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킵네비게이션

주메뉴 바로가기 본문 바로가기 빠른예매 바로가기 사이트 지도 바로가기
월간미르 상세

2019년 03월호 Vol.350

천천히 조금씩 세계를 확장하기

예술배움┃악기포커스 수강생 양지혜

아마추어 관현악단의 가야금 주자로 연이어 두 해 참여했다.

2개월이라는 짧은 기간에서 오는 갈증이 다시 도질 무렵, 대금이라는 새로운 세계를 선택했다.

초행자에겐 7개월도 짧지만 그의 세계는 천천히 계속 넓어지고 있다.

 

 

그녀에 대해 이야기하려면 아마추어 관현악단 이야기를 먼저 해야 할 것 같다. 국립국악관현악단이 일반 국악 애호가를 위해 마련한 아마추어 관현악단에 양지혜 수강생은 2기(2017년)와 3기(2018년) 가야금 파트 단원으로 연이어 참여했다. 수업 첫날의 충격은 잊을 수가 없다고. 혼자 취미로 연습하다가 처음으로 국립극장 국립국악관현악단 연습실에 모여 악기를 잡고 소리를 냈을 때, 50여 명에 달하는 이들이 내는 소리의 규모에 압도돼 자신의 가야금 소리는 들리지도 않았단다. 국악관현악은 말 그대로 ‘신세계’였다.


“가야금은 열 살 때 시작했어요. 자세히 기억나지 않지만 어머니께 가야금을 배우게 해달라고 졸랐대요. 재미있어서 계속 배웠고, 대학 입시 준비로 바쁠 때를 제외하곤 꾸준히 한 것 같아요. 아마추어 관현악단은 정말 좋은 기회였어요. 국악관현악은 처음 접하는 거였는데, 2개월 동안 집중해서 정말 열심히 연습했죠. 한번 맛을 보고 나니 이대로 끝낼 수 없었어요.”


이듬해 3기에서 그는 가야금 수석을 맡았고, 2개월의 활동 기간은 즐겁게, 치열하게, 꿈처럼 지나갔다. 그리고 해가 바뀌어 2019년, 그녀는 다른 악기를 잡고 있다. ‘국립국악관현악단과 함께하는 관객음악학교’라는 이름으로 ‘아마추어 관현악단’(4기)과 함께 올해 처음 시작한 ‘악기포커스: 대금’ 수업에 참여한 것. 새로운 악기, 그중에서도 관악기를 한번 배워보고 싶던 차에 악기포커스 프로그램이 개설되는 것을 알고 망설일 이유가 없었다. 무엇보다 ‘휴대가 가능한’ 악기라는 점이 좋았다. 가야금은 너무 무겁고 커서 연습하기도 쉽지 않았기에 만약 다른 악기를 배우게 된다면 무조건 ‘작은 악기’를 해보리라 마음먹은 터였다. 연세가 지긋한 분들이 대금을 연주하면 그 모습이 무척 멋있어 보여서 막연히 동경하기도 했다고. 사실 대금은 관악기 중에서도 지공 사이가 넓고 취구가 커서 연주하기 까다롭기로 유명한데, 양지혜 수강생의 대금과의 첫 만남은 어땠을까.


“아마추어 관현악단 때 어깨너머로 대금 연주를 본 것 외에는 사실 대금에 대해 아는 게 없었어요. 손에 쥐어 든 대금은 무척 길고 큰 악기였고 지공과 지공 사이도 넓더라고요. 지공을 막는 것조차 잘 안 돼서, 연주 전에 수강생 모두 손가락 사이를 벌리는 스트레칭부터 해야 했어요.(웃음) 그런 문제가 있으리라곤 생각도 못했죠. 처음엔 이걸 과연 할 수 있을지 걱정스러웠는데, 신기하게도 연습할수록 늘어서 한 달 정도 지나니 지공을 모두 막을 수 있게 되더라고요.”


이번 악기포커스 프로그램에는 총 40명이 선발됐고, 대금을 알거나 경험한 정도에 따라 4개 반으로 나뉘어 수업이 진행되고 있다. 입문반에 속한 양지혜 수강생은 조금씩 천천히 대금에 대해 알아가고 있다. 아마추어 관현악단 때도 만난 바 있는 김병성 강사(국립국악관현악단원)는 친근하고 꼼꼼하게 대금에 대해 가르쳐주며 “곡 한번 써봐라, 내가 연주해줄게”라고 말씀하신단다. (현재 대학생인 양지혜 수강생의 전공 분야는 서양의 클래식음악 작곡이다. 그녀는 아마추어 관현악단 활동 전에도 25현가야금 곡을 직접 만들어 가야금을 연습하곤 했다.) 이것저것 알려주려는 스승의 헤아림과 응원은 낯선 악기와 친해지는 데 이루 말할 수 없을 만큼 큰 힘이 된다. 양지혜 수강생은 이 인연이 자신의 인생에 무척 소중한 씨앗이 될 것임을 경험을 통해 알고 있다.


“아마추어 관현악단 2기 참가자 분들이 다들 열정이 대단했어요. 수료 후에 외부에서 아마추어 관현악단인 ‘비내림 관현악단’을 직접 창단하기도 했으니까요. 지난해 12월에 창단 공연을 했는데, 그러기까지 2년 가까이 걸렸어요. 연습실을 별도로 잡고 직접 공연을 기획하는 등 창단 과정에서 다들 무척 고생했죠. 저는 1년 정도 함께하다가 학업 때문에 공연에 참여하진 못했는데, 여전히 연락하며 인연을 이어오고 있어요. 아마추어 관현악단을 지도하신 이용탁 선생님이 연습할 때 오셔서 봐주시기도 하고, 재능기부로 창단 공연의 지휘를 맡아주시기도 했어요. 정말 감사할 따름이죠.”


지금 참여하고 있는 악기포커스 입문반 10명 중에도 재미있는 인연이 있다. 양지혜 수강생처럼 서양의 클래식음악 작곡을 전공한 수강생이 두 명이나 더 있는 것. 한 친구는 영상 음악을 작곡하며 다양한 악기를 사용하기 위해, 다른 한 친구는 교수님의 추천으로 프로그램에 참여했다고 한다. 국립극장이 일반인도 쉽게 국악기에 입문할 수 있도록 진입 문턱을 낮춘 덕분에 이들이 각자의 이유로 대금을 만나게 됐다고 양지혜 수강생은 넌지시 고마움을 전했다.


수업이 진행된 지 3개월 남짓. 이제 양지혜 수강생은 대금의 지공을 모두 막을 수 있고, 국악관현악 공연을 볼 때면 대금 연주자에게 자연스레 시선이 간다. 학교 과제 곡을 작곡할 때 쓸 수 있는 악기도 한 가지 더 늘었다. 오는 6월에 수료공연으로 마무리되는 악기포커스 수업 이후에도 그의 대금 연습은 계속될 것이다. 서양의 클래식음악을 전공하고 있지만 그 음악은 절대 가질 수 없는, 이를테면 ‘한’ 같은 정서나 ‘주거니 받거니’ 하는 흥이 있어 국악은 알면 알수록 뭉클하고 아름다운 세계라고 그녀는 말한다. 어릴 때 뜬금없이 가야금을 시작했고, 가볍다는 장점을 들어 대금을 시작한 게 다소 엉뚱해 보이기도 하지만, 이런 이유 없는 애정과 호기심은 한 사람의 세계에서 새로운 가지를 뻗어내며 곧 오선지 위에 근사한 선율을 그려낼 것이다.


“‘이런 음악을 해야지’ 하고 생각하기엔 아직 경험해보지 못한 게 많아요. 좀 더 다양한 것을 경험해보려 해요.”
좋아하는 것을 더 좋아하려고 한다는 이야기는 듣는 사람도 흐뭇하게 했다.

 

이아림 오니트 에디터
사진 김창제

 

국립국악관현악단과 함께하는 관객음악학교: ‘아마추어 관현악단’ & ‘악기포커스’
2016년에 시작된 ‘아마추어 관현악단’은 국악 비전공자들을 대상으로 개설, 이들이 흔히 경험하기 어려운 관현악 편성 연주 기회를 제공해 참여자들로부터 큰 호응을 얻었다. 2018-2019 시즌에는 국악의 저변 확대를 위해 ‘아마추어 관현악단’과 더불어 국악기를 처음 접하는 이도 누구나 참여할 수 있는 ‘악기포커스’ 프로그램을 신설해 운영한다. 아마추어 관현악단은 깊이 있는 이해를 위해 운영기간을 기존 2개월에서 7개월로 확대·개편했다. 신설된 악기포커스의 경우 올해는 대금을 주제로 수강생의 수준에 따라 분반해 7개월 과정으로 운영한다. 국악에 관심 있는 일반인이 지속적으로 우리 음악을 듣고 체험할 수 있는, 더없이 좋은 기회인 것이다. 두 프로그램 모두 6월 달오름극장에서 열리는 수료공연으로 마무리될 예정이다.
문의  국립극장 02-2280-4282

사이트 지도

사이트 지도 닫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