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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9년 09월호 Vol.356

오스트리아의 여름이 빛나는 이유

세계무대┃오스트리아의 음악 축제들

매년 7~8월이 되면 클래식 음악의 중심지 오스트리아는 아름다운 음악으로 가득해진다. 도심 중앙 광장에 모여든 사람들, 한적한 호수 마을로 휴양을 떠난 사람들 모두에게 오스트리아의 여름은 음악으로 추억할 만하다.


오스트리아에서 예술을 만나는 방법은 한 가지가 아니다. 가까운 극장을 찾으면 된다. 극장 문이 닫혀 있으면 교회에 가면 되고, 궁정을 찾아도 되며, 시청 앞에 가도 된다. 심지어 길거리 공연은 또 얼마나 아름다운가! 예술에 다가가는 다양한 방법, 그중 여름에 열리는 특별한 축제들을 소개한다.

 

 

예측할 수 없는 콘텐츠, ‘빈 필름 페스티벌’
이곳은 오스트리아의 수도 빈이다. 한여름을 맞아 빈을 찾았지만, 음악의 나라 오스트리아 그것도 수도 빈의 오페라극장은 문이 꽉 닫혀 있다. 예부터 도심 사람들이 휴가를 떠나는 여름과 겨울철은 공연계 비수기다. 보통 극장은 잠시 문을 닫고 재정비에 들어간다. 지금은 한적한 시골로 떠나는 게 아니라 도시에서 도시로 떠나는 휴가 문화가 더 익숙하지만, 극장들의 이런 전통은 그대로 이어지고 있다.
빈은 오페라를 감상하기 위해서 이 도시를 찾는 사람도 많기 때문에 이를 대비해 한여름 ‘빈 필름 페스티벌’을 열고 있다. 시민들을 비롯해 해마다 1천 5백만 명이 넘는 관광객을 위해 시작한 빈의 ‘필름 페스티벌’은 올해로 29회를 맞았다. 번화한 오페라극장 앞길을 따라 중심가를 지나오면 시청사가 나온다. 시청 앞 거대한 대형 스크린으로 전 세계에서 공연된 예술 작품들을 선정해 매일 밤 사람들에게 무료로 보여주고 있다. 이 공연은 클래식 음악을 비롯해서 발레·현대무용·연극?대중음악 등 한정된 장르가 없으며, 다양하지만 전문가들에 의해 검증된 콘텐츠를 제공한다.
클래식 음악·재즈·팝·어린이극·월드뮤직·뮤지컬·발레·현대무용·단편영화 등 다채로운 장르로 구성된 라인업은 무엇보다 이 축제의 열린 정신을 보여준다. 해마다 축제가 선정한 다양한 목록만 살펴봐도 흥미로우며, 오늘은 어떤 작품을 감상할 수 있는지 홈페이지를 들여다보기만 해도 감각이 살아나는 느낌이다. 매일 그날 선보이는 작품과 다음 날 프로그램이 홈페이지 첫 화면에 뜬다.
이토록 다양한 작품을 매일 해 질 녘, 대형 LED 스크린을 통해 관람할 수 있다. 매주 특정 요일 오후 5시에는 어린이를 위한 프로그램을, 또 다른 특정 요일에는 주목할 만한 오페라를 상영하는 식이다. 관객은 이를 선택하고 관람하면 된다. 그뿐만 아니라 낮부터 운영을 시작하는 푸드 트럭은 공연 관람에 재미를 더한다. 다양한 로컬 푸드와 와인, 맥주 등을 저렴한 가격에 팔고 있다. 중앙 공원 관객석이나, 푸드 코트 넓은 테이블 앞에 앉아서 음악과 함께 휴식을 즐기기에 좋다. 야외무대이지만 스피커가 훌륭해 레코딩된 콘텐츠를 감상한다는 데 대한 아쉬움이 전혀 없다. 오스트리아 철도청과 은행, 자국 기업들을 비롯해 주변국 기업들이 후원하는 행사다.
클래식 음악의 성지로 여겨지는 오스트리아에서 다채로운 장르, 양질의 작품을 무료로 제공하는 정책이라니! 한여름 밤 무더위도 이 시간만큼은 괴롭지 않고, 혼자 하는 여행도 외롭지 않다. 나는 이곳에서 보사노바, 영국의 한 싱어송라이터, 미국 가수 셰릴 크로, 빈 필하모닉의 연주를 만났다. 물론 스크린으로!

 

 

 

 

이곳이 바로 모차르트의 고향, ‘잘츠부르크 페스티벌’
빈에서 기차로 2시간 50분, 서쪽으로 약 300km 떨어진 곳 잘츠부르크. 이곳은 모차르트의 고향으로 잘 알려져 있다. 면적이 65.7km2에 지나지 않는 이 작은 도시에서 해마다 여름이면 음악이 그치지 않는다. 바로 ‘잘츠부르크 페스티벌’이 열리기 때문이다.
잘츠부르크의 한 청년이 말했다. “왜 이렇게 많은 사람이 우리 동네를 찾는 거죠? 나는 지루하기만 한데요.” 뉴욕에 가고 싶다는 이 청년은 당연히 모차르트가 보고 자란 풍광을 함께 누리고 있는 모차르트의 후예다. “너무 아름답잖아!” 잘차흐강 위 마카르트 다리에서 잘츠부르크 풍경에 반해버린 나는 이 말밖에는 할 말이 없었다. 이미 잘차흐강에 이르기 전 모차르테움 국립 음악대학교에서부터 음악은 시작되고 있었고, 이 조용한 작은 도시의 풍경은 음악으로 가득 차 있는 느낌이었다.
잘츠부르크 페스티벌은 1920년에 극작가 후고 폰 호프만슈탈, 작곡가 리하르트 슈트라우스, 연출가 막스 라인하르트 등에 의해 시작됐다. 1877년 국제 모차르트 재단에 의해 빈 필하모닉 오케스트라가 처음으로 빈을 떠나 잘츠부르크에서 연주했을 때를 축제의 시작으로 볼 수도 있지만, 이는 간헐적이었고 제1차 세계대전을 거치며 무산되기를 반복했다. 호프만슈탈과 라인하르트는 도시에서 떨어진 마을에서 열리는 축제의 중요성에 대해 자각하고 있었고, 이를 철저하게 기획했기 때문에 1920년을 잘츠부르크 페스티벌의 시작으로 보는 것이 일반적이다.
“대도시에서 우리는 진정한 마음으로 축제를 즐길 수 없다!” 라인하르트는 이렇게 말했다. 유럽 내 유수의 클래식 음악 축제는 대부분 라인하르트의 생각에 동의할 것이다. 그리고 라인하르트는 부유한 사람이나 가난한 사람 모두 축제를 누릴 자격이 있다고 했다. 그들이 처음 연극 ‘예더만’을 잘츠부르크 대성당 앞에서 선보인 것은 이와 같은 의미를 반영한 것이고, 이후 잘츠부르크의 개막작은 오늘까지도 어김없이 연극 ‘예더만’으로 시작하고 있다.
하지만 오늘날 잘츠부르크 페스티벌을 처음 찾는 관객이라면, 관객의 호화로운 의상이 신기하고 놀랍게 다가올 것이다. 처음 보는 옷감·디자인·색깔들. 관객인지 공연의 주인공인지 가늠하기 힘든(특히 오페라 공연에서!) 이들의 의상 또한 재미있는 볼거리다. 그렇다면 라인하르트의 생각은 어디로 간 것인가! 물론 여전히 누구든 이 축제를 누릴 수 있다. 다양한 티켓 가격 덕분이다.
축제 초반부터 흔들리지 않고 있는 운영 원칙은 탄탄한 재정 유지와 최고의 예술가 유치다. 축제는 누구에게나 클래식의 진가를 전하기 위해 재력가들과 친구를 맺어왔다. 모차르트와 카라얀, 호프만슈탈이 함께 만들어온 잘츠부르크의 예술은 전통과 창작이 적절하게 혼재하고, 그곳에서 사람들은 편안한 휴식을 누릴 수 있다.
내년이면 잘츠부르크 페스티벌이 100주년을 맡는다. 스위스 루체른 페스티벌, 독일 바이로이트 페스티벌 등과 함께 클래식 음악의 주요 페스티벌로 역할을 담당해온 잘츠부르크의 명성은 당연히 앞으로도 계속되리라.

 

 

밤 호수 위의 환상, ‘브레겐츠 페스티벌’
사람은 누구나 환상을 꿈꾼다. 비현실적인 세계에 대한 갈망이며, 이러한 것들이 우리의 현실을 때로는 부수고, 직시하게도 만든다. 마음에만 그리던 환상이 현실이 되는 순간이 오스트리아의 작은 호숫가에서 매년 펼쳐지고 있다. 그곳은 바로 ‘브레겐츠’다.
브레겐츠 페스티벌의 역사는 1946년 시작됐다. 제2차 세계대전 종전 1년 후, 브레겐츠 호숫가 귀퉁이에 정박해둔 두 커다란 바지선 위에서 모차르트의 오페라 ‘바스티앙과 바스티엔’이 올랐다. 극장이 없는 도시에서 작품을 선보일 수 있는 유일한 방법이었으며, 이를 통해 사람들은 대단한 위로를 받았다. 건물을 지으려는 생각보다는 이들에게 주어진 천혜의 환경, 자연을 이용하기로 한 것이다. 이 초기의 아이디어가 지금까지 이어져 다른 곳에서는 상상하기 어려운 창의적인 무대를 선보이고 있다. 해마다 7~8월의 가운데, 한 달 동안 브레겐츠 보덴 호수에서 열리며, 올해는 7월 17일부터 8월 18일까지 열렸다. 무대는 수상 무대뿐만 아니라 호숫가에 지은 공연장에서도 열린다. 특히 그해를 대표하는 오페라를 선정해 2년 동안 같은 작품을 수상 무대에 올리고 있다. 브레겐츠 페스티벌은 격년으로 독특한 호상 무대를 제작하는데 누가 무대와 공연을 만들지는 늘 공연예술계의 관심사다. 올해는 독일의 영화감독 필립 슈츨이 맡았다.
이번 브레겐츠 페스티벌의 수상 무대에는 베르디의 ‘리골레토’가 올랐다. 리골레토는 16세기 프랑스 궁정의 어느 광대 이름이다. 빅토르 위고의 원작을 베르디가 무대화한 작품으로, 왕정과 귀족들의 일상을 신랄하게 비판한 오페라다. 브레겐츠 보덴 호수 위에서 만난 리골레토의 얼굴은 다양한 표정으로 관객의 감각을 자극한다. 베르디의 다채로운 아리아가 선상의 무대를 채우고, 엔리케 마졸라가 이끄는 빈 교향악단은 극장 내에서 연주한다. 이토록 슬픈 이야기가 리골레토였음을. 오스트리아 시골 마을 호수 위에서 만나고 말았다.

 

정우정 음악 평론가. 한국음악·한국춤·현대 예술과 관련한 글을 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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