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킵네비게이션

주메뉴 바로가기 본문 바로가기 빠른예매 바로가기 사이트 지도 바로가기
월간미르 상세

2019년 07월호 Vol.354

함께 두드리며 삶을 변주하다

예술배움┃국립극장 전통예술아카데미 사물놀이반

저마다 뚜렷한 목표를 갖고 참여하는 사물놀이 수업.

동료들과 호흡을 맞추고 장단을 나누며 목표를 향한 디딤돌을 놓는다.

 

오랜만에 맑게 갠 하늘이 반가운 듯 거리의 사람들은 뜨거운 햇빛에 송골송골 맺힌 땀을 닦으면서도 초여름이 주는 한낮의 나른함을 만끽하고 있었다. 어디선가 더운 바람을 힘껏 밀어내는 장구 소리가 들렸고, 소리를 따라 걷다 보니 장충체육관 정문 앞에 다다랐다. 장충체육관 지하 2층에 위치한 다목적실에서 국립극장 전통예술아카데미 사물놀이반이 수업을 준비하고 있었다. 수업 시간보다 일찍 도착한 수강생 다섯 명이 바닥에 앉아 장구 연습을 하고 있었는데, 자신의 연주에 몰두하면서도 옆 사람의 장구 소리를 놓치지 않고 같이 장단을 맞춰보기도 했다. 자연스레 하나둘 소리가 모이고 듣는 사람의 마음마저 두드리는 경쾌한 합주가 이어졌다.


본격적인 사물놀이 수업은 오후 3시에 시작됐다. 수업 시작과 함께 수강생들은 구성진 추임새를 넣으며 짧게 장구를 치곤 “안녕하세요” 우렁차게 인사를 건넸다. 나이도 직업도 다 다르지만, 장구채를 잡는 순간 집중하기 위해 반짝이는 두 눈빛은 모두 닮아 있었다. 수강생들은 연습하는 동안 누군가 박자를 놓치면 마치 약속이라도 한 듯 한 박자 쉬어 다시 따라올 수 있도록 기다렸다. 혼자만의 완전한 연주가 아닌, 구성원의 화합을 도모하는 모습이 인상적이었다.

 

 


지난 수업에 배운 내용을 복습한 후, 이날 수업에 도움을 주고자 특별 참석한 송우주 강사가 새로운 악보를 배부했다. 그 후 시범으로 한 번 장구를 연주했을 뿐인데, 수강생들은 금세 장단을 파악해 따라서 소리를 냈다. “정말 열심히 연습하셨나 봐요. 이제 소리를 완전히 따라오고 있어요. 경직돼 있던 몸이 조금씩 풀리고 있네요”라며 송우주 강사가 수강생 한 명 한 명에게 다가가 격려하고 완벽한 연주를 이끌어냈다.


국립극장 전통예술아카데미는 무용·타악·소리 부문의 국내 유수 예술가들에게 전통 예술을 직접 배울 수 있는 교육 프로그램이다. 그중 국립국악관현악단원 연제호가 강사로 참여하는 사물놀이반은 총 30주 과정이며 수강생 15명과 함께하고 있다. 연제호 강사는 수강생이 우리나라 전통 타악기인 꽹과리·장구·북·징을 이용해 삼도풍물을 배울 수 있도록 타법·호흡법·장단 구성을 강의한다. 특히 앉은반뿐만 아니라 선반까지 겸해 진정한 의미의 풍물을 체험할 수 있는 것이 흥미롭다. 그는 2013년 ‘장구반주법 설장고반’ 수업으로 처음 전통예술아카데미에 참여했고, 2015년부터 현재까지 사물놀이반 수업을 운영하고 있다. 꼼꼼한 지도와 짜임새 있는 수업으로 많은 수강생이 재수강을 선택할 만큼 큰 인기를 얻고 있는 그는 “악기를 빠르게 익힐 수 있도록 몸을 활용해 연주하는 것이 실력 향상에 도움이 된다. 거기다 먼저 몸을 활용해야 하는 이유를 깨닫는다면 더 본질적이고 깊이 있는 음악을 할 수 있다”라며 다른 연주자와 합주할 때 필요한 힘과 기술까지 습득할 수 있도록 수강생에게 자신의 노하우를 전수했다. 그의 수강생을 향한 남다른 애정이 느껴졌다.

 

“각자 뚜렷한 목표를 갖고 수업에 참여하는 것 같아요. 오랜 꿈을 이루기 위해 오기도 하고, 문득 반복되는 삶이 무의미하게 느껴져 터닝포인트로 이 강의를 선택하기도 하죠. 어떤 이유든 저를 선택해주신 모든 분이 목표를 달성할 수 있도록 최선을 다해 도울 거예요. 물음표 하나를 안고 왔다면, 그 물음표에 대한 해답을 함께 찾고 싶어요.”


수업이 막바지에 이르자 수강생들은 장구를 어깨에 메고 일어났다. 열렬한 연습에도 지친 기색 없이 흥겹게 장구를 치다, 이내 크게 원을 그리며 돌았다. 어깨를 들썩이며 힘차게 연주하는 동시에 동료와 눈을 맞추며 찬찬히 보폭을 맞춰갔다. 그 모습을 바라보던 송우주 강사는 수강생들에게 깊은 감동을 전했다.


“오늘 오전에 공연하고 왔는데요, 그때보다 지금 땀이 더 나요.(웃음) 여러분이 연주하는 모습이 너무 좋아요. 어떤 고민을 하고 있는지 들여다보면 감동하게 되죠. 그래서 저도 모르게 전력을 다하게 된답니다. 어느새 연주 실력도 많이 늘었어요. 앞으로 더욱 잘할 거예요.”


사물놀이반은 16주 차 수업에 꽹과리·장구·북·징으로 악기 파트를 나눠 12월에 오를 수료 무대를 준비할 예정이다. 여러 악기가 모였을 때 이들의 연주는 얼마나 더 큰 울림을 줄까. 한여름을 앞두고 가을을 기대하는 이유다.
 
박효린 좋은 사람들과 맛있는 음식을 먹기 위해 열심히 살고 있는 에디터.

 

국립극장 전통예술아카데미
국립극장 전통예술아카데미는 전통 예술을 체계적으로 학습할 수 있는 교육 프로그램으로 2008년에 개설돼 국내 최고 예술가들이 강사로 참여하고 있다. 3개 부문 총 8개 강좌로 구성되며 무용 부문은 윤성철(기본·입춤)·고선아(태평무)·최종실(소고춤)·조흥동(진쇠춤)·채상묵(승무) 강사가 맡고 있다. 타악 부문은 연제호(사물놀이) 강사가 진행하고, 소리 부문은 김유경(판소리A)·박애리(판소리B) 강사가 담당한다. 자세한 사항은 국립극장 홈페이지에서 확인할 수 있다.
문의 국립극장 예술교육팀 02-2280-5813·5823

사이트 지도

사이트 지도 닫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