국악 관현악의 조화를 감상할 수 있으며, 김성국의 ‘공무도하가’는 섬세하게 표현된 사랑과 이별, 슬픔의 감정을 느낄 수 있다. 관현악·기악 협연·성악 협연까지 골고루 균형을 맞춰 준비한 알찬 무대에서 연주될 다섯 주인공을 소개한다.
  
한국 창작음악의 방향성을 제시하다
강준일의 국악 관현악을 위한 관현악 소묘 ‘내 나라, 금수강산..’

시대 변화에 주목해오던 작곡가 강준일이 급진적인 세계화로 나아가는 조국의 미래에 대한 염려와 좋은 방향으로 나아가길 바라는 기원을 담아 만든 곡이다. 시적인 제목이 암시하듯 작곡가 특유의 감수성이 느껴진다. 형식적인 부분을 살펴보면 말년에 이른 대작곡가의 기법이 아카데믹하게 쌓여 있는 보고寶庫와도 같다. 국악 관현악 편성에 서양 악기가 추가된 조합으로, 작곡가가 직접 꾸린 악기 편성이 돋보인다. 악기 간의 화성이 아닌 음향적 분배를 고려해 새로운 음향으로 확장할 수 있는 어법을 고민한 흔적이 엿보인다. 국립국악관현악단원들이 다시 연주하고 싶은 곡으로 매번 꼽는 곡이기도 하다.


그냥 옛날 노래나 부르고 지난 옛날이야기나 하자는 것은 아닙니다. 새삼 ‘우리음악’이 훌륭하다느니, 그래서 ‘국악’을 사랑하자느니 하는 식의 푸념은 더욱 아닙니다. 그보다는, 바로 ‘나’ 그리고 ‘우리’를 이야기하고 싶을 뿐입니다. 흉금을 털어놓고 솔직하게 마음을 열고 ‘오늘’을 이야기하려는 것입니다. 서양 말, 서양의 소리가 아닌 우리 소리, 우리 말, 우리 마음으로 이야기 하려는 것입니다.
-작곡 노트

 

전통과 현대 그리고 세계 정서의 조화
김대성의 개량 대금 협주곡 ‘풀꽃’

‘풀꽃’은 작곡가 김대성이 미국의 이라크 침공에 대해 아픈 마음을 갖고 평화를 기원하는 마음으로 작곡한 곡으로, 제목에서도 읽히듯 이라크인들의 의지를 풀꽃과 같이 질긴 생명력으로 표현하기 위해 아프리카 장단과 사하라 지역 선율을 바탕으로 한국음악 요소를 서로 잘 조화시켜 만든 작품이다. 아프리카 토속민의 즉흥 음악 리듬 위에 우리나라 음계를 대입해 전통음악의 느낌이 드러나도록 변형했다. 악장의 구분이 없는 단악장의 곡으로서 템포나 조성, 주제 선율의 변화 및 반복의 형태를 보여주며 구조적인 완성도를 높였다. 악기 편성도 서양 악기를 적극 사용해 관현악의 저음역대를 풍부하게 만들었다. 전통과 현대 요소를 자연스럽게 잘 조화시켜 하나의 음악을 만들어낸 것이다. 작곡가는 이번 공연을 위해 14년만에 개작해 새롭게 발표한다. 초연 이후 그동안 발전한 국악 관현악 편성 및 주법을 반영하고, 작곡가의 동시대적인 창작 세계를 더해 선보일 예정이다. 이번 무대에는 우리나라 대표 대금 연주자인 한국종합예술학교 교수 김정승이 협연자로 참여한다.


이 곡은 개량 대금과 국악 관현악을 위한 협주곡으로 개량 대금의 기량이 최대한 드러나도록 작곡했다. 특히 아프리카 지역의 리듬을 사용한 나의 첫 작품으로 나에게 나름의 의미있는 곡이다. 아프리카음악은 매우 복잡한 리듬과 다성음악(폴리포니)을 기반으로 하고 있다. 우리음악의 특징(시나위·무속가락·풍물가락 등)과 어느 정도 음악적으로 부합하는 면이라 할 수 있다.

-작곡 노트

 

섬세한 감정 표현을 보여주다
김성국의 ‘공무도하가’

국립국악관현악단의 4대 예술감독을 지낸 황병기 명인이 마지막으로 위촉한 곡 중 하나로 2012년 ‘新, 들림’에서 초연됐다. 이 곡의 제목이며 모티프가 된 ‘공무도하가’는 고대로부터 내려오는 시詩이다. 시에 등장하는 여인은 사랑하는 사람을 잃고 공후를 연주하며 비통한 심정을 노래로 표현한다. 그녀의 애절함과 그리움을 담은 듯한 주제와 선율이 ‘공무도하가’ 곡에서 부드럽게 순환되며 반복된다. 그러면서도 거대한 성량의 합주가 진행되는 도중에 툭 떨구듯이 나오는 가야금·대금·피리·타악기 등의 독주는 홀로 남은 자의 슬픔과 불안을 대변해준다. ‘공무도하가’는 ‘물’을 사랑·이별·죽음으로 표현했으며 리듬감 있는 선율과 박진감이 특징이다. 드라마틱한 음악적 요소가 많은 곡으로, 국립국악관현악단의 색채를 잘 담아냈다는 평가를 받은 바 있다.
작곡가 김성국의 강점인 서정적인 주제 선율이 작품 전체를 지배해나가는 구조이며, 초연 당시 관객의 가슴을 애처러움으로 물들였다. 국립국악관현악단원들이 선정한 곡으로 구성된 ‘베스트 컬렉션(2015)’에 오른 만큼 연주자에게도 예술적 영감을 주는 곡이다.

 

임이여 물을 건너지 마오. 公無渡河(공무도하)
임은 결국 물을 건너시네. 公竟渡河(공경도하)
물에 빠져 죽었으니, 墮河而死(타하이사)
장차 임을 어이할꼬. 當奈公何(당내공하)
이러한 슬픈 사랑의 노래가 이 곡의 주제이다. 이 곡의 주제는 순환 반복되며 사랑·이별·죽음, 세 가지 내용을 음악적으로 표현했다.
-작곡 노트

 

국악 관현악의 경계를 확장하다
양방언의 ‘아리랑 로드-디아스포라’

2019년 ‘양방언과 국립국악관현악단-Into The Light’에서 선보인 국악 교향곡이다. 7악장으로 구성된 40분가량의 원작을 15분으로 압축해 연주할 예정이다.
교향곡 ‘아리랑 로드-디아스포라’는 스토리의 전개와 발단, 절정에 이르는 흐름을 뚜렷하게 드러내고 있다. 음악의 흐름이 유기적으로 이어지면서도 각 악장을 단독으로 연주할 수 있을 정도의 완결성을 지닌 것이 특징이다. 40여 분간 이어지는 교향곡은 20세기 초 시베리아 대륙의 황량함을 불러낸 듯 선명한 묘사를 통해 관객에게 공감각적 감동을 전한 바 있다. 이번 공연에는 원작인 7악장 중 1악장 ‘디아스포라’, 2악장 ‘선고’, 5악장 ‘잃어버린 아리랑’과 7악장 ‘디아스포라-인투 더 라이트’를 연결해 선보인다. 강제 이주를 당한 사람들이 겪은 세월을 그대로 짚어가듯 섬세하면서도 서사적인 표현이 인상적인 무대가 될 것이다.


양방언의 첫 국악 관현악곡은 웅장한 서사를 품은 영화음악처럼 들렸다. 그와 함께 덜컹대는 시베리아 횡단 열차에 오른 관객은 뜨겁게 호응했고, 또 다른 각도로 대중에게 한발 더 다가가겠다는 시도는 성공적이었다.…마치 ‘아리랑’은 수많은 한국인이 불러서 만들어진 노래이며, ‘국악 관현악’이란 음악도 많은 사람의 마음에 닿아야 한다고 웅변하는 듯했다.
-2019년 「미르」 5월호 유주현

 
국악 관현악의 예술성을 집대성하다
임준희의 국악칸타타 ‘어부사시사’

조선조 문학의 최고봉을 칸타타로 만든 임준희의 국악칸타타 ‘어부사시사’. ‘어부사시사’는 사계절에 걸쳐 각각 10연을 한 장으로 해, 40수의 시조로 이루어져 있다. 윤선도의 시조 ‘어부사시사’에 담긴 우리 조상이 누린 어부 생활의 흥취와 생명에 대한 찬미, 아름다운 자연과 동화된 삶을 음악으로 형상화했다. 본 작품은 벨칸토 창법의 서양 성악 어법과 함께 우리나라 전통 소재를 적극 활용했다. 전통 정가의 골 깊은 농담濃淡 변화를 성악 어법으로 차용했고, 우리나라 각 지방에서 불리던 뱃노래의 선율 윤곽과 리듬을 현대적으로 재해석해 합창과 관현악에서 사용했다. 전통음악과 서양음악의 융합을 위해 임준희 작곡가는 수묵화에서 먹이 화선지에 스며들 듯 한 음 한 음이 스며드는 듯한 기법을 보여준다.  이 곡은 초연 이후 지난 10년간 국립국악관현악단 ‘파트 오브 네이처’(2011) ‘무위자연’(2016) ‘2018 마스터피스-황병기’(2018) 등 여러 무대에서 연주된 바 있는 인기 레퍼토리다. 17세기 윤선도의 시조를 21세기 우리 소리로 재현해 관객들과 소통의 무대를 보이고자 한다.

 

작곡가는 고산 선생의 어부사시사에 담겨 있는 압축된 서정성을 음악적으로 재해석하여 거대한 서사시로 펼쳐놓았다. 작곡가라면 누구나 상상이 가능할 법한 일반적인 연주 편성임에도 불구하고 그는 군더더기 없이 완벽하게 하나로 통합된 음향을 만들어 내었다.
-2011년 「미르」 5월호 황호준


김어진이 국립국악관현악단 PD

 

국립국악관현악단 관현악시리즈II ‘격格, 한국의 멋’
날짜 2019년 11월 26일
장소 롯데콘서트홀
관람료 R석 5만 원, S석 3만 원, A석 2만 원
문의 국립극장 02-2280-411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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