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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9년 03월호 Vol.350

환상 속으로 걸어가다

프리뷰2┃국립무용단 '시간의 나이'

여기, ‘시간의 나이’를 여행하기 전 알아두면 좋을 몇 가지 이야기가 있다.

여행을 떠나기 전에 반드시 이것만은 기억하자.

한국춤에 대한 고정관념을 버릴 것. 그리고 막이 내릴 때까지 상상을 멈추지 말 것!

 

 

시간의 나이
작품 제목인 ‘시간의 나이’는 멕시코 소설가 카를로스 푸엔테스가 1987년 이후 자신의 작품을 ‘시간의 나이’라고 분류한 데서 착안했다. 안무가 조세 몽탈보는 ‘과거를 통해 미래의 가능성을 내다보라’고 한 카를로스 푸엔테스 말에서 영감을 받아 과거를 축적해가며 새로운 것을 완성한다는 의미를 제목에 담았다.

 

우산
‘시간의 나이’ 포스터에는 초연 때부터 쭉 하나의 우산을 나눠 쓴 남녀가 등장한다. 전통과 현대 복장을 한 남녀가 서로에게 우산을 씌워주는 행위는 작품의 주제와도 상통하는데 전통이 현대를, 현대가 전통을 서로 보호하며 상생한다는 의미를 은유적으로 표현했다.

 

볼레로
3장 ‘포옹’을 채우는 음악은 프랑스가 자랑하는 작곡가 모리스 라벨의 ‘볼레로’다. 아라비아풍의 단순하면서도 마법적인 선율이 동일한 템포로 17분가량 계속되는데 작은북의 리듬이 169번 되풀이된다. 시종일관 같은 선율을 유지하지만, 악기가 늘어남에 따라 증폭되는 음향효과는 듣는 이를 황홀경으로 몰고 간다. 그야말로 춤을 위한 열광의 찬가다. 조세 몽탈보는 한국무용에 내재된 제의에 대한 욕망을 ‘볼레로’를 통해 독창적으로 해석, 자신만의 ‘볼레로’로 재탄생시켰다.

 

 

파리지앵
2016년 6월, 세계 무용 극장의 성지라 불리는 프랑스 샤요국립극장 무대에 올라 7회 공연 내내 매진을 기록하는 등 냉철한 파리 관객의 사랑을 한 몸에 받았다. 한국춤이 생소하기만 했던 파리지앵들이 발을 구르며 환호했다. “‘시간의 나이’를 통해 한국의 춤이 곧 세계적인 춤이라는 사실을 확인하게 될 것이다”라던 몽탈보의 상상이 현실이 된 순간이었다.

 

얀 아르튀스 베르트랑
뛰어난 미장센으로 인류에 대한 사색을 표현한 2장에는 프랑스 사진작가 얀 아르튀스 베르트랑의 장편 다큐멘터리 ‘휴먼’의 미공개 영상이 펼쳐진다. ‘휴먼’은 총 60개국을 돌며 2500시간 동안 2020명을 인터뷰한 작품이다. 다양한 인종?언어?문화?연령대의 사람들이 들려주는 이야기와 하늘에서 본 여러 나라의 모습을 통해 인류와 지구의 미래에 대한 메시지를 전한다.

 

 

충돌 그리고 공존
1990년대부터 영상과 무대가 교감하는 독특한 무대를 선보여온 조세 몽탈보는 이 작품에서도 영상과 테크놀로지를 적극 활용해 유쾌한 충돌 지점을 만들어냈다. 그의 작품에서 영상과 무대의 시공간은 겹치거나 교차하며 서로를 반영하는데, 그의 영상은 항상 영리하고 기발하며 때로는 기상천외할 정도로 파격적이었다. 그는 ‘시간의 나이’에서도 특유의 동화적 상상력을 발휘해, 영상 속 전통의상과 무대 위 일상복을 입은 동일한 무용수가 서로를 쫓거나 함께 춤추는 모습 등을 연출했고 이는 한국춤의 아름다움을 새롭게 발견하게 한다. 이외에도 전통과 현대, 한국과 프랑스 같이 언뜻 상반된 요소들의 기발한 충돌은 작품 곳곳에 나타난다. 그리고 이 충돌들은 오히려 서로 공존하게 했다. 조세 몽탈보의 “전통과 현대는 상충하는 게 아니라 함께 섞이고 공존하는 것이다”라는 신념 덕분이었다. 그는 우리가 가지고 있던 편견들을 과감히 깨뜨려 전통을 해체?재조합하기 시작했고, 한국춤을 잘 모르는 외국인이 어떻게 전통을 현대화할 수 있겠냐는 우려를 불식하며 그만의 방식으로 공존의 무대를 지휘했다.

 

 

‘유쾌하다’ ‘동화적이다’ ‘자유분방하다’, 한국 전통춤에 뿌리를 둔 이 작품에서 파생한 키워드들이 참으로 이채롭다. 전통과 현대를 이토록 영민하게 버무린 공연이 또 있을까. 까다로운 프랑스 관객마저 발을 구르게 만들었던 그 공연이 오랜만에 국내 관객 앞에 선다. 이제 조세 몽탈보와 국립무용단이 만든, 환상의 세계로 여행을 시작할 때다.

 

정리 이정연 국립극장 홍보팀

 

국립무용단 ‘시간의 나이’
날짜     2019년 3월 15~17일
장소     LG아트센터
관람료  R석 5만 원, S석 3만 원, A석 2만 원
문의     02-2280-411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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